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中파트너' 화천그룹 디폴트...랴오닝성 경제난 얼마나 심각한가

2020-10-25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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랴오닝성 정부 100% 보유한 화천그룹 1700억 채무 미상환

BMW합작사 수익으로 연명···사실상 '적자행진'

랴오닝성 지역경제 위기 속 '제2의 둥베이특수강 사태' 우려도

BMW의 중국내 합작파트너사인 화천그룹이 디폴트 위기에 처했다. [사진=화천바오마]


BMW 중국내 합작 파트너사로 잘 알려진 중국 화천(華晨)그룹이 최근 약 1700억원어치 채권을 상환하지 못해 결국 디폴트(채무불이행)을 선언했다. 랴오닝(遼寧) 정부가 지분 100%를 보유한 화천그룹의 디폴트로 사실상 동북3성 중 한 곳인 랴오닝성 경제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지 드러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 랴오닝성 정부 100% 보유한 화천그룹 1700억 채무 미상환
중국 증권시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화천그룹이 지난 23일 만기 도래하는 10억 위안(약 1700억원)어치 사모채를 상환하지 못해 사실상 디폴트에 빠졌다. 화천그룹은 24일 "현재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연구 중"이라고 답했지만 이틀이 지난 25일까지 채무를 상환하지 못했다.

기관들은 화천그룹 신용등급을 잇달아 하향조정하고 나섰다.  다궁국제는 지난 21일 화천그룹 신용등급을 'A+'로 낮추고 전망도 '부정적'으로 낮췄다.

둥팡진청도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AAA'였던 화천그룹 신용등급을 최근 한달 새 세 차례 조정해 'BBB'까지 낮췄다. 이례적이다. 둥팡진청은 "적자난에 빠진 화천그룹은 수익 창출력이 약해 채권 상환압력 비교적 크다"고 지적했다. 

10억 위안 디폴트는 고작 '시작'에 불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화천그룹은 현재 총부채가 1328억4400만 위안으로, 자산부채율은 71.4%에 달하고 있다. 하지만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326억7700만 위안에 불과하다. 수중에 빚을 갚을 돈이 없다는 얘기다. 

앞서 21일 장쑤신탁으로부터 빌린 10억2000만 위안어치 신탁대출도 만기가 도래했지만 갚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화천그룹은 지난 8월에도 한 차례 유동성 위기설이 불거지며 시장에서 채권값이 20~30%씩 일제히 급락하기도 했다. 당시 화천그룹은 "모든 생산·경영 활동은 정상적으로, 만기 도래한 채권은 모두 상환하고 있으며, 디폴트 발생은 없었다"고 말했다. 한 화천그룹 관계자는 "화천그룹은 랴오닝성 국유기업으로 문제가 나타날리 없으니 걱정하지 마라"며 "모든 재무상황은 안정적"이라고도 했다. 

◆ BMW합작사 수익으로 연명···사실상 '적자행진'

랴오닝성 선양시에 본사가 소재한 화천그룹은 1949년 설립돼 중국 자동차 산업 발전을 이끌어 온 대표적인 자동차회사다. 랴오닝성 정부와 랴오닝성 사회보장기금이 각각 지분 80%, 20%를 가진 국유기업이다.

랴오닝성 이외에 쓰촨, 충칭 등에 완성차 기업 5곳, 엔진 부품기업 2곳 등 160여개 크고 작은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증시 상장된 자회사만 4곳에 달한다. 직원 수는 총 4만7000명으로, 자산총액은 2000억 위안(약 34조원)에 육박한다.

특히 BMW 중국내 합작 파트너사로 잘 알려져 있다. 2003년 화천그룹은 BMW와 '화천바오마(華晨寶馬)'라는 합작사를 설립했다. 지분은 약 50대 50였다.

사실 화천바오마는 화천그룹의 '캐쉬카우(현금창출원)'였다. 사실상 화천바오마 수익에 전적으로 의존해 연명했던 것.

증권시보는 2011~2017년 화천바오마가 화천그룹 전체 순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게는 95%에서 많게는 120%를 차지했다며, 화천바오마 순익을 제외하면 화천그룹은 2012년부터 사실상 적자 상태였다고 꼬집었다. 화천그룹 내부 계열사 중 돈 벌어오는 기업은 사실상 화천바오마밖에 없다는 얘기다. 지난해에도 화천그룹 전체 순익이 67억6200만 위안으로 집계됐는데, 화천바오마가 벌어들인 순익이 76억2600만 위안이었다. 

그런데 앞으로는 화천바오마가 더 이상 돈을 벌어줄 수 없게 됐다. 최근 화천그룹이 화천바오마 지분 25%를 BMW에 넘기기로 하면서다. 이로써 향후 화천그룹 재무제표에서 화천바오마가 빠지게 되면 화천그룹 실적은 더 악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졌다. 

◆랴오닝성 지역경제 위기 속 '제2의 둥베이특수강 사태' 우려도

이같은 대형 국유기업이 고작 10억 위안규모 채권을 상환하지 못해 디폴트에 빠지면서 사실상 랴오닝성 지역경제 위기를 보여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랴오닝성 국유기업이 디폴트에 빠진 건 화천그룹 뿐만이 아니다. 랴오닝성에서 두 번째로 큰 국유기업인 둥베이특수강(東北特鋼)은 지난 2016년부터 현재까지 약 10차례 디폴트를 냈다. 총 디폴트 액수만 70억 위안이 넘으며, 연루된 투자자만 백여 곳이다. 둥베이특수강 역시 랴오닝성 정부가 지분 46%를 보유한 국유기업이지만 아직까지도 디폴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로써 랴오닝성 정부는 사실상 신용위기에 빠졌다. 현재 랴오닝성이 발행한 지방채 금리는 다른 지역보다 높을 정도다. 

일각선 화천그룹이 '제2의 둥베이특수강'이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현재 화천그룹이 당장 상환해야 할 채권만 100억 위안이 넘기 때문. 랴오닝성 기업들이 부실채권 압박에 시달리고 있지만 지역경제 악화로 랴오닝성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 줄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랴오닝성 올 1~3분기  국내총생산(GDP)는 전년 동기 대비 1.1% 하락했다. 중국 평균치 증가율 0.7%에 한참 못 미친다. 중국 31개 성·시·자치구 중 이 기간 마이너스 증가율을 보인 곳은 코로나19 발발지인 후베이성과 네이멍구, 그리고 랴오닝성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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