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도쿄올림픽 '제2의 평창' 구상, 시도 전부터 삐걱?

2020-11-12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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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시대' 앞두고 속도내는 한일 관계 복원 시도

박지원 이어 김진표 한·일의원연맹 회장 12일 방일

서훈 靑 국가안보실장, 17일 日 방문 일정 조율 중

도쿄올림픽 계기 한일 갈등·비핵화 교착 돌파 의도

박지원 방일에도 日 '韓 해결책 마련해야' 입장유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12일 일본 언론, 외교가에 따르면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은 앞서 방일 일정에서 일본 정부에 문재인 대통령의 한·일 관계 개선 의지를 전달하면서, 도쿄올림픽을 한반도 평화 촉진의 장으로 만들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 도쿄하계올림픽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물꼬를 마련했던 ‘제2의 평창동계올림픽’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와 관련 문재인 정부가 남·북·미·일 정상이 한자리에 모이는 이른바 ‘도쿄 4자회담’을 제안했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구상은 본격적으로 추진되기도 전에 삐걱거리는 모양새다.
 

박지원 국정원장이 11일 오후 일본 방문을 마치고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지원·김진표·서훈까지···文정부 한·일 관계 복원 전력투구

박 원장은 전날 3박 4일간의 방일 일정을 마치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해 기자들과 만나 “(일본 총리 예방 결과를) 문 대통령에게 보고 드리겠다. 청와대에서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연내 서울 개최를 추진 중인 한·중·일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좋은 방향으로 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이와 관련 한·일의원연맹 회장인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날부터 14일까지 일본을 방문하고,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도 오는 17일에 방일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 예방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출범을 앞두고 미국과 동맹인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이 차기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하면 미·일 동맹을 한층 강화할 것이고, 이것이 한·일 관계에 영향을 줄 거란 관측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실제 스가 총리와 바이든 당선인은 이날 오전 문 대통령보다 먼저 10여 분간의 전화 통화를 갖고, 미·일 동맹 강화 의지를 재확인했다.

정부는 장기간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한·일 갈등을 정치적 결단을 통해 해결하려는 듯하다. 박 원장이 이번 일본 방문에서 한·일 정상 간의 새로운 공동선언인 ‘문재인-스가 선언’을 제안한 것도 이런 해석을 뒷받침한다.

이날 일본으로 출국하는 김 의원은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년 동경(도쿄)올림픽을 계기로 양국 간에 교류 협력이 더 강화되는 일을 한·일의원연맹, 일·한의원연맹이 중심이 돼 추진함으로써 한·일 정상들이 정치적 결단을 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12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전화 회담을 마친 뒤 기자들에게 회담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도쿄올림픽, 제2의 평창 구상···본격 추진 시도 전부터 삐걱

정부가 도쿄올림픽을 ‘제2의 평창’으로 만들고자 남·북·미·일 혹은 남·북·일 북핵 다자회담을 제안했을 거란 관측도 있다. 문 대통령은 앞서 도쿄올림픽을 한반도 평화 촉진의 장으로 만들고, 한·일 관계 개선과 교류를 촉진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정부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수립에 6~7개월 소요, 내년 6~7월쯤 대략적인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한 차례 연기된 도쿄올림픽 개최 시기(2021년 7월 23일~8월 8일)와도 맞물린다.

스가 총리로서 ‘장기집권’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의 그늘에서 벗어나려면 자신만의 성과가 필요하다. 현재까지 스가 총리가 쓸 수 있는 카드는 ‘도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다. 이를 위해선 한·일 관계 개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일 등 빅 이벤트가 필요하다고 판단, 도교올림픽 계기 북핵 다자회담을 제안했을 거란 얘기다.

그러나 일본은 이를 적극 부인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일본 관방장관은 전날 정례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이 도쿄올림픽에 맞춰 ‘남·북·미·일’ 4국 정상회담을 제안했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상대로부터 그런 구상 제안은 없었던 것으로 들었다”고 답했다.

또 가토 장관은 박 원장의 스가 총리 예방과 관련 “새로운 공동선언 작성을 포함해서 한·일 관계에 대한 구체적인 제안이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알고 있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기존의 일본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스가 총리가) 한·일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는 계기를 한국 측이 만들 것을 재차 요구했다”라고 주장했다.

미국 워싱턴 한·미경제연구소의 트로이 스탠가론 선임국장은 11일(현지시간)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일본은 북한과 일본인 납치자 문제에서 진전이 없이는 도쿄올림픽 4자회담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전문가들도 도쿄올림픽 4자회담의 실현 가능성을 낮게 점쳤다.

마크 피츠패트릭 전 미국 국무부 비확산담당 부차관보는 RFA 인터뷰에서 바이든 당선인이 북핵 협상에서 중대한 진전이 있을 때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날 것이라고 강조한 만큼, 도쿄올림픽에서의 4자회담이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이 환영하지 않을 거란 주장도 나왔다. 중국이 한반도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어느 국가보다 원하는 만큼, 자국이 빠진 북핵 4자회담을 적극적으로 반대할 거란 주장이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담당 수석 부차관보는 “중국은 자신이 빠진 채 남북, 미국, 일본 정상이 도쿄올림픽 때 모여 북한 문제에 대해 논의하는 것을 반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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