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가 사랑했던 땅, 용산…현대와 엇갈린 '랜드마크 드림' 행보

2020-10-25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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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서 이겼지만, 결국 무산…한전부지 거머쥔 현대차, GBC로 강남 랜드마크 만든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왼쪽)과 이건희 삼성회장이 2011년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전경련 회장단 회의 만찬에 앞서 악수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 재계의 거목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5일 별세한 가운데, 과거 랜드마크 빌딩을 두고 치열하게 맞붙었던 현대자동차그룹과의 엇갈린 행보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회장이 용산에서 이루려고 했던 삼성의 '랜드마크 드림'은 무산됐으나, 당시 삼성에게 패배했던 현대차그룹은 삼성동에서 랜드마크 타워 건설에 나서면서다. 

삼성 일가는 이병철 창업주부터 이 회장에 이르기까지 풍수지리를 중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들은 풍수지리학자들이 명당으로 꼽는 용산 일대에서도 '명당 중의 명당'으로 지목하는 한남동 일대에 모여서 살 정도로 용산 사랑이 유별났다.
용산 일대는 삼성가뿐 아니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최태원 SK회장 등 재계 총수들의 총애를 듬뿍 받는 지역으로도 유명하다. 총수들의 자택이 대부분 용산 한남동 일대에 있기도 하고 용산부지를 활용한 비즈니스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특히 용산에 대한 이 회장의 애정은 남달랐다. 그는 지난 2007년 용산의 역세권 개발 사업을 대규모로 추진해, 용산을 동북아시아 최대 경제·문화 중심지로 개발해 삼성의 랜드마크를 건설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이에 삼성그룹은 트리플원(111층·620m)의 주인 자리를 놓고 재계 2위인 현대차그룹과 정면 대결을 펼쳤다. 당시 삼성물산 등 삼성그룹은 컨소시엄을 구성, 감정가 3조7900억원의 2배가 넘는 금액인 8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베팅해 현대를 누르고 사업권을 따내며 재계 1위의 위엄을 보여줬다. 

삼성은 용산구 한강로 3가 용산국제업무지구 특별계획구역에 사업비 31조원을 투입해 620m 높이 랜드마크 빌딩 등 66개 빌딩을 짓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이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와 시행사의 주주사 간 마찰로 2013년 4월 용산역세권 개발 사업 자체가 무산됐다. 삼성도 결과적으로는 트리플원의 주인이 되지 못하게 되면서 이 회장의 용산 드림도 함께 무너졌다. 

결론적으로 '랜드마크 드림'을 이룬 곳은 현대차 그룹이다. 현대차 그룹은 ​지난 2014년 강남 한복판의 노른자위 땅인 서울 삼성동 한국 전력 부지를 놓고 삼성과 또다시 맞붙어 승리를 손에 거머쥐었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숙원사업이자 국내 마천루 역사를 다시 쓰는 프로젝트인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에 착수하게 됐다. 현재 현대차는 투자자를 유치해 높이가 569m로 국내 최고층 건물인 GBC를 공동개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민간에서 추진하고 있는 어떤 건설투자 사업보다도 파급력이 막강한 사업으로 꼽힌다. 강남과 잠실의 지도를 다시 쓰는 계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GBC 착공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영동대로 지하공간 개발사업과 잠실종합운동장 일대 192만㎡를 개발하는 초대형 프로젝트인 '잠실 국제교류복합지구 사업'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잠실 국제교류복합지구 사업은 총 사업비 7조원 규모로, GBC의 공공기여 1조7000억원으로 사업비를 일부 충당한다. GBC는 3종 일반주거지를 상업용지로 용도 상향해주는 대가로 서울시에 1조7500억원 규모의 공공기여금을 내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강남에서 추진 중인 △삼성동 GBC 건립 △영동대로 지하 복합개발 △잠실 마이스단지 복합개발 등이 완공되면 서울 강남의 랜드마크가 바뀔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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