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130원대 초반 수준까지 내려온 가운데, 심리적 지지선이 1120원대로 낮아진 분위기다. 위안화 강세 영향으로 환율이 추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과 미국 대선(11월 3일)을 앞두고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주 환율은 연일 연저점을 새로 쓰는 등 전주에 이어 하락세를 이어갔다. 20일에 1139.4원으로 마감하며 1년 6개월 만에 1140원을 밑돌았고, 21일에는 낙폭을 키워 1131.9원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3월 22일(1131.0원) 이후 1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22일과 23일에는 숨고르기에 들어가며 1132.9원에 마감, 한 주 거래를 마쳤다. 1147.4원이었던 지난 16일과 비교하면 한 주 만에 14.5원 급락한 값이다.
시장의 심리적 1차 지지선은 이미 1120원으로 내려앉은 분위기다. 그만큼 환율이 이번주에도 하방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미국의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위안화 강세가 지속하고 있는 영향이다. 미국에서는 2조2000억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 타결 가능성이 커지며 달러화가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이 추가 경기부양에 나서면 달러 공급량이 많아져 달러값은 하락하고, 상대적으로 신흥국 통화값은 오르게 된다.
이런 가운데 위안화가 강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미 대선 결과를 제외하고 보더라도 중국 위안화의 절상(위안화 환율 하락) 기조는 이어질 것"이라며 "중국 정부가 환율을 중요한 정책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어, 위안화 환율은 미·중 무역갈등이 본격화하기 이전인 6.28 위안 수준까지 내려갈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다음달 3일 치러지는 미국 대선을 앞두고 관망세를 나타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원화값이 다른 신흥국 통화값보다 유난히 크게 상승(원·달러 환율 하락)한 점도 숨고르기 관측의 주요 요인이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21일 원화값(종가 기준)은 지난 14일 대비 1.34% 상승하며, 가장 높은 절상률을 기록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1.25%), 터키 리라화(1.24%)가 뒤를 이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장기적으로 원·달러 환율은 하락할 것으로 판단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추가 하락 가능성이 낮다"고 내다봤다. 9월 이후 환율이 56원 가까이 레벨을 낮춘 가운데, 당국의 구두개입도 지속되고 있고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당선에 대한 기대가 선반영돼 있다는 분석에서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주 원·달러 환율 예상 밴드를 1128~1145원으로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