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펑파이 등 중국 다수 매체에 따르면 홍콩증권거래소는 최근 공고를 통해 오는 18일 오전 9시부터 후이위안(匯源)의 상장을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후이위안의 13년간 자본시장 역사가 완전히 마무리되는 것이다.
후이위안은 1992년 설립돼 오랜시간 중국 음료 시장에서 승승장구했던 업체다. 100% 과일 과즙이라는 신선음료 장점을 내세우면서 설립 10년만에 중국 최대 주스 회사로 자리를 잡은 바 있다. 후이위안에 중국 ‘주스의 왕’이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다.
빠른 성장세에 힘입어 2007년 2월에는 홍콩증시에도 성공적으로 상장을 마쳤다. 당시 후이위안은 24억 홍콩달러(약 3400억원)의 자금을 조달받으면서 홍콩 기업공개(IPO)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하기도 했다.
다만 2013년 썩은 과일 주스 파문 이후 후이위안은 쇠락의 길을 걷게 됐다. 당시 후이위안을 포함한 중국의 3대 주스 회사들이 썩어 변질된 과일을 원료로 주스를 만든 사실이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의 신뢰가 무너진 것이다.
게다가 이 시기 중국 음료 제조업체들이 홍차 음료, 밀크티 음료 등의 다양한 제품을 내놓으면서 음료 시장에서의 입지도 점점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2014년부터 회사의 적자가 나기 시작했다. 펑파이에 따르면 2014년, 2015년 각각 후이위안의 적자는 1억3000만 위안(약 221억원), 2억3000만 위안에 달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2018년 4월 후이위안은 43억 위안 규모의 불법 대출 의혹에 휘말렸다. 계속되는 적자에 자금난에 시달리던 후이위안이 결국 불법대출업체에까지 도움의 손길을 뻗은 것이다.
홍콩증권거래소는 경영진의 성실성과, 운영 능력, 재무실적 등 감사를 진행했고, 후이위안의 거래를 중단시켰다. 이후 3년간의 거래 재개 기한 내에 상장 검토위원회가 심사를 거쳐 운영 능력이 입증된다면 거래를 재개하기로 했다.
그러나 결국 후이위안은 ‘레드카드’를 받게됐다. 홍콩거래소는 “후이위안의 경영능력이 여전히 부족하고, 제품 혁신 측면에서도 혁신적인 주력 제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브랜드 노화로 시장에서의 영향력이 점점 약해지고 있을 뿐 아니라, 3년간 제대로 된 업무 조정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후이위안은 이 같은 결정에 실망감을 표하면서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