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국가 차원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3차 시행기간에 들어간다. 결론적으로 내년부터 온실가스를 더 많이 배출할수록 더 많은 탄소배출권을 구매해야 해 기업의 재무 상황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특히 중후장대업체들은 탄소배출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기에 더욱 우려가 커진다. 탄소배출권 3기 시행에 앞서 본지가 중후장대업체들의 재무상황을 점검해봤다.<편집자주>
내년 초 탄소배출권 거래제 3기 시행을 앞두고 정부는 올해 연말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담은 국가계획(NDC) 수립·공개를 앞두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탄소배출권 1기에 37%, 2기에 43.8%로 점차 강화됐음을 감안하면, 3기에는 더욱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가 설정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산업부문의 탄소배출 감축이 계획처럼 쉽지 않다는 점이다. 국내 경제의 성장과 고용을 책임져온 국가 기간산업인 정유·석유화학·철강 등은 대규모 탄소를 배출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이들 산업은 이미 대규모 투자가 선행돼 급격히 탄소배출을 줄이기도 쉽지 않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 현대제철의 탄소배출부채는 1143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현대제철의 영업이익이 3313억원(연결 기준)이었음을 감안하면 무시하기 어려운 규모다.
포스코(510억원), LG화학(252억원), 롯데케미칼(236억원), 금호석유화학(127억원) 등 중후장대 주요 기업 대다수가 대규모 탄소배출부채를 끌어안고 있다. 이 같은 탄소배출부채 규모는 점차 확대되고 있어, 조만간 중후장대 대기업의 성장성·수익성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한 산업 관련 교수는 "국내 중후장대 대기업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에너지효율과 기술력을 갖춘 상태"라며 "내년부터 탄소배출 관련 규제가 더욱 강화된다면 결국 생산을 줄일 수밖에 없어 대규모 실업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