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관 성범죄는 권력형 성폭행…전문 감사인력 배치해야"

2020-09-23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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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사례·영국대사관 성추행 제보한 前 대사관 직원

"재외 공관 폐쇄성, 외교관 전권 행사…문제제기 힘든 구조"

"'외무고시' 카르텔…재외공관 감사 전문 기관·인력 필요해"

주뉴질랜드대사관 외교관의 성추행 사건 논란이 여전한 가운데 재외 공관 특유의 폐쇄성이 외교관들의 이런 만행을 가능케 했다는 주장이 나와 주목을 받는다.

주영국대사관에서 4년여간 근무했다던 오제홍씨는 23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외교관과 직원은) 갑과 을의 관계이기 때문에 을이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외교관의 성범죄를 권력형 성폭력으로 간주했다.

오씨가 언급한 ‘을’은 현지에서 채용된 대사관 직원이다. 재외 공관 외교관들이 이들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으므로 기본적으로 부당한 대우를 받아서 쉽게 이의제기를 할 수 없는 구조라는 얘기다.

그는 “검찰 등 우리나라 조직사회가 대부분 가진 문제다. 특히 외교관 아니면 변호사, 검사, 판사 등 어려운 시험 과정을 통해 선발된 고위공직자들이 자신들만이 가진 어떤 담합, 조직 문화 등의 카르텔이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오씨는 외교관들이 가진 권한이 너무 막강하다며, 이들이 대사관 직원의 인사평가, 연봉협상은 물론, 외교비자 발급 여부에도 관여한다고 했다.
 

[사진=CBS '김현정의 뉴스쇼' 영상 캡처]


오씨에 따르면 재외 공관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해당 국가에서 발행해 주는 외교비자를 발급받아야 한다. 이때 대사관의 보증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를 결정하는 외교관에게 잘못 보여 근로계약 연장에 실패하면, 외교비자가 박탈돼 단순히 생계뿐만 아니라 해당 국가에서의 체류조차도 불확실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오씨는 “(외교비자 발급을) 결정하는 권한이 외교관한테 있으니 어떤 문제가 있을 때 (이의를) 제기하기가 굉장히 힘들다. 문제를 제기하기가 힘든 구조”라고 꼬집었다.

특히 오씨는 뉴질랜드 대사관 성추행 사건 논란을 보고 “또 터졌구나. 이건 우연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는 뉴질랜드 대사관 성추행 사건에 대해 “사실 보도가 늦게 됐다뿐이지 이미 2년 전에 발생한 일”이라면서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의 문제 제기로 사건이 드러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오씨는 구조적인 문제와 더불어 피해자들의 증거 수집도 어렵고 혹시 모를 2차 피해를 우려해 문제 제기를 못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런 상황들이 반복되면서 직원들 스스로 문제를 제기해도 해결이 안 될 것이라는 인식이 내포됐다고 봤다.

그러면서 재외공관을 감사할 수 있는 전문인력의 배치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는 “외교관 출신이 아닌 전문 감사요원이 배치돼야 한다”며 “지금 외교부 감사실에 배치된 인원들은 전부 외교관들이다. 이 사람들은 외교를 잘하기 위해 트레이닝(훈련)이 된 사람들이고, 언젠간 부서를 옮겨야 하는 사람들”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오씨는 지난 2016년 말 국정농단 사태 당시 ‘세월호 7시간’의 진실을 밝힐 ‘키맨(keyman)’으로 이영선 전 행정관 지목해 주목을 받았다.

특히 그는 2013년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영국 국빈방문에 있었던 ‘호텔 변기 교체 요청’ 등의 내용을 국내 언론매체에 제보했다. 또 주영국대사관 외교관의 성추행 사건도 온라인상에 폭로하기도 했다.

오씨는 영국 외교관 성추행 사건 폭포로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했고, 3년 8개월 만에 무죄 판결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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