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훈 북한 내각 총리가 금강산관광지구 개발사업 현장을 시찰했다.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이기도 한 김 총리는 북한 경제를 총괄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사태에 북한이 방역 수준을 '초특급' 단계까지 상향하고 대내적으로는 단기 성과 도출을 위한 '80일 전투'를 강행하는 가운데 경제를 총괄하는 내각 총리가 금강산관광지구를 방문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북한 노동신문은 20일 "김덕훈 동지는 고성항 해안관광지구, 해금강 해안공원지구, 체육문화지구 등을 돌아보면서 명승지들을 개발해 인민들의 문화·정서적 요구를 최상의 수준에서 충족시킬 데 대한 당의 구상을 금강산관광지구 총개발계획에 정확히 반영하고 집행하는 데서 나서는 실무적 문제들을 토의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김 총리는 이 자리에서 "금강산지구를 현대적이며 종합적인 국제관광문화지구로 훌륭히 꾸리기 위한 개발사업을 연차별, 단계별 계획에 따라 밀고 나가며, 인민들이 자연경치를 한껏 즐기면서 휴식할 수 있게 건설에서 '선 편리성, 선 미학성'의 원칙을 철저히 지킬 것"을 언급했다.
또 김 총리는 "관광지구를 금강산의 자연경관에 어울리면서도 민족적 특성과 현대성이 결합된 우리 식으로 건설함으로써 민족의 명산 금강산이 인민을 위해 복무하는 명산, 온 세상이 부러워하는 문화휴양지로 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지에서 진행된 협의회에서는 "총개발계획안이 작성된 데 맞게 개발사업의 선후차를 바로 정하고 세계적 수준의 호텔, 골프장, 스키장 등의 설계와 시공에서 주체적 건축사상과 건설정책을 철저히 구현하기 위한 대책들이 토의됐다"고 신문은 전했다.
통일부는 북한의 이 같은 움직임에 "남과 북이 금강산 지역 현안 문제를 해결하고 국제적인 관광지로 발전시켜 나갈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하고 있는 만큼, 코로나 상황 등을 고려 적절한 시기에 만나 협의해 나갈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10월 23일(북한 매체 보도일 기준) 금강산 시찰 과정 중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을 싹 들어내도록 하라"고 지시했고, 이후 북한은 남측에 '시설 완전 철거·문서 협의'를 요구했다.
북한은 또 지난해 12월에는 대남 통지문을 보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올해 2월까지 금강산의 남측 시설물을 모두 철거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한국 정부는 대면 협의를 통한 일부 노후시설 정비를 주장, 북측의 통지문에 회신하지 않았다. 이후 지난 1월 30일 북한이 코로나19 전염 예방을 위해 '금강산 시설 철거를 당분간 연기한다'는 내용의 통보문을 보내오며 협의는 중단됐다.
이처럼 북한이 코로나19 방역 및 태풍으로 인한 수해 복구 등 내치에 주력해온 가운데 갑작스레 금강산관광지구 개발 문제를 재차 꺼내 들며 내년 1월 제8차 당대회에서 발표할 예정인 '새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에 금강산관광지구 개발 내용이 담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나름대로 코로나19 종식 이후를 대비하고 있는지 모른다"며 "2021년 코로나19가 종식되는 단계에 돌입할 경우 북한 입장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관광개방을 통한 외화 확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 교수는 이 같은 금강산관광지구 개발이 남북 접촉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도 판단했다.
그는 "(북한이) 본격적으로 금강산 지역을 독자개발하기 위해서는 남측 노후 시설을 완전히 정비, 철거하는 것이 선결과제"라며 "남측과의 접촉을 다시 시도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지금은 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어 당장 접촉을 제안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며 "내년 초 적절한 시점에 금강산 시설 철거 이슈가 남북 간 접촉 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정성장 미국 윌슨센터 연구원 또한 "코로나19 확산세 진정 이후 중국인 관광객 유치와 남한의 차기정부 출범 이후 관광교류 확대를 기대하면서 수년간에 걸쳐 금강산관광지구 개발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