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전거래일(1132.9원)보다 5.2원 내린 1127.7원에 마감했다. 이날 환율은 1130.0원에 장을 시작한 뒤 완만한 하향곡선을 지속했다.
원·달러 환율은 이달 들어 낙폭을 더욱 키우고 있다. 이달 초 1163.4원에 거래됐던 환율은 이날까지 무려 35.7원이나 떨어졌다. 코로나19 이후 사태는 더욱 가중되는 모양새다. 지난 3월 19일 환율은 1285.7원까지 고점을 높였던 바 있다.
가장 기본적인 원인은 ‘달러 약세’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이날 92.76에 그쳤다. 전장보다 0.14% 낮아진 수치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무제한 돈 풀기'에 나서면서 시중에 유동성이 공급된 영향이 컸다.
미국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대선 이후 타결될 것이라는 전망도 달러 약세를 부추겼다. 실제로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경기부양책과 관련해)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의장과 이견이 여전하다”고 갈등을 밝히기도 했다.
‘중국 위안화’ 강세도 한몫했다. 이날 중국인민은행은 달러당 위안화 환율을 6.6725위안으로 고시했다.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의 6.6703위안보다는 0.03% 상승(위안화 가치 약세)했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위안화는 이달 들어 중국 경기회복을 시사하는 다양한 지표가 발표되면서 빠르게 안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 정부가 ‘쌍순환(내수·수출)' 부양책을 내놓은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환율 하락 흐름이 이어질 거란 전망을 내놓는다. 내년 상반기에는 1000원대로 갈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당분간 이 같은 흐름을 지속해 연말에는 1110원대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내년 상반기에는 1080~1090원대로 1000원대 진입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국내 수출업체에 상당한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급격한 환율 하락이 한국 경제에 '독(毒)'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걱정은 더욱 크다. 황세운 상명대 DNA랩 객원연구위원은 "문제는 속도"라면서 "(환율이) 완만하게 떨어지면 기업이 대응할 시간이 있지만 지금처럼 변동폭이 크면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원화 강세에도 외국인은 한국 증시에 적극적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 이날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1187억원을 순매도했고, 코스닥 시장에서는 335억원을 순매수하는 데 그쳤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0.72% 내린 2342.91에 장을 마쳤고, 코스닥은 3.71% 내린 778.02에 마감했다.
코스닥은 이날 종가 기준 지난 7월 16일(775.07) 이후 3개월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수가 종가 기준 800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8월 21일(796.01) 이후 처음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센터장은 "연말 대주주 양도세 부과 이슈가 있다 보니 기관이 미리 포지션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코스닥만 집중적으로 빠졌기 때문에 특별한 악재로 보기보다는 이런 수급과 관련한 하락세로 해석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