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를 잔혹하게 성폭행하고 평생 장애를 갖게 만든 아동 성범죄자인 조두순이 출소한 가운데, 그의 했던 말 하나하나가 논란이 되고 있다.
12년 전인 2008년 12월 자신이 사는 경기도 안산시에서 당시 8살이던 여자아이를 납치한 후 성폭행해 큰 상해를 입혔던 조두순은 범죄 당시 음주 상태였다는 이유로 심신미약이 참작돼 단 12년형을 확정받았다. 그런 그가 12일 출소했다.
출소 전 조두순이 재소자나 상담사, 교도관 등에게 했던 발언을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가정 행복 짓밟는 짓 가장 싫어"
조두순 입에서 나오지 말아야 할 말이 나오기도 했다. 본인이 그런 짓을 해놓고 가장 싫어하는 행동이라고 대답했다.
13일 뉴스1에 따르면 조두순은 지난 2009년 법무부에서 진행한 심리조사에서 문항 46번 '무엇보다도 좋지 않게 여기는 것은'이라는 질문에 "가정의 행복을 짓밟는 모든 것들"이라고 답했다. 술에 취해 자신의 욕정으로 한 아이를, 그리고 아이를 사랑하는 가족들의 행복을 짓밟은 범죄자 입에서 나온 말이다.
이어 '결혼생활에 대한 나의 생각은'이라는 질문에는 "참 행복감을 느낀다"고 답했고, '내가 보는 나의 앞날은'이라는 질문에는 "평범한 삶을 살 것 같다"고 적기도 했다.
그동안 전문가들은 조두순의 공감능력이 떨어진다고 평가해왔었다. 이 같은 대답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성향 때문에 전문가들은 그의 재범 위험도가 크다고 보고 있다.
피해자 주치의였던 신의진 교수는 "조두순은 성범죄자 중에서도 익스트림 그룹에 속한다. 2008년 범행 당시에나 지금이나 피해자의 고통을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수정 교수 역시 공감능력 부재는 물론 장기적인 목표 부재, 기생적인 생활방식 등을 두고 조두순에 대한 재범 가능성과 함께 그를 사이코패스라고 결론 내렸다.
"부인이 있는 안산으로 돌아가겠다"
지난 9월 출소를 세 달 앞둔 시점에서 조두순이 안산으로 돌아올 계획이라고 밝혔다는 뉴스가 국민일보를 통해 보도됐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7월 심리상담사와의 면담 자리에서 조두순은 "죄를 뉘우치고 있고, 출소하면 물의를 일으키지 않고 살겠다. 이런 상황에서 이사를 갈 수도 없고 안산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안산시에는 조두순의 부인이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발언이 보도되자 피해자와 가족들을 안산시를 떠나겠다고 밝혔다. 피해자 아버지 A씨는 "아이가 울음을 터뜨렸다. 12년 만에 처음이다. 정말 반성하고 있다면, 정상인이라면 피해자 주변으로 온다는 소리는 감히 못할 것"이라며 분노하며, 힘들어하는 딸을 향해 "부모로서 할 말이 없다. 그저 지켜주지 못한 부모로서 할 말이 없다. 미안하다"고 말했다.
조두순의 안산 복귀 발언에 대해 누구보다 분노한 것은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다. 이 교수는 JTBC '방구석 1열'에 출연해 "조두순은 사이코패스 테스트 검사에서 40점 만점에 29점을 기록했다"며 연쇄살인범이 아니면 받기 어려운 점수라고 언급했다.
이어 "안산으로 돌아간다고 떠들고 있는 게 지역 사회에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시도고, 주목을 바라는 사이코패스 성향이다. 수백 시간 심리 치료 후에도 소아 성애자 경향이 불안정하다는 판정이 나왔다. 조두순 법이 생겼지만, 피해자를 향한 접근은 막을 수 없다"며 해당 사건은 현대사에 기록될 사건이라고 우려했다.
"출소하면 취업하고 싶어요"
지난 16일 잔혹한 성범죄를 저지르고도 12년형만 받고 출소하는 조두순이 취업 의사를 밝혔다는 헤럴드경제 보도가 나왔다.
법무부 산하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은 출소 2~3개월을 앞둔 출소 예정자나 출소자를 대상으로 취업 지원 프로그램 '허그일자리지원'을 진행 중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교정시설에서 취업을 설계하거나 출소 후 교육, 일자리 알선 등을 해준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단계에 따라 교육비 최대 300만 원, 취업성공수당 등이 지급된다.
그간 직업 훈련을 신청하지 않다가 출소를 앞두고 조두순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는 것. 법무부 관계자는 "조두순 스스로도 창업은 어려워하지만, 취업 관련 상담을 받고 정보를 얻겠다는 의사가 있었다. 나갈 때가 됐으니 참여시키려 한다"고 밝혔다.
물론 참여한다고 취업되는 것은 아니다. 그를 받아줄 업체가 있어야 하기 때문. 법무부 관계자들은 조두순이 너무 잘 알려진 인물이고 나이도 많아 취업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한 관계자는 "취업을 해야 다른 범죄를 안 저지르지 않겠냐. 돈을 버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 노력하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법무부 발언을 지적했다. 한 전문가는 "직업이 없어 발생한 범죄가 본질적으로 아니다"라며 취업 알선보다는 지속적인 치료 및 교육 등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수정 교수는 "조두순이 돌아와 불안에 떠는 피해자나 시민의 인권보다는 범죄자 인권이 중요하냐. 법무부는 범죄자를 위한 부서냐. 그는 백발백중 준수 사항을 위반할 것이다. 위반하면 몸소 위험성을 증명하는 것이고, 준수 사항을 위반하지 않는다면 혼자 잘 살 텐데 왜 취업까지 국가가 알아봐 줘야 하냐"고 분노했다.
"내 몸 내가 지켜야...출소하면 커피장사 하고파"
조두순이 출소 후 자신에 대한 보복이 두려워 운동을 하고 있다는 국민일보의 단독 보도가 나왔다.
조두순과 함께 경북북부제1교도소에 수감됐다가 출소한 A씨에 따르면 조두순은 한 시간에 팔굽혀펴기를 1000개씩 하는 등 운동에 열중했다. 동료 재소자들이 운동 이유를 물으면 '출소 후 보복이나 테러를 당할까 봐 걱정된다. 내 몸은 내가 지켜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A씨가 범행을 반성하느냐고 물어봤는데 조두순이 "술에 취해 기억도 안 나고 그런 행위를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고도 전했다. 또한 출소 후에는 부인과 함께 집 근처에서 커피 장사를 하려고 한다는 등 계획까지 말했다고 덧붙였다.
A씨는 조두순의 수감 생활을 자신의 노트에 남기기도 했다. 노트 내용에 따르면 조두순은 지난해 4월과 올해 1월 두 차례 배식량이 적다는 이유로 소란을 피우기도 했다.
특히 심리 상담에서 조두순이 "범행을 반성한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을 두고, A씨는 "내가 보고 들은 기간 중에는 조두순이 범행을 반성한 적이 없었다. 오히려 같은 교도소에 수감돼있던 오원춘이 매일 자기 독거실에서 피해자를 위한 108배를 하는 등 반성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