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병역특례' 법대로 NO! vs 'BTS 병역해결' 법으로 GO!

2020-10-08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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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병역 해결 나선 국회, 병역법 개정안 발의

이창호 9단도 병역법 개정 역사 속 특례 받아

서욱 국방부 장관 "입영 연기 정도 검토는 의미 있어"

한국 가수 최초로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 100’ 정상에 오른 방탄소년단(BTS) 병역특례에 대한 찬반 논란이 뜨겁다. 한류 전파와 국위선양에 일조한 BTS 등 대중문화예술인의 병역특례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과 BTS에 대한 특례 부여가 자칫 ‘공정성’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만큼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 격돌하고 있다. 

쟁점은 '공정성'이다. 병역 의무에 대한 사회의 엄격한 기준이 BTS에게만 관대하게 비칠 경우 '정쟁(政爭)으로만 소모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현행 병역법상 병역특례 제도 자체가 공정한지 먼저 따져볼 부분이 있다. 적용 대상에 운동선수(체육요원)와 순수예술인(예술요원)에 대한 특례규정만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인, 예술인, 과학기술인 다 적용하는데 유독 대중문화예술인만 빼놓은 것이다. 

‘병역의무의 특례 규제에 관한 법률’은 ‘국위선양을 한 사람’들의 병역 의무를 사실상 없애준다. 대체복무를 시키지만 군대 생활과 비교할 수 없다. 병역특례 대상자는 4주간 기초군사훈련을 이수한다. 자기의 특기 분야에서 34개월을 종사해야 한다. 특기 봉사활동도 544시간 해야 한다. 의무복무기간은 2년 10개월이지만 사실 자신이 원래 있던 분야에서 하던 일을 계속 하면 된다.

산업기능과 전문연구요원 예술·체육 요원 등의 대체복무 제도가 있지만, 대중문화예술인은 이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BTS는 당장 1992년생인 맏형 진(김석진·28)의 입대가 임박했다. 진은 대학원을 다니고 있어 현행법상 오는 2021년 말까지 입대를 연기할 수 있다. 이어 멤버별로 한살 터울인 슈가(민윤기·27), RM(김남준·26), 제이홉(정호석·26), 지민(박지민·25), 뷔(김태형·25), 정국(전정국·23) 순으로 군 복무를 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 19일 오전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제1회 청년의날 기념식에서 방탄소년단(BTS)으로부터 음악적 성과물과 메시지 등을 담은 '2039년 선물'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BTS 병역 해결 나선 국회, 병역법 개정안 발의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중문화·예술인을 대상으로 병무청장과 협의해 입대를 장기간 연기할 수 있는 병역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이유다. 

전 의원이 발의 예정인 개정안에는 문체부 장관이 기여도가 높다고 판단되는 대중문화예술인을 추천하면 해당 대상자가 30세까지 입영 연기를 신청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겼다.

이와 관련, 문체부는 입영연기 대상으로 △대중문화예술 분야에서 3년 이상 종사 △국가와 사회 발전에 기여한 예술인이나 산업 종사자 △문화훈장 등 정부 포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는 자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정안에는 권칠승, 김병주, 김진표, 도종환, 설훈, 송갑석, 송영길, 양향자, 이병훈, 이상직, 한준호, 홍기원, 홍영표 등 민주당 의원들이 공동 발의자에 이름을 올렸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한 발 더 나아가 입영 연기가 아닌 병역특례를 허용하는 내용으로 법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창호 9단. [사진=연합뉴스]


◆ 47년 된 병역법 역사 속 개정과 특례 대상은

박정희 정권 시절인 1973년, ‘병역의무의 특례 규제에 관한 법률’이 생겼다. 외국에서 대한민국이란 나라조차 잘 모를 때다. 박 전 대통령은 세계에 우리나라의 위상을 알리는 선수들을 육성하기 위해 ‘병역의무의 특례규제에 관한 법률안’을 만들었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역사상 첫 금메달리스트, 양정모 선수가 첫 병역특례를 받았다.

1981년, ‘88 서울올림픽’ 유치를 노린 전두환 정권이 ‘세계올림픽대회·세계선수권대회(청소년대회포함)·유니버시아드대회·아시안게임·아시아선수권대회(청소년대회 포함)’에서 3위 이상 입상하면 병역특례를 주도록 고쳤다. 또 한국체육대학 졸업자 중 성적 상위 10%에게도 병역특례를 주기로 변경했다.

이어 1990년 4월 올림픽대회 3위 이상, 아시아게임 1위 입상자만 병역특례를 받도록 개정됐다. 특히 바둑계의 살아있는 전설, 이창호 9단은 예외적 병력특례 혜택의 원조라 할 수 있다. 1994년 바둑협회와 시민들의 탄원으로 바둑이 체육분야에 편입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창호 9단은 입지전적 성과를 인정받아 예술·체육요원으로 배정됐고 한국기원에서 군을 대체했다.

정부가 특별법을 발효하기도 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축구 국가대표팀은 역사상 처음으로 16강에 진출했다.‘대한민국’ 함성과 붉은 물결이 나라를 흔들자 선수들에게 병역혜택을 주자는 여론이 거셌다. 정부는 특별법을 통해 월드컵 16강 이상을 병역 특례 대상으로 규정했다. 4강에 오른 대한민국 축구팀 선수들은 병역을 면제 받았다.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대한민국팀이 종주국 미국과 일본을 누르고 4강에 오르자 또 다시 병역특례 여론이 조성됐다. WBC 4강에 대해서도 병역특례를 부여하는 특별법이 만들어졌다.

​2006년 WBC 대회 이후 나에 대한 여론이 악화됐다. 야구나 축구처럼 특정 종목에만 특혜를 주는 거란 비판이 나왔다. 형평성 논란에 맞닥뜨렸다. 결국 2007년 12월28일 월드컵과 WBC는 병역법 시행령에서 삭제됐다. 현행법으로만 보면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우승을 하더라도 군대에 가야 한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문화체육부 등 소속기관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BTS 병역 해결, 정부도 힘 실어

정부도 BTS을 비롯한 대중문화예술인의 병역 특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공식적으로 내고 있다. 

박양우 문체부 장관은 지난 7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대중문화예술인의 병역 연기와 특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그는 “순수예술과 체육 외에 대중문화예술인도 특례를 받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다”며 “병역상 대우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다만 “문체부 뿐 아니라 국방부와 병무청 등 관계기관과 논의를 거쳐야 하며, 국민 정서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장관은 이와 관련한 병역법 개정안과 관련한 질문에서도 “국회에서 논의가 잘 됐으면 좋겠다.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 정부·국회 나선 BTS 병역 해결...국방부·병무청은

서욱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14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제출한 서면 질의 답변서에서 ‘병역특례 제도와 BTS 병역특례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의에 “병역은 누구나 공평하고 형평성 있게 적용돼야 한다”며 “우수한 대중문화예술인들에 대한 병역특례 제도는 국민적 공감대가 선행되어야 할 사항으로 사전에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판단으로는 병역 특례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다만, 연기 정도는 검토를 해 나가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병무청 역시 국방부와 입장을 같이 하고 있다. 큰 틀에서 국민적 공감대와 국회 협의를 우선 시 한다는 입장이다.   

◆ 병역 의무, 국민 공감대 무시하면 안 될 ‘역린’

현형 병역법상 현역을 대체하는 특례복무 형태는 다양하다. 의무경찰과 의무소방원 등으로 근무하는 전환복무가 있고 사회복무요원, 예술체육요원, 산업기능요원, 공중보건의사 등이 있다.

전환복무 기간은 현재 육군과 동일한 21개월이고 사회복무요원은 24개월을 근무해야 한다. 산업기능요원의 경우 현역병 대상자는 34개월, 사회복무요원 대상자는 26개월이다. 공중보건의사는 보건복지부장관이 지정하는 기관에서 3년간 복무해야 한다.

이에 반해 체육·예술요원은 4주 간의 기초군사훈련 만으로 병역을 대체한다. 군사훈련을 받은 뒤 34개월 동안 544시간 동안 특기활용 봉사활동을 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다른 분야 종사자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혜택이다.

때문에 사회적으로 병역 의무는 건드려선 안 될 ‘역린’으로 통한다. 스포츠 선수들의 병역특례 제도를 두고 거센 비판여론이 일었던 게 불과 1년여 전이다. 축구선수 장현수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특례 혜택을 받았지만 봉사 시간을 조작한 사실이 밝혀져 국가대표에서 제명됐다. 제도의 폐지론까지 나왔다. 이는 정부가 지난해 11월 예술·체육요원 병역특례 개정안을 내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한편 BTS 맏형 진은 올해 앨범 발매 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병역 문제와 관련해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한다. 나라의 부름이 있으면 언제든지 응할 예정이다"라며 "입대가 결정되더라도 정말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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