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가 기억하는 작품 속 최고의 명장면은 무엇일까? 그들이 직접 고른 장면을 씹고, 뜯고, 맛본다. '별별 명장면'은 배우가 기억하는 영화 속 한 장면과 그 안에 담긴 의미, 에피소드 등을 이야기하는 코너다. 이번 주인공은 영화 '담보'(감독 강대규)의 배우 하지원이다.
영화 '담보'는 인정사정없는 사채업자 '두석'(성동일 분)과 그의 후배 '종배'(김희원 분)가 떼인 돈을 받으러 갔다가 얼떨결에 9살 '승이'(박소이 분)를 담보로 맡아 키우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극 중 하지원은 '두석'과 '종배'가 애지중지 키운 '어른 승이'를 연기했다. 아역배우인 박소이의 감정을 이어가는 막중한 임무를 맡았다.
하지원이 언급한 '마지막 장면'은 '종배'와 '승이'가 10년 전 갑작스레 가족들과 소식이 끊긴 '두석'과 재회하는 신이다. 과거 '두석'은 '승이'가 처음으로 그를 아버지라 부르던 날 교통사고를 당하고 모든 기억을 잃게 된다. '종배'와 '승이'는 이 사실을 모른 채 10년이나 '두석'을 찾아 헤맸고 결국 허름한 요양병원에서 만나게 된다.
"같은 장면을 다시 찍으려니 정말 힘들더라고요. 이미 한 번 쏟아낸 걸 다시 해야 한다니. 몸이 기억하는 게 있으니 새로운 감정을 끌어내는 게 어려웠어요. '이게 될까?' 싶을 정도로요. 결국 촬영 테이크를 몇 차례나 더 갔는데 그마저도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제가 경험하지 않은 일인 데다가 오로지 현장에서 느껴지는 감정을 쏟아야 하는 일인데 이미 느껴버렸잖아요."
하지원은 마지막으로 '모든 감정'을 지우기로 했다. 우주에 혼자 있다고 생각하며 수차례나 마음을 다잡았다. 몸이 기억하는 연기와 한계를 지우고 처음으로 한 발을 내딛던 느낌을 가지려 했다.
"모든 걸 다 지우고 처음으로 돌아가자고 생각했어요. 담담하게 연기에 임했고 그 덕에 다시 감정이 밀려오더라고요. 감정이란 게 그런 순간이 있어요. 계속 계속 치솟아서 미쳐버리는 순간이 와요.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감정으로 찍은 게 결과적으로는 훨씬 좋았어요."
하지원은 성동일과 김희원 덕분에 '승이'의 극적인 감정을 끌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성동일을 '아빠'처럼 느꼈고, 김희원과 나눈 '연기 열정'이 지금의 결과물을 만들었다고는 설명이다.
"성동일 선배님은 만났을 때부터 이미 '두석'이었어요. 옷을 입고 서 계시는 포즈조차도 아빠 같더라고요. 친해지는 과정이나 단계가 없었어요. 그게 성동일 선배님의 장점이자 매력 아닐까요? 제가 나이 많은 딸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먼저 다가와 주셨고 어색함이 전혀 없었어요."
김희원과는 마지막 장면에 대해 고민을 나누고 함께 아이디어를 내며 열정을 불태웠다고 말했다. '두석'과 재회하는 장면은 '승이'에게도 '종배'에게도 그만큼 중요한 장면이었다.
"(해당 장면에) 콘티가 나와 있지만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내고 살을 붙여갔어요. 점점 더 매끄럽고 풍성해지더라고요. 그런 과정이 정말 재밌었어요. 막 데뷔했을 때처럼 열정적이었죠. '두석'을 찾으러 가는 과정이 감정 밸런스와 높낮이도 중요했기 때문에 김희원 선배님과 계속계속 (감정을) 맞췄어요. 더 드라마틱해진 것 같아요."
앞서 '두석'과 '승이'의 재회신은 성동일도 명장면으로 꼽았던 장면이다. 명실공히 영화의 클라이맥스인 셈이다. 따뜻한 드라마를 쌓아나간 뒤 두 사람의 재회로 감정을 폭발시키며 관객들을 울렸다. 배우들마저도 왈칵 눈물을 쏟아 촬영이 어려웠을 지경이었다고.
영화 '담보'는 지난달 29일 개봉해 '추석 연휴' '한글날 연휴' 동안 130만 가까이 관객을 모았다. 코로나19 재확산 후 처음으로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 개봉 이후 줄곧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차지하며 관객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는 중. 전국 극장에서 만나 볼 수 있다. 러닝타임은 113분이고 관람등급은 12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