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현재의 양적 완화 기조를 장기간 유지하겠다고 밝혔지만, 증시에서 외국인들의 분위기는 여전히 냉랭하다. 코스피가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지만 외국인들의 매도세는 여전한 상황이다. 내년 코스피 3000이라는 장밋빛 전망들이 제시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미국의 정책 변화가 크게 없는 반면, 높아진 주가에 대한 부담감과 달러화 강세 등 시장을 억누를 만한 요소들이 상존해 있기 때문이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6.47포인트(0.23%) 오른 2778.65으로 마감하며 사상최고가 행진을 이어왔다. 하지만 외국인들은 이날도 70억원을 순매도했다. 12월 기준으로는 2조원 가까이 팔며 국내 증시에서 이탈하는 모양새다. 대표적 수급세력인 외국인들의 이탈이 국내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리는 만무하다. 그만큼 변동성 확대 우려감도 높아지는 이유다. 이유는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자 국내 시장에서 이탈 중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달 초 달러당 1080원까지 밀렸던 원‧달러 환율은 이날 1102.10원으로 마감하는 등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만큼 고점 부담에 가격 부담까지 안게 된 것이다. 실제 12월 7일 1082원을 기록한 이후 원·달러 환율은 단 두 차례(8일, 17일)를 제외하고 상승해왔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들은 9일과 16일 단 2거래일만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달러화 움직임과 외국인들의 움직임이 밀접하게 연관돼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또 시장 변동성을 축소해줄 글로벌 펀드에서 자금이 이탈한 것도 우려스럽다. 만일 단기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충격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주가 상승에 따라 펀드에서 자금이 이탈해 체력이 약해졌다는 얘기다. 이는 곧 증시가 하락할 때 펀드가 매수를 통해 시장을 잡아주기 어렵다는 것을 말한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의 낙관론이 너무 강한 것도 경계할 부분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글로벌 펀드자금 동향을 집계하는 EPFR에 의하면, 10월 말 선진국·신흥국 주식형 펀드 모두 현금 비중이 사상 최저 수준까지 하락했다”면서 “11월 미국 대선이 마무리된 후 글로벌 주식시장이 10% 이상 급등했음을 감안하면 펀드들의 현금 비중은 이보다 더 낮아졌을 것이다. 이는 예상치 못한 변동성이 나타나면 대응이 어렵다”고 말했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지수가 이미 고점에 위치해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할 상황이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금융위기 당시 경기 재건을 위한 재정 계획 도출과 함께 기대지수가 본격 회복 구간에 들어섰는데, 지금은 당시에 비해 빠른 기대치 회복이 이미 진행됐다”며 “기대했던 사안들이 현실화되면서 증시의 상승 동력들이 소진되는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