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금룡 칼럼] 두 자유인

2020-10-19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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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추석연휴기간에 자유인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자유인이란 “타인의 시선이나 평가를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행동하는 사람”을 말한다. 최근에 만난 두 자유인이 있다. 한명은 가수 나훈아씨이고, 또 한명은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이다.
9월 30일 추석 전야에 15년 만에 방송에 나타난 나훈아씨는 영혼이 자유로운 전형적인 자유인이었다. 약 8개월에 걸쳐 준비를 하였고 2시간 40분간 단독 콘서트를 하며 신곡 9곡을 포함하여 30곡을 불러 코로나 시름에 빠져 있는 국민들에게 최고의 선물을 안겨주었다. 일체의 출연료 없이 "코리아 어게인”을 외치며 노래를 부르는 그의 모습에서 인간 나훈아의 진면목을 볼 수 있었다.

신곡 중 가장 화제가 되었던 '테스형'은 소크라테스를 불러내어 세상이 왜 이렇게 힘드냐고 한탄하면서 내일이 두렵다고 하였다. 오늘날의 세태를 풍자하면서 갑자기 박지원의 양반전이 생각났다.

이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노래 중간에 있는 나훈아 자신의 멘트였다. 본인이 훈장을 사양한 사유가 훈장의 무게 때문에 영혼이 자유롭지 못할 것 같아 사양하였다고 했다. 나훈아는 2017년 11월, 11년 만에 올림픽공원에서 공연하면서 가수는 꿈을 파는 직업인데 꿈이 고갈되어 11년간 꿈을 찾아 지구 다섯 바퀴 반을 돌았다고 한다. 나훈아는 정부나 재벌들이 초청해도 응하지 않았다. 자신의 노래를 들으려면 표를 사서 공연장에 오라는 것이다. 심지어 2018년 7월 평양 예술공연 명단에 있었어도 참여하지 않았다. 예술가는 영혼이 자유로워야 하고 그 영혼에 꿈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추석 연휴기간에 화제가 되었던 또 한명의 자유인은 현 강경화 외무장관 남편인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이다. 온 국민에게 코로나19로 정부에서 특별경계령을 내리면서 해외여행을 자제하라고 권유하고 있는 이때, 주무장관인 외교장관 남편이 요트를 사러 미국으로 출국하고 미국동부해안을 항해한다는 뉴스는 정말 귀를 의심하였다.

강경화 장관은 최초의 여성 외교장관으로서 2017년 6월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을 때 이일병 교수와 같이 있는 모습이 상당히 보기 좋았다. 이일병 교수는 명문인 미국 MIT공과대학 박사로서 30년 동안 국내 명문인 연세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컴퓨터공학 교수 출신이다. 외교부장관은 저녁 모임이나 행사가 많은 직책이어서 이일병 교수와 함께 유창한 영어실력으로 국위를 선양하고 또 한국의 디지털 역량을 해외에 소개하는 역할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일반인들의 생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일병 교수는 출국장에서 만난 기자에게 ”나쁜 짓을 한다면 부담이지요.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걸 하는 것, 내 삶을 사는 건데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신경을 쓰면서 살 수는 없다”고 말하였다 강경화 장관도 10월 7일 국회에서 “내가 말린다고 들을 사람이 아니다”고 발언하였다. 전형적인 자유인의 모습이다.

그러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지도층에게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당연한 도덕이다. 2016년 <특혜와 책임>의 저자 송복 교수는 한반도에서 어느 정권도 지배층은 특권만 있었지 책임의식과 희생정신이 없었다고 지적하였다. 유일하게 신라시대 화랑정신이 지배계층의 책임을 강조하여 어린 관창이 황산벌에서 홀로 적을 대적하여 신라의 승리를 가져왔다고 기술하고 있다.

한국전쟁 당시 미국의 장군 아들 144명이 참전하였다. 그중 밴플리트 장군 아들 등 35명이 전사하였다. 그러나 한국 고위층 자제가 참전하여 전사하였다는 내용은 들은 적이 없다. 다시 나훈아의 멘트가 울려퍼진다. “역사책을 봐도 국민을 위하여 목숨을 바친 왕이나 대통령을 본 적이 없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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