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코로나 경제쇼크 119소방정신으로 극복하자

2020-12-27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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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이사장]  



화재를 예방·경계하거나 진압하고 화재, 재난·재해, 그 밖의 위급한 상황에서의 구조·구급 활동 등을 통하여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을 보호함으로써 공공의 안녕 및 질서 유지와 복리증진에 이바지함으로써 안전하고 행복한 대한민국을 위해 24시간 깨어있는 이들이 있다.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활활 타오르는 불길과 싸우고 사람의 생명을 구하며 각종 재난위험에 책임지는 수호자 바로 소방관이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운영하는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이 2016년 10월 대학생 614명을 대상으로 ‘가장 존경하는 직업’을 주제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존경하는 직업’ 보기로 제시한 총 20개의 직업 중 1위에 소방관·구급대원이 올랐지만, 동시에 ‘한국에서 가장 저평가된 직업’ 1위에도 소방관·구급대원이 선정된바 있었는데, 이는 가장 존경받아 마땅하지만, 걸맞은 대우는 받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었다. 이에 정부는 소방관 처우 개선과 효율적 재난 대응을 위해 2020년 4월 1일 전국의 모든 소방공무원을 국가직으로 전환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은 지난 12월 17일 “‘2020 크리스마스 마켓’ 행사를 준비하면서 가장 감동적이었던 순간은 대한민국 국민들은 가치가 있는 일에 의미 부여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선 장관은 “국민이 크리스마스 선물에서 가장 선물하고 싶은 100선 중에 1등을 한 것이 바로 소방관을 응원하는 일명 당근팔찌, 소방관 팔찌였다. 그만큼 우리 국민들은 가치 있는 일을 하는 사람에게 ‘박수를 보내는 국민’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고 강조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12월 24일 오후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소비 한파를 이겨 내고 경제 활력을 유지하기 위한 ‘내수 촉진 이어달리기’ 행사의 일환으로 소상공인을 위해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비대면·온라인 소비 촉진 행사인 ‘2020 K-MAS 라이브마켓’현장을 방문하여 무인점포 등 현장을 둘러보고, ‘당근팔찌’를 구입하며 관계자를 격려했고, 이날 구매한 팔찌는 서울시청 수도권 코로나19 특별상황실 근무자 등에게 전달될 예정이라고 국무총리비서실은 전했다.

당근팔찌는 수명을 다한 폐방화복이나 폐기동복 등을 업사이클링(새롭게 활용)해 가방 등 패션 상품을 제작·판매하고 영업 이익의 50%를 암 투병 중인 '공상 불승인 소방관'에게 지원하는 사회적 기업 ‘119레오’에서 만든 팔찌로 소방의 상징인 주황색 기동복과 방호복이 당근색깔과 같아서 당근팔찌라고 부르는데, “서로가 서로를 지킨다.”는 메시지가 119레오(REO ; Rescue Each Other)에 담겨있다고 전한다.

이승우 119레오 대표는 8년간 사고 현장을 누빈 김 소방관은 희귀암인 혈관육종암 판정을 받고 7개월 만인 2014년, 31살의 나이에 눈을 감은 고(故) 김범석 소방관의 이야기를 듣고 난 뒤, 모두가 알지 못했던 부분을 알리면서 암 투병 소방관에게 실질적인 도움도 줄 수 있는 프로젝트를 기획하던 중 탄생한 게 바로 ‘119레오’라고 한다. 구급자·로프·사다리 등 여러 소방장비가 있지만, 소방관을 지켜주는 방화복을 통해 의미를 전달하면 좋겠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리고 서울 강동·강북, 인천 계양 소방서 등에서 폐방화복 등을 받고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은 소방의 유구하고 찬연한 역사에서 큰 획(劃)이 아닐 수 없다. 예전에도 대형 재난상황이 발생하면 인접한 지역을 우선으로 소극적인 규모의 지원이 이뤄졌지만, 이제는 시·도 경계 없이 국가 차원의 지휘체계가 확립된 것이 가장 큰 발전이 아닐 수 없으며, "소방관 안전이 곧 국민 안전"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소방에 대한 관심이 여기저기서 현실화되고 있다. 연말까지 1만 4,000여명이 충원되며, 인명구조실적은 무려 71%가 증가했으며, 구급차 3인 탑승률을 84%로 높아지는 등 그야말로 꿈에만 그리던 소방공무원 6만 명 시대가 눈앞에 열리게 되었다.

아울러 내년 소방청 예산은 역대 최대인 2천200억 원으로 편성했고, 지방소방예산도 5조5,771억 원에 이른다. 소방병원도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고, 유해화학물질 사고대응 전문소방관도 양성할 계획이며, 신열우 소방청장 주도의 인사도 이뤄졌다. 이제는 사명의 무게에 당당하고, 책임의 질곡에 의연하고, 환경의 풍랑에 담대하고, 현장의 위험에 슬기롭게 분투할 때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연단하고 연찬하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국민의 귀중한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보호할 수 있는 강인한 체력과 헌신의 희생정신 그리고 소방기술역량으로 무장해야 한다.

그동안 동정받는 소방에서 동경받는 소방으로 거듭났다면 이제는 동정하는 소방이 되어야한다.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렵고 힘든 시기이다. 아직은 물질적으로 베풀고 기부할 여력은 없다. 다만, 희생과 헌신 즉 자기 중심적 사고가 아닌 상대 배려적 사고인 ‘119소방정신’을 베풀고 나누자는 것이다. 어느 현장에서도 똑같이 생명을 존중했고 어느 생명도 차별하지 않았듯이 누구도 괄시해서는 안 되고, 특히 약자를 외면해서는 더욱 안 된다. 나눔의 미학은 비움의 시작이 아니라 채움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컬럼비아대학교 ‘존 C. 머터(John C. Mutter)’ 자연과학 교수는 ‘재난 불평등(The Disaster Profiteers)’에서 ‘재난의 상황은 늘 사회적 약자에게 더 가혹하며, 자연보다는 인간이 더 큰 피해를 준다.’라고 역설했고,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 ‘키스 페인(Keith Payne)’심리학 교수도 ‘부러진 사다리(The Broken Ladder)’에서 “모든 악은 가난이 아니라 불평등에서 나온다.”라고 하며, “가난하고 불평등하면 사람의 마음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라고 했다. 멀리 보지 못해 가난한 게 아니라 가난해서 멀리 못 보는 것이다. ‘119소방정신’은 단 한 번도 재난 약자를 외면하지 않았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고통으로부터 배운다(파테마타 마테마타 ; Pathemata mathemata)”라는 말을 자주 사용했다고 한다.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렵고 힘든 절망의 시대에 삶의 고독과 고통은 빛나는 인생을 만드는 재료일지도 모른다. ‘No pain, no gain’즉, 고통 없는 성장은 없다. 지금의 고통은 더 잘되기 위한 성장통으로 생각해야 한다. 성경 잠언 17장 3절에 “도가니는 은을 풀무는 금을 연단하거니와 여호와는 마음을 연단하느니라.”고 했다. ‘Look at the bright side’라는 말처럼 구름 뒤에는 밝은 햇살이 있음을 믿고 이겨내야만 한다.

‘행동과 책임의 균형’이 필요한 시대이다. 베스트셀러 ‘블랙스완(Black Swan)’으로 유명한 뉴욕대 교수 나심 탈레브(Nassim Nicholas Taleb)는 ‘스킨 인 더 게임(Skin in the Game)’에서 “정책집행이나 투자조언을 하는 사람은 자신도 당사자가 돼 책임까지 져야 균형이 맞는다.”고 역설한다. 쉽게 말해 직접 손에 피를 묻히는 사람만이 행동(선택)할 자격이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반의적 표현인 ‘강경한 겁쟁이’라는 의미의 ‘치킨호크(Chickenhawk)’는 시사(示唆)하는 바가 크다.

최근 착한 임대인을 비롯한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의 눈물의 임대료에 대한 논란이 많다. 「임대료 멈춤법」 등 의안발의가 넘쳐나고, 3차 재난지원금과 연계하여 정부-임대인-임차인 간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자기희생과 고통분담 그리고 상대 배려의 희생과 헌신의 ‘119소방정신’을 소환하고 차용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솔선하고 ‘스킨 인 더 게임’이라는 말처럼 대상자와 경제주체들이 명확한 공동체적 인식과 지향점을 공유하고 고통을 분담한다면 감당하기 어려운 어떠한 큰 파고도 넘을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나눔의 미학은 온정의 손길이자 고통분담으로 알베르 카뮈(Albert Camus)의 시시포스(Sisyphus) 신화는 “끊임없이 바위를 산 정상으로 옮겨야 하는 인간의 숙명이지만, 사람들은 그 비참한 ‘형벌’을 오히려 ‘행복’으로 승화시키는 삶의 지혜”를 가르쳐준다. 그렇다. 우리는 아무리 어렵고 힘들더라도 ‘119소방정신’으로 코로나19든, 추위든, 위기든, 뭐든지 견디고 극복하고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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