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이냐 원가절감이냐... 단말기 충전기 빠지는 속사정

2020-12-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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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어 샤오미도 스마트폰 패키지에서 충전기 빼기로 결정

화웨이·삼성전자도 뒤 따를 전망... 탄소배출 최대 70% 절감 기대

일각에선 "원가 절감하고 관련 비용 이용자에게 전가한다" 곱지 않은 시선

레이쥔 샤오미 최고경영자가 새 5G 단말기 Mi 11을 소개하고 있다.[사진=샤오미 제공]

 
애플에 이어 샤오미도 자사 단말기 패키지에서 충전기를 뺀다. 화웨이와 삼성전자도 뺄 채비를 하고 있다.

29일 레이쥔 샤오미 최고경영자는 중국 SNS 웨이보에 차세대 5G 단말기 '미11'에서 충전기를 기본 제공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레이쥔 CEO는 "이미 많은 사람이 많은 충전기를 갖고 있으며, 환경 보호를 위해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고 충전기를 빼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전작보다 부피가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미11 패키지를 공개하며 "충전기를 빼기로 한 결정에 이용자의 불만이 있을 수 있지만, 산업 관행과 환경 보호 사이에서 (충전기를 빼는 것보다) 더 나은 해결책은 없다"고 강조했다.

애플은 이보다 앞선 지난 10월 아이폰12 패키지에서 충전기와 번들 이어폰(이어팟)을 뺀 바 있다. 리사 잭슨 애플 환경·정책·사회 담당 부사장은 "아이폰12 패키지에서 충전기와 이어팟을 제외함으로써 패키지 크기를 줄였고, 배송 운반대에 제품을 70% 더 실을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물류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연 200만t씩 줄일 수 있다. 매년 45만대의 차가 도로에 없어지는 효과"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애플은 2030년까지 기업 활동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하는 등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히 '탄소중립(Net-zero)' 정책을 시행하는 회사이기도 하다.

업계에 따르면, 화웨이와 삼성전자도 단말기 패키지에서 충전기를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화웨이는 12월 중순 자사 무선 헤드폰 이용자를 대상으로 제품 기본 구성품에서 충전 케이블을 제외하는 것과 이에 따른 이용자들의 희망 가격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조사는 무선 헤드폰을 대상으로 한 것이지만, 단말기 패키지에서 충전기를 제외하는 것에 대한 사전 조사 성격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IT 매체 나인투파이브맥은 브라질 국가통신국 아나텔을 인용해 삼성전자도 다음달 공개하는 5G 단말기 갤럭시S21 시리즈에서 충전기와 번들 이어폰을 뺄 것이라고 보도했다. IT팁스터(유출자) 롤랑드 콴트도 "독일에서 판매하는 갤럭시S21 시리즈도 충전기와 번들 이어폰을 빼고 출시한다"고 밝혔다.

대신 갤럭시S21 시리즈는 전작인 갤럭시S20 시리즈보다 출고가가 10만원가량 저렴해질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삼성전자는 지난 8월 미국에 출시한 갤럭시노트20 패키지에서 번들 이어폰을 빼는 등 출시 지역과 모델에 따라 충전기와 이어폰을 제외하고 출고가를 낮추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단말기 공급망은 중국, 베트남 등에 위치한 제조 공장에서 전 세계로 신속하게 단말기를 전달하기 위해 탄소가 많이 배출되는 항공 물류에 기대고 있다. 업계에선 이번 충전기 제외 정책으로 비행기를 절반만 띄워도 종전과 같은 단말기 물량을 유통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애플을 포함한 단말기 제조사들이 5G 지원으로 인한 단말기 원가 상승을 상쇄하기 위해 충전기와 번들 이어폰을 제거한 것이란 지적을 하고 있다. 이용자에게 충전기 구매 비용을 전가하고, 단말기와 함께 무선 이어폰 제품군 판매량을 확대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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