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중국 반도체 굴기 선봉장으로 불렸던 중국 메모리반도체 설계·제조회사 칭화유니그룹(紫光集團)이 유동성 위기에 시달리다가 결국엔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졌다. 굵직한 중국 국유기업의 잇단 디폴트에 중국 채권시장도 요동치고 있다.
◆ 디폴트 빠진 '칭화대 주식회사'
칭화유니그룹은 ‘칭화대 주식회사’로 불리는 중국 국유기업이다. 중국 명문 칭화대학교가 칭화홀딩스라는 100% 자회사를 통해 지분 51%를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중국 '반도체 굴기(堀起, 우뚝 섬)' 선봉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산하 자회사만 588곳으로, 유니스플렌도어(紫光股份), 쯔광궈웨이(紫光國微), 쯔광쉐다(紫光學大) 등 상장회사 36곳을 거느리고 있다.
수년간 공격적인 사업 확장 등 영향으로 2018년부터 유동성 위기설이 돌았는데, 결국엔 디폴트에 빠진 것이다. 칭화유니그룹은 지난해 말까지 투자한 건수만 60건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 반년새 1조원 어치 채권 갚아야되는데···재정난 심각
중국 신용평가사 중청신국제는 지난 12일 이미 칭화유니그룹에 대한 신용등급을 기존의 'AAA'에서 'AA'로 강등하고 하향검토 등급 감시 대상에 올렸다. 그리고 칭화유니가 2018, 2019년 발행한 채권 3건의 신용등급도 AA로 하향조정했다.
중청신국제는 "칭화유니 그룹의 전략적 구조조정에 실질적 진전이 없고 불확실성이 크다"며 "채무상환 압력이 비교적 크다"고 평가했다.
이에 다음날인 13일 칭화유니그룹에서 발행한 채권 값은 하루 최대 20% 곤두박질쳤다. 이달 들어 낙폭만 최대 85%에 달하며 칭화유니그룹 채권 대다수가 10위안대 머물러 있는 수준이다.
중국 윈드사 통계에 따르면 칭화유니그룹의 보유한 채권은 모두 12개로, 총 174억4600만 위안어치다. 당장 12월에 4억5000만 달러(약 5000억원) 규모의 역외 채권도 상환해야 한다. 내년 상반기 상환해야 할 채권도 60억 위안어치가 넘는다. 중국내 발행한 채권 50억9600만 위안어치, 그리고 달러채 10억5000만 달러어치다.
하지만 칭화유니그룹의 재정난은 심각한 상태다. 올해 9월말 기준 총자산이 3007억5300만 위안으로, 총부채 2106억8600만 위안, 순자산이 900억6600만 위안에 달한다. 자산부채율이 70%가 넘는다.
이에 중국 정부에서도 나서서 칭화유니그룹 지원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지난 11일 베이징시 정부와 칭화홀딩스는 이미 전문가소조를 파견해 칭화유니그룹 재무상환 능력을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베이징은행에서도 칭화유니그룹 채무 상환을 위해 100억 위안 대출을 지원하기로 했다.
◆ 'AAA' 등급 국유기업도 디폴트···'디폴트 안전지대' 없다
칭화유니그룹 뿐만이 아니다. 최근 들어 중국 대형 국유기업들의 디폴트가 잇달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0일엔 중국 AAA 최고 신용등급의 허난성 석탄 국유기업 융청메이뎬(永城煤電, 이하 융메이)이 약 10억 위안 채권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해 디폴트에 빠졌다.
앞서 지난달 말에는 랴오닝성 정부가 100% 지분을 보유한 국유 자동차기업 화천그룹도 약 1700억원어치 채무를 상환하지 못해 디폴트에 빠진 바 있다. 화천그룹은 독일 명차 BMW의 중국 합자파트너 기업이기도 하다.
이는 중국 전체 채권시장까지 뒤흔들고 있다. 중국 채권 디폴트 '안전지대'는 없다는 걸 투자자들이 확인하면서다. 중국증권보에 따르면 지난 10일부터 16일까지 모두 30개가 넘는 채권 발행이 취소 혹은 연기됐다. 모두 265억 위안어치다. 채권시장 불안 속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16일 중국 1년 만기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조작을 통해 모두 8000억 위안어치 유동성을 투입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