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응복 감독이 말하는 코로나19와 '스위트홈'

2020-12-22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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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트홈' 이응복 감독[사진=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에서 인기 웹툰 '스위트홈'을 시리즈 화 한다는 소식에 팬들의 반응은 둘로 갈렸다. 크리처물의 실사화에 관한 기대와 우려였다. 두 가지 반응 모두 충분히 납득 가능했다.

내면의 욕망으로 인해 사람들이 괴물로 변해가는 세상, 철거 직전의 아파트 그린홈 주민들이 괴물과 맞서 생존 투쟁을 벌이는 이야기는 이제까지 한국 드라마에서는 보기 힘든 소재였고 같은 이유로 기대와 우려를 낳았다.

게다가 욕망을 먹고 자란 괴물, 괴물화가 진행 중인 사람, 그리고 아직 싸울 힘이 남은 사람들을 비주얼적으로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 감히 상상하기도 힘들었다.

"크리처 장르(특정한 존재나 괴물이 등장하는 장르)는 처음 도전해보는 거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위트홈'을 선택한 건, 원작 때문이었죠. 도전해보지 못한 장르에 관한 장벽을 느낄 때도 많았지만 원작의 힘과 새로운 작업 방식에 관한 시도가 즐거웠어요. 연출자로서는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 어려운 일을 이응복 감독이 해냈다. '태양의 후예'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 등을 통해 수많은 '드라마 덕후'를 양산한 이 감독답게 이번에도 어김없이 감각적 연출과 디테일 그리고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끌어내며 '드라마 덕후'의 마음을 흔들었다. 지난 18일 전편이 공개된 뒤 해외에서도 열띤 반응을 보이는 상황이다.

"아직 해외 팬들의 반응까지는 살피지 못했어요. 현시점에서는 '크리처물' 보다 '드라마'를 강조한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 주실지 더 궁금할 뿐이에요."

'스위트홈' 스틸컷 중[사진=넷플릭스 제공]


이 감독의 말대로 '스위트홈'은 크리처물의 속성보다 그 안에 담긴 인간군상에 더 초점을 맞추고자 했다. 인물들의 심리 변화와 성장, 연대 등이 만들어지는 '드라마'가 더욱더 짙어진 것이다.

"하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 처음 목표는 크리처들로 보는 재미를 강조하는 거였는데 찍다 보니 상황 속 사람들의 변화나 유대감 같은 게 깊은 감동을 주더라고요. 괴물을 구현하려다가 괴물이 될 뻔했는데. 그 모습을 찍다가 도리어 구원받기도 했어요. 글로벌하게 공개됐을 때 외국 시청자들 반응을 지켜보고 있어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킹덤' '보건교사 안은영' 등은 의도적으로 한국적인 요소를 심어놓았다고 고백했던바. 큰 카테고리로 묶여 전혀 한국적이지 않은 요소들을 '한국적'이라 오해받기도 했고,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해외 시청자들에게 알리고자 하는 감독들의 포부가 담긴 결과기도 했다. 이에 한국적 드라마로 꾸려진 '스위트홈'도 이처럼 의도된 요소들이 있을까 궁금했다.

"표면적으로 글로벌한 반응을 끌어내려 한국적 이미지를 심은 건 없어요. 다만 표준적인 (한국적) 정서를 가져오려고 하긴 했죠. 그간 제가 해왔던 것 중 저를 감동하게 하거나 위로하는 건 결국 인간애적이거든요. 그게 바로 한국적이라고 생각해요. 평범한 사람들 앞에 괴물이 나타났을 때 한국 사람들은 어떻게 할까요? 우리는 어려운 상황일수록 서로 도우려 하고 연대하고자 해요. 그게 아름답고 미약하긴 하지만 '스위트홈'에도 녹아있다고 생각해요. 표면적으로 미드·영드 등을 보면 같은 상황에서 많이 싸우잖아요. 서로 소통하고 연대하는 과정. 다른 나라 사람들이 생각하면 놀랍게 여기는 한국의 힘인 것 같아요."

'스위트홈' 이응복 감독[사진=넷플릭스 제공]


인기 원작 웹툰을 시리즈로 만드는 시간은 창작자에게 즐거움과 동시에 고난을 안겨주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이 감독은 인터뷰 도중 몇 번이고 "괴물을 그리다 괴물이 될 뻔했다"라며 고충을 털어놓았다.

"웹툰이 이미 완성도가 높았기 때문에 중요한 부분이나 방향성을 살리면서 가려고 했죠. 좋은 장면을 놓치지 않으려고 했고 표현했지만, 우리가 가고자 하는 방향은 결국 인간의 본능 때문에 괴물이 되고, 그 인간이 실제로 구원할 수 있느냐에 관한 질문이었어요. 드라마화되면서 더 강화된 부분이죠. 웹툰 독자들이 느끼기에는 '변수'라고 볼 수 있지만, 방향성에서 뽑아낸 거예요."

원작 웹툰의 크리처들은 워낙 인기가 많아 구현할 때도 부담이 컸을 것이다. '1층 괴물' '연근이' '프로틴' 등 애칭까지 가진 크리처 아닌가. 시청자들은 크리처의비주얼과 움직임 등에 관해 우려를 드러냈지만 대부분 훌륭하게 완성돼 좋은 평가를 받았다.

"모든 괴물은 허들을 넘는 것 같았어요. 그중 가장 힘들었던 건 근육 괴물이죠. 마임으로 흉내를 낼 수도 없고 3D로 근육을 만드는 것도 상대적으로 힘들었어요. 흡혈 괴물도 정말 어려웠지만 현대 무용가 김설진이 움직임을 잘 만들어주었고 괴물 안의 본능과 욕망을 잘 표현해줬어요."

바이러스로 인해 지구 멸망이 가까워지고 인간들이 괴물화 되어 간다는 소재는 코로나19가 창궐한 지금 시점에서 더욱 공포스럽고 기괴하게 느껴진다. 이 감독 역시 "촬영 당시에는 관련 없는 이야기였지만 막바지에 들어 코로나19를 떠올릴 수밖에 없어졌다"라고 털어놓았다.

'스위트홈' 이응복 감독[사진=넷플릭스 제공]


"결국 '스위트홈'은 모든 이들을 응원하는 이야기니까요. 촬영 막바지에도 그런 마음을 전달하고 싶어서 이들이 차를 타고 빠져나오는 공간을 광화문으로 설정했어요. 이순신 장군 동상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신을 담고 차가 어디론가 떠나게 되는 모습을 통해 비주얼적으로 (응원하는 마음을) 표현했던 거죠."

지난 18일 전편 공개돼 벌써 반응이 뜨겁다. 시즌2에 관해서도 이야기가 쏟아지고 있는 상황. 이 감독은 "아직 계획은 없지만 여러 반응을 보며 구상하는 바는 있다"라고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영상화하면서 슬라임 괴물 등 착하고 좋은 괴물들을 삭제하게 됐어요. 흐름상 맞지 않았거든요. 기회가 된다면 시즌2에는 그런 괴물을 모셔와 전사도 펼쳐내는 재미가 있을 거 같아요. 시즌2는 시청자들이 원한다면 나올 수 있을 거 같아요. 반응을 보며 연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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