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지나면 ‘보궐선거’ 모드…이낙연‧김종인의 ‘고심’

2020-10-0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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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가 지나면 정치권은 서울시장, 부산시장 보궐선거 준비로 바빠질 것으로 보인다. 보선이 내년 4월 7일로 반년밖에 남지 않은 만큼, 국정감사와 내년도 예산안 처리라는 굵직한 원내 현안에도 불구, 후보군 면면이 드러날 예정이다. 특히 이번 선거의 승패가 대선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신임 당대표(왼쪽)가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미래통합당 당대표실을 찾아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먹을 맞대며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與, 후보는 낼 듯…선거 결과에 따라 이낙연에겐 ‘악재’

이번 선거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게 불리한 선거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오거돈 전 부산시장 모두 성추행 등 논란으로 불명예스럽게 자리를 떠난 만큼, 보선 발생 사유가 민주당에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당헌 96조 2항은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하여 재·보궐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에 따른다면 민주당은 후보를 공천해선 안 된다. 그러나 대한민국 1‧2위 도시가 모두 보선을 치르는데 집권여당이 후보를 안 낼 수는 없다는 현실론이 팽배하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에겐 좋지 않은 상황이다. 이재명 경기지사와 대선후보 지지도 1~2위를 다투고 있지만, 선거를 앞둔 이 대표의 선택과 선거 결과에 따라 대망론도 흐지부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후보를 낼지 늦지 않게, 책임 있게 결정해서 국민들께 보고드리고 그 이후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민주당이 당헌당규를 고쳐서라도 후보를 낼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 대표의 결단이 불가피하다. 당내에서도 후보를 내야 한다는 현실론이 훨씬 우세한 상황이다.

문제는 이 대표 본인의 대권이다. 이 대표의 경우 내후년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선 당헌당규에 따라 내년 3월에 당 대표에서 물러나야 한다. 보선 1개월을 앞두고 물러났는데 패배한다면 책임론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국민 앞에 약속했던 ‘무공천’ 약속을 번복하고, 보선에서 패배한다면 대권에 큰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공천을 하게 된다면 후보 선정에 보다 심혈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당내외에선 성추문으로 인한 보선인 만큼 여성 후보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장의 경우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나 추미애 법무부 장관, 우상호 의원,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기존 후보군에, 청년 상징성이 큰 박주민 의원이 하마평에 오르내린다. 젊은 여성이라는 강점을 갖고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총선에서 이긴 고민정 의원을 거론하는 목소리도 있다.

부산시장 후보군으로는 김영춘 국회 사무총장과 김해영 전 의원 등이 거론된다. 김 사무총장의 경우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오랜 기간 부산에서 출마해왔고 해양수산부 장관까지 지낸 만큼 정치적 역량을 검증받았다. 김 전 의원은 지난 이해찬 지도부에서 당내에 쓴 소리를 내온 소장파인 만큼 ‘참신하다’는 강점을 보인다.
 
김종인, 승리 자신하지만 당내 ‘리스크’ 요인

국민의힘도 상황은 녹녹치 않다. 당 지지율이 여전히 애매한 상황에서 등락을 계속하는데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중진 의원들 사이의 불화 등 내부 리스크가 상존한다. 서울지역 기초자치단체 25개 중 24개가 민주당 소속 구청장이 있다는 점도 악재다.

김종인 위원장은 여전히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김 위원장은 보선 전망에 대해 “국민의힘이 이긴다”는 말을 공식석상에서 자주 해왔다. 보선 사유가 민주당에 있기 때문에 도덕적으로 우위에 있고, 정권 말 레임덕 등 구도나 바람에서 나쁘지 않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인물이다. 김 위원장은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선 ‘새로운 인물’이 중요하다는 뜻을 여러 차례 내비친 바 있다. 포인트는 ‘참신함’인데 이를 두고 기존 주류 세력과의 마찰이 불가피하다.

현재 국민의힘 당내 구조상 김 위원장이나 지도부가 특정인을 ‘찍어서’ 공천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경선을 통한 후보 선정이 불가피한데 이는 ‘참신함’과는 배치된다. 새로운 인물의 경우 당내 기반이 취약, 경선 승리가 어렵기 때문이다. 경선룰을 일부 수정할 필요가 생기는데 정도에 따라 당내 불화가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

전통적 지지 기반인 부산시장 보선의 경우 ‘인물’ 요인이 크지 않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서울시장 보선은 상황이 다르다. 서울시장의 경우 현역인 권영세‧박진 의원과 이혜훈‧나경원 전 의원 등의 출마설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이들보다는 윤희숙 의원 등 참신함을 갖춘 초선 의원들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 김 위원장은 방송기자클럽토론회에서 “초선에서도 능력 있는 초선이 있을 것 같으면 가서 할 수 있는 것이지 초선이라고 해서 반드시 정치 역량이 제한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하기도 했다.

부산시장 보선은 이미 경쟁이 치열하다. 이진복 전 의원과 이언주 전 의원, 박형준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사무실을 내고 출마 준비를 하고 있다. 현역인 서병수‧장제원‧박수영 의원 등도 출마를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외부와의 연대도 리스크 요인이다. 주호영 원내대표 등 일부 의원들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적극적인 연대 또는 합당을 주장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에 대해 부정적이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선 “당대당 통합은 없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당 안으로 들어와 경쟁하라’는 취진데 힘겨루기 성격이 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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