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6대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으면서 북·미 비핵화 협상 전망도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기존 대북정책의 연장선에서 ‘톱다운(Top down)’ 방식으로 북한 문제를 해결, 제3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가 높아질 전망이다.
그러나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승리로 미국 정권의 교체가 이뤄지면 ‘원칙 외교주의’에 근거한 ‘보텀업(bottom-up)’ 방식으로 북핵 문제를 풀어 전 세계가 주목하는 ‘빅 이벤트’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북·미 비핵화 협상 재개, 트럼프 재선에 달려
4일 외교가 안팎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되면 미국의 기존 대북정책 기조가 이어져 북·미 비핵화 협상 재개에 속도가 붙을 거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앞세워 재선에 성공하면 북한과 신속한 협상을 재개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달 16일 내년 도쿄하계올림픽을 계기로 북한과 협상을 할 수 있다며 구체적인 협상 재개 시점까지 언급하기도 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이날 통화에서 “‘트럼프 2기’ 출범을 기점으로 북·미 비핵화 협상은 지금까지 진행됐던 상황보다는 개선될 것”이라며 “(미국이) 협상 구도로 교착보다는 문제 해결 쪽으로 북한 문제를 바라볼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나오게 할 방안이다. 현재 북한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 없으니 미국과 대화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미국 대선에 대한 불확실성이 사라지면 북·미 모두 기존의 강경한 태도에서 한 걸음 물러나 유연성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홍 실장은 앞서 미국 측이 북·미 대화가 재개되면 유연하게 임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는 것을 언급하며 “기존에 파악한 북한의 요구사항을 어느 정도 반영해서 가겠다는 의미”라며 “북한도 유연성을 갖고 나올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후보가 차기 미국 대통령 자리에 앉으면 한반도 비핵화 시계 속도는 더 느려질 거란 우려가 크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대북정책이 오바마 정권의 ‘전략적 인내’로 회귀할 것으로 본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고도화됐고, 북한 문제가 이미 미국의 대외정책에서 일정 부분 우선순위에 오른 만큼 이전처럼 북핵 문제를 방치하진 않을 것이란 주장도 있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가 원칙에 입각한 외교를 앞세워 실무부터 단계적으로 북핵 문제에 접근할 것이기 때문에, 이른 시일 내에 북·미 대화 재개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바이든 행정부의 새로운 외교라인과 대북정책 구축까지 최소 6개월이란 시간이 걸리는 것도 걸림돌이다.
이 때문에 북한으로선 트럼프 2기 행정부를 더 선호할 수도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및 미국 윌슨센터 연구위원은 “만약에 바이든이 당선된다면 (북한은) 내부적으로 매우 당혹할 것”이라며 “북한도 북·미정상회담을 김정은의 대외정책 성과로 선전, 국내 정치에 활용할 수 있어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희망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비핵화 협상 재개에도 남북 관계 교착 여전할 듯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북·미 비핵화 협상 재개에도 남북 관계는 여전히 교착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기존 대북정책이 유지되는 만큼 비핵화 협상에서의 한국 정부 역할도 예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관측에서다.
미국은 현재 핵 협상과 남북 협력이 같이, 즉 남북 관계 개선보단 북·미 비핵화 협상 진전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홍 실장은 “(한국은) ‘북·미’가 먼저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비핵화 구상에서 운신의 폭이 좁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으로 북·미 비핵화 협상이 진전을 이뤄도 남북 관계의 개선을 기대하긴 힘들다고 지적했다.
단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 실낱 같은 희망은 있다. 바이든 행정부를 상대하기 어려운 북한이 한국을 통해 미국 설득에 나설 수도 있다는 관측에서다. 하지만 큰 기대는 어렵다.
한편 미국 대선 결과가 확정돼도 북핵 문제는 내년 1월까지 실질적인 성과 없이 상황관리 국면은 유지될 듯하다. 북한이 내년 1월 노동당 최대 정치행사인 제8차 당대회를 앞두고 있고, 차기 미국 행정부 완성까지 최소 1~2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