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효백의 新아방강역고-6] “고려는 황제국” 스모킹건12선(2)

2020-12-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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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왕건, 고려 건국 첫날 황제국을 선포하다

일본의 메이지유신보다 950년 앞선 고려의 함여유신

강효백 경희대 법무대학원 교수

[강효백의 新아방강역고-6] “고려는 황제국” 스모킹건12선(1)  

5. 태조왕건, 고려 건국 첫날 황제국을 선포하다

최초는 영원한 최고다. 책도 첫 페이지, 첫 구절이 제일 중요하다. 『고려사』(부산시 지방유형문화재 104호) 도 본문 첫 페이지 첫 구절만 읽으면 고려는 황제국가임을 단박에 알 수 있다. 『삼국사기』(국보 322호)와 더불어 우리나라의 유이무삼(有二無三)한 정사(正史) 『고려사』는 〈세가(世家)〉 46권 · 〈지(志)〉 39권 · 〈표(表)〉 2권 · 〈열전(列傳)〉 50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총137권의 방대한 『고려사』 <세가> 맨 첫 페이지 가득 고려가 황제국임을 명기하고 있다.

 

『고려사』 세가 1권 태조 918년 7월 .25일~26일 (양) 고려 건국일이자 태조 왕건 즉위일과 익일의 기록 태조 왕건은 칭제건원 구오통림의 극, 함여유신을 선포했다. [자료=강효백 교수 제공]



(1) 칭제건원
연호를 선포하는 행위를 '건원(建元)'이라고 한다. 독자적으로 연호를 제정하고 사용함은 문화권 전체의 맹주(황제나 제국 등)를 자처하는 행위였기 때문에, 황제를 자칭하는 '칭제(稱帝)'와 더불어 칭제건원이라 불렀다. 고려 태조 왕건은 황제로서 독자적인 연호를 사용했다. 그리고 그 연호는 '천수(天授)'로서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권한' 이라는 의미다.

태조가 포정전에서 즉위하여 국호를 고려(高麗)라 하고 연호를 고쳐 천수(天授)라 하였다.
『고려사』 세가 1권, 918년 6월 15일(음) 병진(丙辰) 7월 25일(양)

고려 태조 왕건은 고려 건국 첫날부터 고려가 황제국임을 선포했다.


(2) 톈안먼과 구오통림지극

톈안먼은 구오지존 황제의 지위를 상징한다. [자료=강효백 교수 제공]


중국 최고 권력의 상징 톈안먼(天安門)은 5개의 통로를 뚫은 성벽 위에 목조 누각을 지은 대표적인 성문 건축이다. 돈대위 성루의 건물은 정면(동서) 9칸, 측면(남북)5칸으로 9·5의 수를 사용하였는데 이는 황제를 위한 구오지존(천자의 자리로 황권을 상징)과 지극히 높아 위가 없는 지극의 뜻을 상징한다.

주역 64괘 가운데 첫 번째가 건괘이며, 건괘의 다섯 번째 효의 이름이 구오(九五)로 황제의 자리를 말한다. 양수 가운데는 9가 가장 높은 수이고, 5는 중앙에 위치해 있어 9와 5는 황제의 권위를 상징한다하여 ‘구오지존(九五之尊)’이라고 했다.

태조가 조서를 내리고 신하들이 사례하다 짐은 여러 공(公)의 추대하는 마음에 힘입어 (九五統臨之極구오통림지극)에 올랐으니, 나쁜 풍속을 좋게 고치고 모든 것을 다 함께 새롭게 바꾸려 한다(咸與惟新).朕資群公推戴之心, 登九五統臨之極, 移風易俗, 咸與惟新.
-『고려사』 세가 1권, 918년 6월 16일(음) 7월 26일(양)


태조왕건이 고려 건국 익일 918년 7월 26일 구오통림지극 즉 구오지존의 지고무상한 자리, 즉 왕중왕 황제의 제위에 올랐음을 천하에 선포한 것이다.

(3) 일본의 메이지유신보다 950년 앞선 고려의 함여유신
 

고려 태조 왕건의 동상에는 황제가 쓰던 통천관을 쓰고 있다[사진=강효백 교수 제공]


고려 태조 왕건은 고려왕국 개국 익일 918년 7월 26일 구오통림지극 황제로 등극을 선포하면서 '모든 것을 다 함께 새롭게 바꾸려 한다'는 뜻의 함여유신(咸與惟新)을 선포했다.

함여유신(1)*의 뜻은 ①모든 것을 다 함께 새롭게 바꾼다. ②모두 유신에 참여한다.③구폐를 일소하고 판을 새롭게 짜는 환골탈태를 의미한다. 유신(惟新)과 유신(維新)은 동의어다.(2)* 중국외에 최초로 유신(惟新)이라는 자구를 쓴 제왕은 고려 태조 왕건이 최초다.

1868년 일본의 허수아비 천황을 전제군주로 대전환한 메이지유신(明治維新)은 950년 전인 918년 고려 태조 왕건이 선포한 함여유신을 모델로 삼은 듯 하다. 1972년 박정희가 3권분립의 대통령제를 총통독재체제로 전환한 10월 유신이 메이지유신을 모방했듯. 다만 고려의 함여유신은 위에서 아래로 1인 독재의 ‘악성(惡性)유신’ ,‘나쁜 유신’인 일본의 메이지 유신이나 박정희의 10월 유신과는 전혀 다르다. 군주와 신하 백성이 모두 함께(3)* 참여해 모든 것을 새롭게 바꾸자는 ‘양성(良性)유신’, ‘좋은 유신’이라 높이 평가할 수 있겠다.

(4) 태조 왕건은 황제만이 쓰는 통천관을 착용했다
통천관(通天冠)은 중국의 황제가 쓰던 관의 이름이다. 진 시황 때부터 때부터 사용했으며, 높이는 구촌(九寸)으로, 거여(車輿)를 타고 이동할 때 항상 착용했다. 고려의 수도였던 개성에서 발굴된 고려 태조 왕건의 동상에는 황제만이 쓰던 통천관을 쓰고 있다. 황제 아래 왕이나 제후는 검은 비단으로 만든 원유관(遠遊冠)을 착용해야만 하고 5색 구슬을 12개씩 꿰어단 통천관을 절대 쓸 수 없다.

<계속···>


◇◆◇◆◇◆주석

(1)* 함께 새롭게 하자. 몸에 배어 있는 나쁜 습속을 말끔히 없애고 새롭게 됨. 모든 일을 새롭게 고침. 惟(유)는 維(유)와 같은 뜻. 維新(유신). 출전 書經(서경) 夏書(하서) 胤征篇(윤정편). 『한자성어·고사명언구사전』
(2)* 1.更新。语出《诗.大雅.文王》:"周虽旧邦,其命维新。"毛传:"乃新在文王也。" 2.自新。
(3)* ‘함께’의 어원은 동반의 모두 다 함(咸)과 ‘어저께, 그저께’ 시간의미를 같는 ‘께’와 합성어로 모두가 같은 시간에 다 같이라는 의미이다. – 우리말 배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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