[김호이의 사람들] 전인범 장군이 말하는 존경 받는 선임이 되는 법

2021-01-19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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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범 장군은 1981년부터 2016년까지 40년 가까이 군 생활을 했다. 군 생활 3년차인 1983년, 합참의장 수행부관을 할 당시 아웅산 테러가 일어났을 때 2차 폭발의 우려가 있음에도 이기백 당시 합참의장을 구했다.

사단장이 된 후에도 눈이 오면 가장 먼저 제설작업에 나섰고 장병들의 전역식 때는 부동자세로 거수경례를 했다. 전역할 때는 부하들에게 ‘영원한 특전사령관'이라는 칭호를 얻었다. 그와 함께 존경 받는 군인이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김호이 기자/ 전인범 장군]
 

Q. 군인이 된 계기가 뭔가요?
A. 어릴 때부터 군인을 하고 싶었어요. 그때는 군인이 뭔지 모르고 친구들이랑 장난으로 총도 쏘고 하다 보니까 군인이 되고 싶었죠. 어릴 때는 소심하고 조용한 학생이었어요. 그러다가 중학생 때 국군의 날 퍼레이드를 보고 삼촌이 “인범아 너도 저렇게 군인이 되고 싶지 않니?” 그래서 ‘네’라고 했더니 “그럼 육사 가야 돼”라고 해서 육군사관학교가 뭔지도 모르고 육군사관학교를 지원해서 가게 됐죠.

Q. 군인이 되어 보니까 어떻던가요?
A. 군인처럼 멋있는 직업은 없는 것 같지만 직업으로서는 생각해야 될 부분이 많은 것 같아요(웃음). 그래도 멋있고 보람있으니까, 그때로 다시 돌아가더라도 군인을 다시 할 것 같아요.

Q. 군인이 됐을 때 첫 순간은 어땠나요?
A. 생각보다 힘들었어요, 육군사관학교에 들어간 게 1977년 2월이었거든요. 굉장히 추웠고 각오도 했었지만 너무 힘들었어요.

 

[사진=전인범 장군 제공]


Q. 군인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최고의 순간은 언제였나요?
A. 군인이든 무엇이든 공사라는 말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저 같은 경우는 장군과 사단장, 특전사령관이 돼서 많은 부하들을 데리고 있게 됐어요. 장군이 되는 과정에서 어디에 초점을 맞출 것인가를 신경 쓰는 게 어려웠는데 저는 부하들에게 초점을 맞췄거든요. 우리 부대원들을 잘 보살피는 게 가장 큰 보람이었어요. 반면 국민들에게 잘못을 저질러서 칭찬을 듣지 못하고 야단맞을 때가 제일 힘들죠

Q. 장군답다는 건 뭔가요?
A. 흔들림이 없어야죠. 어떤 일이 있더라도 중심을 잡고 화낼 일도 없고 너무 좋아할 일도 없고. 중심을 지키면서 조국을 지키는 게 장군답다는 거예요. 장군이 됐을 때 ‘나한테 이런 영광이 있구나’ 했지만 장군답게 해야 되니까 책임감 때문에 부담스러웠고 무서웠어요. 그래도 조금만 도와주면 후임의 인생이 바뀌는 게 너무 좋았어요.

Q. 장군이 되면 어떤 예우를 받나요?
A. 제가 활동할 때와 요즘 장군들은 달라요. 요즘 장군들은 힘든 여건 속에 있어요. 혜택들이 다 없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저 때만 해도 개인차량과 운전병, 저를 보좌해주는 사람을 지원해줬고 행사 같은 곳 갈 때 예포도 쏴주고 했죠. 근데 군인들의 잘못으로 인해서 최근에는 그런 것들이 다 없어졌어요.

 

[사진=전인범 장군 제공]


Q. 군인이란 뭘까요?
A. 우리나라를 보호하고, 국민들의 자유를 보호하는 게 군인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나라가 일본의 식민지였다가 민주주의 사회로 발전해나가고 있잖아요. 그 과정에서 군인들도 발전했다고 생각해요. 지금의 군인은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의로운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요.

Q. 그렇다면 군인정신이란 뭘까요?
A. 명예를 존중하는 거예요. 불의에 타협하지 않고 자기 이름 석 자를 굉장히 중시한다는 거예요. 그리고 이치와 순리에 맞아야 돼요. 무조건 상급자의 명령을 따르는 게 군인정신이 아니에요. 상급자의 올바른 지시와 명령만 따라야 돼요. 그게 민주 군대예요. 희생정신이 중요하고요. 자기가 죽음으로써 동료들이 살고 자기가 희생함으로써 동료들이 진출한다는 가치관이 중요해요.

Q. 존경 받는 군인, 존경 받는 선임이 되기 위해서 무엇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세요?
A. 궂은 일을 자기가 하면 돼요. 모범을 보이고요. 그렇게만 하면 돼요. 시키는 게 아니라 자기가 먼저 해야 돼요. 그러면 안 따를 후임이 어디 있겠어요. 시간이 걸려서 그렇지 그렇게 살면 돌고 돌아서 자기한테 와요.

 

[사진=전인범 장군 제공]


Q. 한국에서 군인으로 산다는 건 어떤가요?
A. 좋은 면도 있고 나쁜 면도 있어요. 좋은 건 공무원이기 때문에 봉급과 집이 나오고 공무원이 받는 혜택들은 다 있어요. 가장 큰 건 연금인 것 같아요. 나쁜 점은 장교는 2년에 한 번, 부사관은 5~10년에 한 번 부대를 바꿔야 돼요. 자기 상급자나 동료가 마음에 들면 헤어지는 아쉬움이 있지만 싫어하는 사람이 있으면 빨리 떠나는 게 좋잖아요(웃음). 그리고 전투를 중심으로 해서 목숨을 담보로 한다는 것이 위험하죠. 근데 나라에 큰일이 일어나면 군인이 더 안전해요. 방탄조끼, 헬멧, 총이 있잖아요.

Q. 진급은 어떻게 이루어지죠?
A. 여러 요소들이 있어요. 사람이 하는 것이다 보니까 반드시 공정한 건 아니에요. 그렇지만 사람이 하는 일 치고 군대는 그나마 공정을 추구하고 있고 잘 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근데 장군들의 세계는 달라요. 숫자도 적고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있거든요.

Q. 진급이 안 되면 어떤 대안을 마련해야 될까요?
A. 실력이 있으면 언제든지 직장을 바꿀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능력이 있어야 돼요. 제일 중요한 건 영어를 해야 돼요, 그게 살 길이에요. 그리고 운전면허나 자격증이 있어야 돼요. 제가 아는 친구는 영관급 장교로 전역했는데 인테리어를 배웠어요. 이 어려운 시기에 번창을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전역을 하고서도 경제적 문제가 없는 거죠. 그런 대안들을 늘 갖고 있어야 돼요. 그래야 마음의 여유가 생겨요.


 

[사진=전인범 장군 제공]


Q. 군인에도 여러 가지 직업이 있다고요?
A. 분야가 20~30가지 돼요. 전투하는 군인도 있고, 대포 쏘는 군인이 있고, 헬기와 비행기, 배를 타는 군인이 있거든요. 이외에도 교수, 연구하는 군인, 변호사, 판사 등 다양한 분야가 있어요. 국가에 기여하는 방법은 많아요.

Q. 어떻게 하면 의미 있는 군 생활을 할 수 있을까요?
A. 의미 있는 군 생활뿐만 아니라 의미 있는 인생을 위해서는 자기를 알아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독서가 중요해요. 역사적이고 기본적인 걸 잘 알아야 돼요. 같은 스토리라도 여러 사람들이 쓴 내용들을 봐야 돼요. 그리고 인생의 외로움을 채워줄 수 있는 종교가 필요해요. 자기한테 힘이 되는 종교요. 성경이나 불경도 읽어볼 필요가 있어요. 사람들의 사랑과 슬픔을 담은 이야기인 인문학도 큰 도움이 돼요. 영화도 많은데 왜곡이 심해서 영화를 본 다음에는 근거로 책을 읽으면서 역량을 키우는 게 아주 중요해요.

Q. 군단장이나 국회의원이 오더라도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려고 하셨습니다. 대통령에게도 그대로를 보여주셨을까요?
A. 그럼요. 대통령이 현실을 보러 오는 거지, 가짜를 보러 오는 게 아니잖아요. 화장실을 깨끗이 하고 신발 정리하는 손님맞이 정도는 기본적으로 하지만 무리한 준비를 하는 건 아니라고 봐요. 그게 지나친 의전인데 그런 건 없어져야 된다고 봐요.

 

[사진=전인범 장군 제공]


Q. 군인에게 필요한 자질 3가지는 뭐죠?
A. 충성, 명예, 단결이라고 얘기하는데 나라와 국민에 충성하고, 어떠한 불의나 유혹이 있더라도 그걸 뿌리치고 자기의 명예를 지키겠다는 의지가 필요하죠. 단결이 된다는 건 양보하고 희생을 한다는 거예요.

Q. 삶에서 가장 큰 터닝포인트가 된 순간이나 인물이 있나요?
A. 집사람을 만난 게 가장 큰 터닝포인트죠, 인생 목표를 공유하고 저를 잘 이해하거든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서러우나 좋으나 제 곁에서 지지해주는 후원자를 만났으니까 저의 능력도 높아졌어요.

Q. 퇴역 후에는 뭘 하면서 보내고 계세요?
A. 개인 컨설팅도 하고, 봉사활동도 많이 하려고 하고 있어요. 제가 미군들과 관련된 일을 많이 하니까, 한미관계를 증진시키고 강화시키는 일을 하고 있고요. 동물들의 권익을 위해서 여생을 보내고 싶어서 동물자유연대 활동을 하고 있어요. 그리고 제가 어렸을 때부터 모형을 좋아했어요. 그래서 모형협회 고문도 하고 있고, 현역생활 때 못다한 것들이 있어서 군인들의 총과 여러 가지 것들의 개선을 위해서 특수 및 지상작전 연구회라는 곳에서 고문을 하고 있어요.
 

[사진= 김호이 기자/ 인터뷰 장면]


Q. 어떤 사람들이 군인이라는 직업과 잘 어울리나요?
A. 자기가 할 일을 충실히 하는 사람, 남에 대해 신경을 덜 쓰는 사람이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에요. 그런 사람이 1등 군인이에요.

Q. 직업 군인을 추천하시나요?
A. 추천은 하는데 직업 군인을 저처럼 38년 할 필요는 없어요. 5~10년 동안 하고 나와서 할 일이 없다고 하는데 20~30년 계획한 군 생활이 계획대로 안 돼서 그런 거예요. 처음부터 5~10년만 계획하고 군 생활을 하는 거예요. 항상 대안을 갖고 있어야 돼요. 그러면 군생활이 디딤돌이 되는 거죠.

Q. 마지막으로 사명감을 가지고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A. 사명감을 가지고 일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하기 싫어도 해야 되는 경우가 많아요. 피할 수 없으면 온 마음을 다해서 최선을 다하는 게 인생의 답이라고 생각해요. 결국에 인간이 할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하거나 포기하는 방법밖에 없어요. 최선을 다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최선을 다하려는 마음을 갖는 거예요.

 

[사진= 김호이 기자/ 전인범 장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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