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선박, 미·이란 갈등에 불똥?..."美 제재 협조에 불만 가능성"

2021-01-05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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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반복적 환경 규제 위반' 사유로 韓 선박 나포

'미국의 對 이란 제재·韓 동참' 불만 때문이란 분석

최종건 차관 방문 앞두고 '비상식적' 조치란 지적도

한국 국적의 유조선 '한국케미'가 4일(현지시간) 걸프 해역에서 이란 혁명수비대 소속 함정들에 의해 나포되고 있는 모습. 이란 국영 TV는 혁명수비대가 호르무즈해협에서 환경 오염 유발을 이유로 '한국케미'를 나포했다고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이란 혁명수비대가 '반복적 환경 규제 위반'을 사유로 들어 한국 유조선 '한국케미'를 나포함에 따라 향후 한·이란 양국 관계가 흘러갈 방향에 눈길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이란의 이번 조치를 두고 미국의 대(對) 이란 제재 복원과 이에 대한 한국의 협조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다.
특히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이른 시일 내 이란을 방문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어디까지 번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5일 외교부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의 오만 인근 해역에서 항해 중이던 한국 국적 선박(케미컬 운반선) 1척이 4일(현지시간) 이란 당국의 조사 요청에 따라 이란 해역으로 이동했다. 해당 선박에 탑승한 한국민 선원은 총 5명이다.

외교부와 주이란 한국대사관은 해당 선박 억류와 관련한 상세 상황 파악과 함께 선원의 안전을 확인하고 선박 조기 억류 해제를 요청했다.

이란 측은 한국 선박의 환경 규제 위반을 나포 사유로 주장하고 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4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이날 오전 10시경 걸프 해역(페르시아만)에서 한국 유조선 '한국케미'를 나포했다고 발표했다.

혁명수비대는 "이 조치는 해당 선박이 해양 환경 규제를 반복적으로 위반한 데 따른 것"이라며 "해당 선박에는 7200t의 화학 물질이 실려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선박 선사인 '디엠쉬핑' 측은 "해양 오염은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혁명수비대 측이 이란 해역으로 들어가 검사를 받을 것을 요구하면서 그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국 선박이 환경 규제를 위반했다고 하더라도 이란 측 움직임이 과잉 대응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이란 측 조치 배경에 한국이 미국의 대 이란 제재를 이행한 데 대한 불만이 담긴 것 아니냐는 분석이 뒤따른다.

앞서 미국은 지난 2018년 5월 이란과의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탈퇴한 후 대 이란 제재를 복원했다. 한국 역시 '세컨더리 보이콧(2차적 제재)' 등을 우려, 제재를 이행하고 있다.

이후 한국과 이란 간 교역은 사실상 중단됐고 한국의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에 이란중앙은행 명의로 개설된 원화 계좌 역시 동결됐다.

이에 따라 이란 정부가 한국에 원유를 수출하고 받은 원화 대금 약 70억 달러(7조6000억원)를 사용하지 못하게 되자 한국 정부에 계좌 동결 해제를 계속해 촉구해왔다.

선박 억류 주체인 이란 혁명수비대 역시 이란 국내의 주요 사업을 장악하고 있어 미국의 제재 이후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는 이란의 계좌 동결 해제 요구를 들어주는 대신 다른 방식으로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지난해 5월 의약품 수출을 성사시킨 사례가 대표적이다. 미국과의 협의를 거쳐 인도적 물품에 대해서는 제재 예외를 허용받은 것이다.

그러나 이란 당국자가 '원유 대금 문제가 본질적으로 해결되지 않을 경우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취지의 강경 발언을 내놓는 등 양국 간 갈등은 계속됐다.

이에 정부는 양국 사이 불편한 기류가 이번 한국 선박 나포에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을 예의주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최 차관은 원유 수출대금 동결 문제 등 한·이란 양국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조만간 이란을 방문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끈다.

외교가에서는 한국 고위 당국자 방문을 앞두고 이란이 이 같은 대응을 감행한 데 대해 '비상식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란 측 행동이 한국에 대한 불만을 직접적으로 표출한 것이라기보다 미국을 향한 경고일 수 있다는 추측도 있다. 미군의 무인기(드론) 공격으로 살해된 거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사령관의 1주기가 코앞으로 다가온 점도 이런 추측에 힘을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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