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예수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 공격적인 고금리 특판 상품을 판매한 데 이어 정기예금 금리 또한 조금씩 높이는 모양새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난 대출과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예대율 관리에 주력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지난달 28일부터 '하나원큐 정기예금'의 기본금리를 연 0.80%에서 0.90%로 0.1%포인트 인상했다.
실제로 은행권의 예금금리는 반등하는 모양새다. 한국은행의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월 1.54%였던 예금은행의 저축성 수신금리는 7개월 연속 하락하며 8월 0.81%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9월 들어 0.88%로 0.07%포인트 오른 뒤 11월 다시 0.02%포인트가 오른 0.90%포인트를 기록했다.
예금금리가 0%대에 머물면서 정기예금 잔액도 줄어들고 있다. 은행권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해 11월 말 기준 전월 대비 3조1000억원 감소한 708조8000억원이다. 시중에 풀린 유동성이 자산시장에 몰리고 있는 영향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침체로 여유 자금 성격인 예금이 늘기는 어려울 것이란 시각도 있다.
문제는 예대율(예수금 대비 대출금)이다. 신한·KB국민·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평균 예대율은 3분기 기준 평균 99.2%로 직전 분기 대비 0.4%포인트 늘어났다. 지난해 가계대출이 급증하면서 금융당국의 관리 목표치인 100%에 육박한 것이다.
하나은행이 100.5%로 가장 높았다. 우리은행이 99.9%, KB국민은행이 98.6%, 신한은행이 98.0%를 기록했다. 4분기 들어서도 꾸준히 대출이 늘어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예대율은 더욱 높아졌을 것으로 보인다.
당국은 코로나19 사태를 감안해 올해 6월까지 예대율 기준치를 105% 이내로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하지만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등을 중심으로 대출 수요가 계속되는 만큼, 예수금을 확보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예금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 또한 이러한 이유로 풀이된다.
은행들은 지난해 말 고금리 상품 특판에 공격적으로 나서기도 했다. 주택청약종합저축을 가입하지 않은 20대를 대상으로 특별금리 연 5.5%를 적용하는 신한은행 '신한마이홈적금'이 대표적이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카드 사용 실적에 따라 각각 최대 연 12.0%, 연 6.0%의 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을 한정 판매하기도 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예대율을 높이기 위해선 분모(예수금)를 높이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면서 "낮은 금리로 예금을 유치하기 어렵기 때문에 고민이 크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