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코로나 시대에도 공공미디어의 고군분투는 계속된다

2021-01-19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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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태 한국방송협회 사무총장

김경태 한국방송협회 사무총장. [사진=한국방송협회]


큰 것이 1000분의 1, 작은 것이 1만분의 8정도라고 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크기를 머리카락 굵기와 비교한 수치다. 하지만 우리 사회를 짓누르는 무게는 엄청나다. 게다가 이 코로나는 매우 불공평한 바이러스다. 건강이나 재정상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취약한 대상들을 더 큰 하중으로 짓누르기 때문이다.

지난 한 해 지상파 방송들은 이 작은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편파적 규제의 불공평과 엄청난 하중을 고스란히 겪어야 했다. 일방적인 규제 아래서 유튜브, 넷플릭스 등 해외 거대 플랫폼과 경쟁해야 하는 '비상 경영' 상태였던 방송사들은 코로나 사태까지 겹치자 '생존 경영'으로 허리띠를 더 졸라맬 수밖에 없었다. 경비는 30%, 제작비는 10%까지 삭감했다. 긴축의 그림자는 지난해 내내 길고 짙었다. 연말 시상식 프로그램들의 시청률이 모두 한 자릿수로 주저앉았다.
하지만 지난해 방송을 결산하는 시상식들은 우리 사회에서 지상파 방송이 대체 불가능한 공공미디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케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콕'이 강제된 상황 속에서 지상파의 예능프로그램들은 국민들에게 즐거움과 위안을 줬다. '유산슬-싹쓰리-환불원정대'로 이어진 MBC의 '놀면 뭐하니?'는 나 홀로 밤새 몰아보기가 대세인 시대에, 가족들이 주말 저녁 한자리에 모여 같은 프로그램을 보며 웃음을 나누는 레트로한 경험마저 소환했다. 추석 때 KBS가 내놓은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는 41.44%의 실시간 순간 최고 시청률이 모든 것을 말해줬다. “세상살이와 코로나가 겹쳐 힘든 시기에 정말 힘이 됐고, 위로가 됐다”는 시청자들의 평가는 이중고에 놓인 지상파 방송을 향한 응원의 메시지였다.

또 지상파 방송은 팬데믹의 재난 상황 속에서 국민들이 믿고 찾는 언론으로 그 공적가치를 재확인했다. 지난해 7개 방송(종편 4개사 포함) 메인 뉴스의 월평균 시청자 수는 368만명을 기록해 2019년보다 17%나 늘었다. 신뢰할 수 있는 뉴스와 정보가 절실했던 까닭이다. 이렇게 급증한 시청자의 3분의 2가 지상파 3사의 뉴스로 몰렸다. 종편 4사의 평균치를 모두 더해도 KBS의 수치에 못 미친다. 질적으로도 지난해 국민 절반 이상인 51.2%가 지상파 3사를 가장 신뢰하는 언론사로 꼽았다.

'국민과 함께하는 행복한 미디어 세상'은 지상파 방송이 항상 꿈꿔온 세상이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6일 이런 세상 만들기를 비전으로 제시하며 3대 목표를 발표했다. 시대에 역행하는 편파 규제를 바로잡는 정상화 조치와 함께 무한경쟁의 글로벌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 한국 미디어 콘텐츠가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고, 시청자들의 권익을 높이는 것 등이다. 생존 경영을 선포해야 할 상황에 내몰려 있는 지상파 방송들이 공공미디어로서의 책무를 더욱 잘 수행할 수 있도록 편파적 규제의 불공평한 하중을 해소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조치들이다.

실천 방안으로는 12가지 정책 과제를 제시했다. 이 중 불합리한 비대칭 규제를 해소하겠다는 계획은 의미가 큰 첫걸음이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공습에 국내 미디어 산업이 글로벌 시장으로 강제 편입된 상황에서 낡은 구시대적 규제를 바로잡는 것은 특혜도, 봐주기도 아니다. 기형적인 미디어 시장을 정상화하는 첫 단추인 것이다.

더욱이 방통위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네거티브 규제 원칙을 도입해 한국 미디어 콘텐츠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선포했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이 주축이 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게 국내 미디어 콘텐츠 업계가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방송 데이터 활용의 제고 방안도 선제적으로 제시했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우보만리(牛步萬里), 소의 걸음으로 차근차근 끝까지 목표를 향해 전진해 나가겠다는 결심도 함께 밝혔다.

일반인들의 평균 머리카락 굵기는 약 0.08㎜. 이것을 1000번 잘라낸 크기여서 일반 현미경으로는 보이지도 않는 코로나19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지상파 방송은 국민의 곁에 있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편파적인, 그래서 불공평한 그물망 규제 속에서도 공공미디어의 역할과 책무를 묵묵히 수행해왔다. 2021년 새해에는 지상파 방송도 우보만리의 각오로 국민과 함께하는 행복한 미디어 세상을 향해 나아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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