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코로나시대 백화점 생존전략①] 현대百, 패션·뷰티·가구까지…신사업 개척 본격화

2020-09-28 16:24
  • 글자크기 설정

정지선 회장의 '토탈 라이프 케어' 기치 아래 공격적 투자ㆍ신사업 확장 총력

업체 인수전에도 재무안정성 돋보여...'AA+/안정적' 유지

서울 강남구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 전경. [사진=현대백화점그룹 제공]

 
[데일리동방] 현대백화점이 백화점과 면세점 등 유통 뿐만 아니라 패션·리빙·뷰티 부문으로 영역을 확장하면서 그룹 비전인 '토탈 라이프 케어 기업'에 한발짝 다가섰다.

그룹은 백화점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제조업 기업 인수를 '포스트 코로나' 전략으로 삼고 유통업 부진 극복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그룹은 올해 두 차례 관련 업체를 인수하며 뷰티까지 사업을 확장했다. 지난 5월 그룹은 패션계열사 한섬을 통해 코스메슈티컬(화장품과 의약품을 합친 기능성 화장품) 전문기업 '클린젠 코스메슈티컬' 지분 51.0%를 인수하면서 화장품 사업 진출을 본격화했다. 이어 8월에는 계열사 현대HCN를 통해 화장품 천연연료기업 SK바이오랜드 지분 27.9%와 경영권을 사들였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지난 2010년 'PASSION VISION 2020'을 발표하면서 대형 인수합병(M&A) 계획을 밝혔다. 이후 2011년에는 가구업체 '리바트', 2012년 의류제조업체 한섬 등을 인수했다. 핵심 사업인 백화점·홈쇼핑 등과 시너지를 내면서 본업을 강화하고 신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신성장동력의 토대가 될 제조경쟁력 확대 움직임은 그동안의 유통업 부진을 극복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남성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25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현대백화점그룹은 오프라인과 홈쇼핑을 중심으로 한 채널 성장세가 약해지고 있고 온라인 채널에서 안착하지 못하였다"면서 "기존 플랫폼과의 시너지를 활용할 수 있는 제조부문 강화에 더욱 주력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정 회장은 신성장동력 창출을 위해 현금흐름과 현금성 자산 범주 내에서 투자를 진행하고 외부 차입을 최소화하는 등 자본을 축적해 왔다. 코로나19로 인한 현금흐름 악화로 공모채 2000억원을 발행한 올해를 제외하면 마지막 회사채 발행은 2018년이다. 지난해 순차입금 대비 상각전영업이익 지표는 2.0배로 안정적인 수준이다. 그룹은 지난 3월 말 기준 6800억원의 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을 보유하고 있다.
 
핵심 계열사인 현대백화점은 업계 2위로 시장점유율 28%를 차지하면서 매년 2조원대에 가까운 우수한 수익창출력을 보여주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이러한 실탄을 바탕으로 본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알짜 사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 정지선 회장의 특별한 전략...레드오션 피하되 '적과의 동침'
 

최근 MZ세대를 겨냥해 리뉴얼을 마친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 수입의류 전문 편집숍 '톰그레이하운드' 플래그십 스토어. [사진=현대백화점그룹 제공]

현대백화점은 '현대백화점=명품백화점'이라는 고급화 전략으로 고객 발길을 끌어당겨 왔다. 그러나 최근 명품 집결지로 불리는 압구정 본점에 '젊은 명품'을 대폭 늘려 리뉴얼을 진행하는 등 파격적인 변화에도 앞장서고 있다. 본점 핵심 고객층은 40대 이상의 인근 주민이었다. 지난해 매출은 약 8500억원으로, 국내에서 단위면적당(3.3㎡) 매출액이 월평균 8000만원으로 가장 높은 매장이기도 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6월 압구정점을 젊은 세대를 겨냥해 리뉴얼했다. 이에 따라 까날리·폴스미스·시슬리 등이 빠지고, 밀레니얼 세대가 선호하는 메종키츠네·톰딕슨·꼼데가르송 등이 둥지를 틀었다. 유플렉스 현대백화점 중동점과 신촌점 등 2곳도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겨냥해 리뉴얼했다.
 
그동안 투자에 소극적이었던 이커머스 부문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현대백화점 식품관에서 판매하는 신선식품과 유명 맛집 가공식품 등을 주문할 수 있는 온라인 식품 전문몰 '투홈'을 선보였고, 일부 점포에서만 운영하던 새벽배송도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했다.
 
지난 3월부터는 쇼핑 서비스 앱 '그립'과 제휴를 맺고 라이브 커머스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네이버 라이브 플랫폼을 통해 '백화점윈도 라이브' 채널도 운영한다. 지난 17일에는 전국 15개 점포 3700여개 매장 600여개 브랜드에서 이용할 수 있는 '선물하기' 서비스도 선보였다.
 
다만 한편에서는 온라인 사업 진출이 너무 늦어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현대백화점은 경쟁사인 신세계가 'SSG닷컴', 롯데쇼핑이 '롯데온' 등 자체 이커머스 플랫폼을 선보일 때 오프라인 사업 확장과 이종 산업에 투자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지난 7월 현대백화점은 코로나19로 '현대식품관 투홈'으로 새벽배송 서비스 확장에 나섰다. 그러나 후발주자라는 단점을 상쇄하기에는 차별화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받았다. 백화점 식품관 상품을 배송한다는 '프리미엄' 콘셉트를 내세우고 배송 마감 시간도 오후 11시로 늘렸지만 마켓컬리 등 시장에 안착한 선발주자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비판에도 정 회장은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 뛰어들기보다 신중한 행보를 고집해 왔다. 네이버와 쿠팡 등 대형 플랫폼과 손을 잡으며 기존 이용자들을 유입해 약점을 보완하기도 했다. '현대백화점 식품관'은 최근 네이버 장보기에 입점했다. 지난해에는 백화점 3사 중 유일하게 쿠팡과 입점계약을 체결해 '더현대닷컴'에서 판매하는 백화점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 '서울 최대' 파크원百 개점 이후 출점보다 '유지' 초점 맞출 가능성도
 

2021년 1월 개점 예정인 서울 영등포구 현대백화점 여의도점 조감도. [사진=현대백화점그룹 제공]

업계는 현대백화점그룹의 중장기적 성장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 여의도 파크원에 들어설 현대백화점 여의도점에 대한 기대는 특히 크다. 여의도점은 서울 최대 규모로 연간 매출 목표 6000억원 이상을 추산하고 있다. 서남권을 넘어선 서울 전체 랜드마크가 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올해 두 곳의 프리미엄 아울렛이 개점하면서 매출 외형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코로나 변수 속에서 개장한 대전프리미엄아울렛은 실내 대신 야외 쇼핑 공간을 찾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기대 이상의 실적을 내고 있다. 7월 매출은 기대치를 훌쩍 뛰어넘는 300억원 수준을 기록했다. 오는 11월에도 남양주프리미엄아울렛 출점이 예정돼 있다.

향후 그룹은 백화점과 면세점, 아울렛 등의 유통망을 확장하는 것보다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캐시카우 창출을 통한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는 데 그칠 것이란 설명이다. 그룹은 프리미엄아울렛 대전·남양주점 이후 추가 출점 계획은 갖고 있지 않다. 후발주자인 만큼 '규모의 경제' 달성을 위해 입점을 예상했던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전에서도 빠졌다.

연이은 투자와 코로나19로 인한 영업환경 악화로 차입금 부담은 다소 늘어난 상태다. 순차입금 대비 상각전영업이익 지표는 지난 3월 기준 4.7배로 지난해 2.0배에 비해 증가했다. 다만 재무구조는 여전히 안정적이란 평가다. 현대백화점은 경쟁사 중 유일하게 AA+ 신용등급과 '안정적'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남 연구원은 "백화점 산업 성장률이 둔화하고 지역별 성장률 격차가 심해지고 있어 출점을 통한 성장 전략에서 오는 효익이 크지 않다"라며 "2010년 점유율 확대를 위해 백화점 출점 전략을 밝혔지만 올해 이후에는 그룹 비전에서 전략적 변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라고 밝혔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