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유학=친일파' 논란 조정래 "언론이 왜곡"...진중권 "친일파 기준 뭔가"

2020-10-15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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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강연하는 작가 조정래 [사진=연합뉴스]

"토착왜구라고 부르는, 일본에 유학을 갔다오면 무조건 다 친일파가 되어 버린다. 민족 반역자가 된다.", "반민특위는 민족정기를 위해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고자 반드시 부활시켜야 한다.", "150만 정도 되는 친일파를 단죄해야 한다."

조 작가는 지난 12일 서울 중구 세종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등단 5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친일 청산을 강조하며 이 같이 말했다.

일본 유학은 곧 친일이라는 조 작가의 발언은 많은 논란을 낳으며 그의 정치적 성향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 정도면 광기"라며 그를 맹비난했고, 일부 언론은 조 작가의 부친인 故조종현 씨의 일본 유학 이력을 언급하기도 했다.

일제 해방 직전인 1943년 출생인 조정래 작가는 소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정글만리' 등 시대의 아픔과 민중들의 삶을 그려낸 작품으로 민족주의 의식을 강조해왔다.

조 작가의 친일 청산 의지와 민족주의 성향은 성장배경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 작가의 아버지는 승려이자 시인으로 활동하며 독립운동을 펼쳤던 故조종현 씨다. 故조종현 씨는 13세에 불문에 귀의해 조선불교청년총동맹중앙집행위원, 대한불교 법화종 이사, 대한불교불이종 교정원장 등 불교계 요직을 역임했다. 교육계에도 종사해 18년 간 중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하기도 했다.

故조종현 씨는 독립운동가 한용운과 함께 독립운동에 몸담으며 불교 학생 사상기관지인 회광의 주간을 맡기도 했다. 그는 조국에 대한 그리움, 분단의 아픔을 노래한 시들을 주로 발표했다.

부친의 영향을 받은 조 작가는 자신의 스승이었던 유명 시인 故미당 서정주의 친일행각을 비판하는 데 앞장서기도 했다. 서 시인은 조 작가의 아내인 김초혜 씨를 문단에 등단시킨 인물이기도 하다.

조 작가는 '누구나 홀로 선 나무', '용서는 반성의 선물' 등의 저서를 통해 서 시인이 생전에 과거의 친일 행각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조 작가는 작품 집필을 하는 와중에도 꾸준히 친일파사전을 만드는 민족문제연구소 간행 고문으로 활동하며 친일파사전 편찬에 힘써왔다.

조 작가는 2004년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친일파 문인들에 대해 "'용서'는 잘못한 자가 속죄할 때 이뤄지는 것"이라며 "속죄를 하지 않았다면 그 사람은 역사의 비판대 위에 서야 합니다. 역사의 교훈이 왜 필요하겠습니까"라고 지적했다.

일제 시대 생존형 친일파들에 대해서는 "그런 논리는 바로 친일파들의 자기변명이다. 일제시대 한국에 들어 온 일본인은 80만명인데 이들에게 빌붙은 친일파가 160만명이다. 바로 이들 때문에 36년이라는 식민지배가 있었던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조 작가의 소설은 강한 민족주의적 색채로 수많은 정치적 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소설가 홍상화는 '디스토피아'를 통해 조 작가의 소설 '태백산맥'이 "좌익은 양심인, 우익은 비양심인으로 철저히 이분화했으며 일부 학자들은 이 소설이 반미감 정을 부각하고 있기 때문에 떠받들었다"고 비판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한편 조 작가는 지난 14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일부 언론이 자신의 발언을 왜곡했다며 "주어부를 완전히 없애버리고 술어부 뒷부분만 쓰면서 '일본 유학갔다오면 다 친일파'라고 말한 것처럼 썼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진중권 동양대 전 교수는 15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무조건 다'라는 말이 왜 필요한가. 당연히 일본유학생은 무조건 다 친일파라고 읽힐 수밖에 없다. 왜 언론에 뒤집어 씌우는가"라고 꼬집었다.

진 전 교수는 "발언의 끔찍함은 다른 데 있다. 특별법을 만들고 반민특위를 설치해 인구의 '150~160만'에 달하는 친일파들을 처단하자 무서운 건 이 발상 도대체 그 수치는 어디서 나왔고 특정인을 친일파, 민족반역자라고 판정하는 기준은 뭡니까"라고 반문했다.

이어 "토착왜구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데 대한 문제의식이 아예 없어보인다. 과거에 이견을 가진 이들을 '빨갱이'라 몰아서 탄압하던 독재정권의 행태와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식민종주국에선 국가주의자가 곧 민족주의자. 식민지였던 나라에서나 그 둘이 분리되지 그 유치한 해방전후사의 인식도 이젠 시대에 맞게 개정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조 작가는 자신을 비판한 진 전 교수를 명예훼손으로 법적 조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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