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눈에 띄는 성과를 달성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등 각종 악재에도 불구하고 지난해에 이어 사상 최대 실적 기록이 유력할 전망이다. 초고액 자산가 대상 서비스 강화, 디지털 혁신 등 미래 성장을 위한 먹거리 준비도 착실히 진행되고 있다. 사모펀드 사태에서도 빠른 대응을 선보이며 선제적인 위기관리 리더십을 선보였다.
11년만의 적자에서 '최대실적' 반등
올해 1분기 국내 증권사들의 성적표는 초라했다. 코로나19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양상으로 확산되며 실적이 곤두박질쳤다. 해외 증시 폭락에 따른 펀드 등의 평가손실과 주가연계증권(ELS) 등 파생상품 손실 등으로 주요 증권사들 대부분이 실적 하락세를 겪었다. 특히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 이후 처음으로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정 사장 취임 2년차에 맞은 대형 악재였지만 침체는 길지 않았다. 한국투자증권은 상반기 순이익 1619억원으로 적자에서 조기 탈출하며 실적 반등의 신호탄을 쐈다. 2분기만 따지고 보면 순익이 2958억원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2% 늘어난 규모다. 2분기 국내 증권사 중 실적 1위를 기록한 미래에셋대우와 근소한 차이로 2위를 차지했다.
IPO 수수료 1위 전망... WM선 '특화 서비스' 출시
최근 수년간 기업공개(IPO) 시장의 강자로 자리매김한 한국투자증권은 '정통 IB맨'인 정 사장의 리더십 아래 순항을 거듭하고 있다. 공모주 시장이 '역대급' 흥행을 연이어 기록하며 더욱 존재감이 커졌다. 올해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 빅히트엔터테인먼트로 이어진 대형 IPO에 모두 참여하며 높은 수익을 올렸다. 공모 규모에서는 지난해 업계 1위였던 NH투자증권이 우위지만, 수수료 수익의 경우 한국투자증권이 150억원 규모로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자산관리(WM) 부문에서도 새롭게 선보인 서비스도 눈에 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9월 초고액 자산가를 대상 특화 서비스를 전담하는 'GWM(Global Wealth Management) 전략담당' 조직을 신설했다. 30억원 이상의 고액 자산가에게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금융상품 투자는 물론 IPO 등 기업금융, 가업 승계를 위한 법률 및 세무 자문 등을 한 곳에서 해결할 수 있는 통합 솔루션을 제시하는 조직인 셈이다.
혁신적 서비스로 디지털 전환 선두
최근 금융투자업계의 대세가 된 디지털 혁신 분야에서도 유의미한 성과를 내놨다. 올해 하반기엔 해외주식 투자자들을 위한 전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인 '미니스탁(ministock)'을 출시했다. 지난해 출시를 예고한 뒤 1년여 가량의 개발 기간을 거쳐 내놓은 주식투자 플랫폼이다. 고가의 해외주식을 소수점 이하 단위로도 쪼개 거래할 수 있어 해외 증시에 관심을 가진 투자자들에게 유용하다.
리서치센터에서는 AI(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한 리서치 서비스인 '에어(AIR)'를 선보였다. AI가 매일 3만여건의 뉴스를 분석, 리포트 형태로 제공하는 서비스다. 지난 7월 출시 후 3개월 간 619개 종목에 대해 1052개의 리포트를 내놨다. 최근에는 해외 주식도 분석 대상에 포함시켜 'AIR US'도 내놨다. 국내 주식과 달리 정보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투자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올해 악재가 없던 것은 아니다. 금융투자업계를 뒤흔든 사모펀드 환매 연기 사태에 한국투자증권이 판매한 펀드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다만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발빠른 대응으로 위기에 대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도마 위에 올랐던 옵티머스 펀드의 경우 사태 발생 직후 사장 직속 소비자보호위원회를 개최, 고객들에게 투자금을 선지급했다. 최근 2차 지급을 추가로 결정하며 원금의 90%는 고객들에게 미리 돌려주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