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국제 선사가 운용하는 배가 많지 않다. 있어도 기존 운임의 3배가 넘는 돈을 지불해야 한다.”(경기도 양주에서 10년째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박 모 대표·60)
“국내 중소기업이 수출하려면 해운업체를 이용해야 하는데, 운송비용이 이전보다 4배 이상 올랐다.”(경기도 파주 소재 A중소기업 이 모 대표·36)
당장 급한 불을 끌 수 있다는 점에선 긍정적이지만, 늘어난 공급량이 내년에도 계속 유지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수출 중소기업만을 위한 물량이 따로 배정된 것도 아니어서 이전보다 서너배 뛴 해상운임 비용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공급량 크게 늘렸지만··· 중소기업 전용 물량은 ‘350TEU’뿐
정부는 이달 국내 선복 공급량을 3만6000TEU 규모로 제공한다고 2일 밝혔다. 11월 대비 40% 증가한 수준이다. 20피트짜리 컨테이너 하나가 ‘1TEU’다.
3만6000TEU는 12월 한달에만 공급되는 물량이다. 내년 1~2월 1~2척씩 임시선박을 확보했지만, 이달과 비교해 전체 물량은 적다.
정부 관계자는 “내년에도 상황이 지속된다면, 그때 임시선박을 더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했다.
3만6000TEU 중 중소·중견기업에 배당된 물량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현재 확보된 중소·중견기업만을 위한 물량은 매주 350TEU뿐이다.
정부 관계자는 “전체 물량은 늘었지만, (3만6000TEU 중)중소기업에 확보된 공간이 얼마나 늘어날지는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부처 관계자는 “대기업, 중소·중견기업으로 나눠 할당되는 게 아니다”며 “중소·중견기업 상황이 더 힘들어지면, 범부처 종합대응센터에서 관련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출량은 그대로인데 운임비 몇배 뛰어··· 정부 “운임비 일부 지원 검토”
중소기업에 확실하게 보장된 물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수출기업 입장에서는 날짜를 맞추기 위해 더 높은 비용을 지불해서라도 컨테이너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비용은 고정비가 아닌, 물동량에 따라 변동된다.
미서부향 FEU(1FEU는 40피트 컨테이너 1개)당 운임 비용은 올해 1월 1572달러였는데, 11월 27일 기준으로 3880달러로 두배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중소기업계가 실질적으로 체감하는 비용은 3~4배 늘었다.
박 대표는 “최근 수출 운임비용이 종전보다 3배 이상 들어갔다. 이대로 가다간 도산하는 중소기업들이 속출할 것”이라며 “정부가 업계 애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다른 수출기업 대표는 “실제 올해 수출량은 많이 늘어나지 않았는데, 운송비용은 몇 배 뛰었다”고 토로했다.
정부는 이달부터 70억원을 바우처 등에 투입해 수출기업 물류 관련 애로를 지원할 방침이다. 이 중 일부는 항공운임 보전사업과 유사한 해상운임 보전사업을 검토 중이다. 앞서 정부는 항공편 축소 및 항공운임 상승으로 인한 물류 부담 경감을 위해 국제 항공운송비와 현지 내륙 운송비를 30% 한도 이내로 지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