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대형 화장품 매장 방문해 50만원어치 쇼핑… 풍성한 한가위 기원
29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거리 초입에 위치한 대형 화장품 매장에 인파가 북적이기 시작했다. 싱하이밍 대사 부부와 서양호 중구청장이 방문했기 때문이다. 중국과 한국의 공통 명절인 추석 연휴를 맞아 중국대사관이 위치한 서울 중구 명동 지역 상권을 방문한 것이다.체온 체크를 마친 뒤 매장에 들어선 싱 대사는 곧바로 직원에게 유창한 한국어로 “중국에서 인기가 많은 브랜드라 익히 알고 있었다”며 제품 추천을 부탁했다. 그는 아내와 함께 핸드크림이나 남성용 화장품 등을 손에 직접 발라보고는 마음에 드는 제품을 바구니에 담았다.
싱 대사는 연신 “중국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화장품”이라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일부 제품은 “이미 사용하고 있는 제품”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중국인에게 인기가 많다는 비타민C 관련 제품을 3세트나 구매했다. 이외에도 핸드크림, 폼클렌징, 마스크팩, 메이크업 브러쉬 등 수십가지 제품 50만원어치를 한가득 구입했다.
이날 매장에는 한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중국인 유학생들도 방문했다. 이들은 싱 대사와 함께 일부 제품을 구매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기도 했다.
쇼핑을 마친 싱 대사는 의류 매장 맞은편에 위치한 삼계탕 집으로 향했다. 삼계탕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좋아하는 인기 메뉴 중 하나다. 싱 대사는 이날 가게 사장에게 중국의 추석인 중추절(仲秋節)에 먹는 전통 과자인 월병 한 세트를 전달한 뒤 “풍성한 한가위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中 대사 '광폭 스킨십행보' 이례적... "한·중은 이웃" 강조
사실 중국 대사가 명절 연휴 직전 한국인과 스킨십 행보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역대 중국 대사들은 공개 활동에 적극적인 편은 아니었다. 그런데 싱 대사는 중국 대사로는 처음으로 직접 지역 상권 상인들과 만나 대화를 나눴다. 싱 대사의 붙임성 있고 활달한 성격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한·중 관계가 개선되고 있다는 뚜렷한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다. 지난 2017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태 이후 얼어 붙었던 한·중 관계는 올해 초 5000명 규모의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가 한꺼번에 방한하면서 해빙무드에 들어섰다. 게다가 중국 외교가의 대표 '지한파(知韓派)'로 알려진 싱 대사가 1월 말 중국대사로 부임하면서 양국 관계 개선에 대한 중국의 의지도 확인됐다.
게다가 코로나19로 양국 교류에 차질을 빚게되면서 싱 대사가 더 적극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왕퉁(王桐) 중국대사관 경제상무참사는 “중국대사가 명절을 앞두고 명동에 방문한 것은 처음”이라며 “한국과 중국은 이웃 국가로, 추석이 양국의 공동 명절인 만큼 이웃간 따뜻한 마음을 나누고자 함”이라고 이번 명동 방문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그는 “싱 대사는 스스로를 중구 주민으로 소개하기도 했다”며 “중국대사관이 위치한 명동 거리가 한산해져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인들에게 싱 대사의 이번 방문은 힘이 됐다. 김규태 네이처리퍼블릭 명동월드점 점장은 “최근 코로나19로 매출이 크게 줄었는데, 이번 싱 대사의 방문이 계기가 되어 중국인 소비자들이 많이 찾길 바란다”며 “긍정적인 영향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더블유앤더블 매장 점원인 함주희 씨도 “워낙 불경기인데 대사가 직접 방문해 줘 힘이 난다”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이날 싱 대사와 모든 일정을 동행한 서양호 중구청장도 “싱 대사의 한국 제품구매가 중국인 관광객들의 제품 구매로 이어지길 바란다”며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명동 상인들이 힘을 내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