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롯데의 이 같은 구조조정은 이번 3분기에 기대 이상의 실적으로 직결돼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코로나19 사태 극복, 이커머스 콘텐츠 강화 여부는 여전히 숙제로 남았다.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롯데쇼핑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111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8%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4조1059억원으로 6.8% 감소했지만, 당기순이익은 30억원으로 오히려 흑자 전환했다. 점포 구조조정에 따른 판관비 감소로 수익성이 대폭 개선된 덕이다.
특히 작년 실적 저하 문제로 심각한 어려움에 시달렸던 대형마트는 이번 3분기 전년 동기 대비 160.5%나 급증한 32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기대 이상의 실적을 내는 데 성공했다. 명절 세트 판매 호조세 등 신선식품 매출이 늘었고 부진 점포의 영업 종료 등 경영 효율화 시도가 주효했다는 것이 롯데쇼핑 측 설명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롯데의 경우 워낙 점포 수가 많고 개편도 대규모로 진행되고 있다 보니, 이에 따른 기저 효과도 당분간 이어질 것 같다"며 "이는 다른 유통 업체들의 조직 개편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롯데는 올해 2월 '2020년 운영 전략' 발표 이래 비효율 점포 및 부진 사업을 정리하겠다고 거듭 밝혀왔다.
전략 핵심은 롯데쇼핑의 그간 주력 사업으로 꼽혔던 국내 백화점, 할인점(대형마트), 슈퍼, 헬스앤뷰티(H&B) 스토어 롭스(LOHB's), 양판점(전문점) 들 중 채산성이 없는 약 20%, 총 200개 점포를 3~5년 목표로 폐쇄하는 것이다.
특히 최고 수장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연초 "실(實) 점포에서의 성공체험을 모두 버리겠다"는 표현을 사용할 만큼 롯데쇼핑의 전면적 조직 재구성을 사실상 공론화했다. 말 그대로 수익성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신사업에 사활을 걸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롯데로서는 이 같은 고육책에 가까운 점포 정리에만 기댈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한 경제학과 교수는 "오프라인 유통 업계가 빠른 속도로 침체되는 가운데, 리딩 업체인 롯데가 한 템포 빠른 구조조정에 나서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다만 구조조정에 따른 실적 개선에만 의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직원들 사기 문제도 걸려 있는 만큼 점포 재정돈은 빠른 시간 내 완료돼야 한다. 이는 롯데도 너무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연초 신동빈 회장이 '인터넷 사업을 일원화하고 모든 제품을 가까운 매장에서 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며 제시한 비전에 답이 있다고 본다"며 "점포 조정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는 과정이 뒷받침돼야 하며, 롯데가 심혈을 기울여 론칭한 온라인 쇼핑 플랫폼 '롯데온(ON)'이 2~3년 내로 얼마나 시장에 연착륙이 되는지가 코로나 사태 극복은 물론, 향후 실적도 결정짓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