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반도체 자급력을 높이려던 중국 정부의 계획을 막기 위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임기 막판에도 중국의 반도체 제재 강도를 올리고 있다” 며 “하지만 점점 더 많은 관련 당국자들이 이 제재에 대한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저지하기 위해 화웨이를 때렸던 것과 같은 방법으로 SMIC를 제재하고 있지만, 이러한 조치에 ‘허점’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미국 상무부는 SMIC의 10나노미터(nm) 이하의 공정이 적용된 반도체를 만드는 데 필요한 장비를 미국 기업이 수출할 때 수출 허가를 받도록 했다. 그러나 SMIC는 10나노 이상의 공정이 적용된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어 미국 상무부의 규제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는 최첨단 반도체를 사용하거나 반도체를 공정하는 데 모두 사용이 가능한 다목적 장비에는 미국의 제재가 전혀 효력을 낼 수 없다는 의미다.
실제 앞서 전날 SMIC는 미국 상무부의 제재에 대해 "10나노 이하의 고품질 제품 연구 개발에 심각하게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단기적인 회사 운영과 재정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미국 공화당의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과 마이클 매콜 하원의원은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SMIC에 대한 제재 조치는 완전히 효과적인 게 아니다”라며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꺾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미국의 블랙리스트가 단순히 정치적 쇼에 불과한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도 지적했다.
이에 따라 상무부는 “미국의 국가안보를 보호하기 위해 SMIC 제재를 재논의할 것”이라며 "이런 조처를 할 준비가 돼 있고, 리스트도 수정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18일 SMIC와 계열사 11곳을 포함한 중국 기업 60여곳을 무역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상무부는 특히 SMIC를 직접 거론하며 "중국이 미국 기술을 이용해 현지 첨단 기술 수준을 높여 파괴적인 군사 활동을 지원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이번 제재 조치로 SMIC는 앞으로 미국 공급업체로부터 핵심 부품을 들여오려면 화웨이처럼 미국 상무부에 특별 허가를 받아야 한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9월에도 SMIC에 특정 장비를 공급하려면 수출 면허를 취득하도록 조치했다. 이어 미국 국방부도 최근 SMIC를 중국군이 소유·통제하는 기업으로 분류하고 미국 투자자가 내년 11월부터 이들 기업의 주식을 사는 것을 제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