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의 화약고로 부상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이 '승자 없는 게임'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중대재해법이 정부여당과 야당, 재계와 노동계의 이해관계에 수정만 되풀이하면서 사실상 '폭탄 돌리기'로 전락했다.
재계는 일부 처벌조항의 완화에도 불구하고 "기업 경영을 위협할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보수 야당과 진보 정당도 중대재해법에 불만을 드러내면서 여권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이래도 저래도 '메가톤급 후폭풍'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9일 오전부터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개최하고 중대재해법을 논의했다. 정의당 등에서는 정부가 제시한 안에 독소조항이 대거 삭제돼 취지가 퇴색했다고 악평한 반면, 기업들은 중대재해법에 독소조항이 포함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법사위의 고민이 깊어졌다.
중대재해법은 산업현장에서 일어난 중대 재해를 방지하지 못한 사업주와 경영진에게 형사처벌 및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지금까지 박주민·이탄희·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강은미 정의당 의원,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각각 발의했다. 국회 법사위는 이들 법안과 정부안을 함께 논의하겠다며 전날 법무부로부터 정부안을 제출받았다.
정부가 제출한 중대재해법에는 의원들이 발의한 독소조항이 다수 삭제되거나 완화됐다. ‘중대재해에 대한 기업 및 정부 책임자 처벌법’이던 법안 이름이 ‘중대재해 기업 및 경영책임자 등의 처벌법’으로 변경됐고, 산업 재해 발생 시 처벌 대상에 기업 오너 등은 유지하되 중앙부처 장관과 지방자치단체장(시장 등)은 제외됐다.
또 정부는 상시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에는 법 적용을 4년 유예하는 데 이어 50~100인 미만 사업장에는 법 적용을 2년 유예하는 방안을 추가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액도 대폭 완화돼 ‘손해액의 5배 이상’을 ‘손해액의 5배 이내’로 축소했다.
사업주가 산재 발생 이전 5년 동안 3회 이상 안전·보건의무를 위반했거나 재해 관련 증거를 인멸한 경우 책임을 '추정'하도록 한 ‘인과관계 추정’ 부분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아예 삭제했다.
그러자 중대재해법 처리를 강하게 주장해온 정의당은 중대재해기업'보호’법이라며 비난하고 나섰다.
김종철 정의당 대표는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중대재해의 85%가 일어나는데, 이런 사업장에 적용을 4년 유예하는 것도 모자라 50~99인 사업장도 2년 유예를 하자고 한다. 원청책임도 약화, 처벌도 완화, 징벌적 손해배상도 약화”라고 지적하며 “왜 문재인 정부에서조차 산업재해가 줄지 않는지 이유를 알 것 같다”고 비난했다.
◆'경영권 방어수단 없다'는 재계 요구 외면
중대재해법 제정을 요구하며 19일째 단식 중인 고(故) 김용균씨 어머니인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과 이한빛 PD의 아버지인 이용관씨 등도 법사위 법안소위 회의 앞에서 자리를 지키며, 제대로 된 법 제정을 피력했다.
그러나 이날 직접 국회를 찾은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은 독소조항을 제거해 달라며 법사위에 재차 호소했다. 앞서 손 회장은 "중대재해법은 경영계가 생각하기에 매우 감당하기 힘든 과잉 입법"이라며 "법안의 최대 피해자는 663만개의 중소기업이 될 것"이라고 우려한 바 있다.
정부안을 중심으로 수정‧보완해 단일안으로 마련하려던 여당은 입장이 곤란해졌다. 야당은 “언제는 민주당이 우리와 협의를 했냐”는 태도를 고수하면서 책임을 회피하고 있어 사실상 여당이 중재를 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중대재해법과 함께 대표적인 반기업법을 묶인 노동3법도 이날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제63회 국무회의를 열고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비준을 위한 '노동3법' 법률공포안을 상정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근로기준법·고용보험법 개정안으로 구성된 노동3법은 노동권 강화를 골자로 한다. 해고자의 기업별 노조 가입을 허용하고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의 고용보험을 확대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구체적으로 노조가 노조 가입 자격을 규약으로 정하도록 함에 따라 기업별 노조에 해고자도 가입할 수 있게 됐다. 퇴직공무원·퇴직교원, 소방공무원, 조교 등 교육공무원의 노조 가입 길도 열렸다. 다만 기업별 노조의 임원 및 대의원은 해당 사업장에 소속된 조합원 중에서 선출하도록 했다.
또 노동3법을 통해 내년 7월부터 학습지 교사와 보험 설계사, 퀵서비스 배달기사 등 특고도 고용 안전망 내에서 보호받을 수 있게 됐다. 이들도 자의가 아닌 타의로 실업한 경우 실업급여 및 출산 전후 급여를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이에 경총과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긴급 호소문을 내고 “시행 시기를 1년 이상 유예하고, 경영권 방어 수단을 도입해달라”고 요구했다.
재계는 일부 처벌조항의 완화에도 불구하고 "기업 경영을 위협할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보수 야당과 진보 정당도 중대재해법에 불만을 드러내면서 여권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이래도 저래도 '메가톤급 후폭풍'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9일 오전부터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개최하고 중대재해법을 논의했다. 정의당 등에서는 정부가 제시한 안에 독소조항이 대거 삭제돼 취지가 퇴색했다고 악평한 반면, 기업들은 중대재해법에 독소조항이 포함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법사위의 고민이 깊어졌다.
정부가 제출한 중대재해법에는 의원들이 발의한 독소조항이 다수 삭제되거나 완화됐다. ‘중대재해에 대한 기업 및 정부 책임자 처벌법’이던 법안 이름이 ‘중대재해 기업 및 경영책임자 등의 처벌법’으로 변경됐고, 산업 재해 발생 시 처벌 대상에 기업 오너 등은 유지하되 중앙부처 장관과 지방자치단체장(시장 등)은 제외됐다.
또 정부는 상시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에는 법 적용을 4년 유예하는 데 이어 50~100인 미만 사업장에는 법 적용을 2년 유예하는 방안을 추가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액도 대폭 완화돼 ‘손해액의 5배 이상’을 ‘손해액의 5배 이내’로 축소했다.
사업주가 산재 발생 이전 5년 동안 3회 이상 안전·보건의무를 위반했거나 재해 관련 증거를 인멸한 경우 책임을 '추정'하도록 한 ‘인과관계 추정’ 부분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아예 삭제했다.
그러자 중대재해법 처리를 강하게 주장해온 정의당은 중대재해기업'보호’법이라며 비난하고 나섰다.
김종철 정의당 대표는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중대재해의 85%가 일어나는데, 이런 사업장에 적용을 4년 유예하는 것도 모자라 50~99인 사업장도 2년 유예를 하자고 한다. 원청책임도 약화, 처벌도 완화, 징벌적 손해배상도 약화”라고 지적하며 “왜 문재인 정부에서조차 산업재해가 줄지 않는지 이유를 알 것 같다”고 비난했다.
◆'경영권 방어수단 없다'는 재계 요구 외면
중대재해법 제정을 요구하며 19일째 단식 중인 고(故) 김용균씨 어머니인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과 이한빛 PD의 아버지인 이용관씨 등도 법사위 법안소위 회의 앞에서 자리를 지키며, 제대로 된 법 제정을 피력했다.
그러나 이날 직접 국회를 찾은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은 독소조항을 제거해 달라며 법사위에 재차 호소했다. 앞서 손 회장은 "중대재해법은 경영계가 생각하기에 매우 감당하기 힘든 과잉 입법"이라며 "법안의 최대 피해자는 663만개의 중소기업이 될 것"이라고 우려한 바 있다.
정부안을 중심으로 수정‧보완해 단일안으로 마련하려던 여당은 입장이 곤란해졌다. 야당은 “언제는 민주당이 우리와 협의를 했냐”는 태도를 고수하면서 책임을 회피하고 있어 사실상 여당이 중재를 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중대재해법과 함께 대표적인 반기업법을 묶인 노동3법도 이날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제63회 국무회의를 열고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비준을 위한 '노동3법' 법률공포안을 상정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근로기준법·고용보험법 개정안으로 구성된 노동3법은 노동권 강화를 골자로 한다. 해고자의 기업별 노조 가입을 허용하고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의 고용보험을 확대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구체적으로 노조가 노조 가입 자격을 규약으로 정하도록 함에 따라 기업별 노조에 해고자도 가입할 수 있게 됐다. 퇴직공무원·퇴직교원, 소방공무원, 조교 등 교육공무원의 노조 가입 길도 열렸다. 다만 기업별 노조의 임원 및 대의원은 해당 사업장에 소속된 조합원 중에서 선출하도록 했다.
또 노동3법을 통해 내년 7월부터 학습지 교사와 보험 설계사, 퀵서비스 배달기사 등 특고도 고용 안전망 내에서 보호받을 수 있게 됐다. 이들도 자의가 아닌 타의로 실업한 경우 실업급여 및 출산 전후 급여를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이에 경총과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긴급 호소문을 내고 “시행 시기를 1년 이상 유예하고, 경영권 방어 수단을 도입해달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