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K5’ 강경화·‘독불장군’ 김현종, 같은 날 ‘옷’ 벗었다

2021-01-20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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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안보 핵심 두 축…2019년부터 갈등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7일 오후 바레인과 아랍에미리트(UAE) 방문 일정을 마치고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 때 불화설이 일던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제2차장이 20일 전격 교체됐다.

이날 오전 10시 강 장관의 전격 교체 인사에 이어 오후 4시 20분에 김 차장에 대한 인사가 발표됐다. 외교부 수장과 실세 참모진이 동시에 같은 날에 ‘옷’을 벗게 된 것이다.
 
바이든 정부 출범 맞춰 동반 퇴진…‘대미통’ 전진 배치

두 사람의 악연은 2019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문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순방 때 당시 김 차장이 외교부에서 작성한 문건이 미흡하다며 외교부 직원을 강하게 질책하자 강 장관이 “우리 직원에게 소리치지 말라”며 언성을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김 차장이 영어로 “It’s my style(이게 내 방식)”이라고 대꾸하면서 두 사람의 언쟁이 이어졌다.

같은 해 9월 1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강 장관은 정진석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옛날에 김현종 차장하고 다투신 적 있었죠? 4월에”라고 묻자, “부인하지 않겠다”며 사실상 인정했다.

이틀 뒤 김 차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외교·안보 라인 간 이견에 대한 우려들이 있는데 제 덕이 부족했던 것 같다”며 “앞으로 제 자신을 낮추고 열심히 하겠다”고 몸을 낮췄지만 불편한 관계는 지속됐다.

강 장관의 후임에는 문재인 정부 초대 안보실장 출신의 정의용 대통령 외교안보특별보좌관이 지명됐다.

청와대 안보실장으로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회담 등을 조율했던 정 후보자가 현 정부의 마지막 외교부 장관으로 재발탁된 것이다.

1946년생의 고령임에도 ‘관록의 대미(對美)통’이라는 점을 더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정 후보자의 발탁으로 문 대통령이 바이든 정부에서도 기존의 대북 정책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 차장의 후임은 김형진 서울시 국제관계대사였다. 김 차장은 오는 21일부터 정 후보자의 자리였던 대통령 외교안보특보로 자리를 옮기면서 사실상 2선으로 물러났다.

김형진 신임 2차장은 바이든 당선인이 부통령이던 오바마 행정부 때 외교장관 보좌관, 북미국장을 거쳐 청와대 외교비서관, 외교부 기획조정실장과 차관보로 핵심 요직을 거쳤다. 당시에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였지만, 미국 쪽의 풍부한 인맥을 높게 샀다는 평가다.

청와대는 김형진 차장 인사에 대해 “미국에 대한 외교 경험과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 특히 바이든 부통령 시기에 북미 국장을 지냈고, 청와대 비서관, 차관보 등을 지냈다”면서 “바이든 인맥과의 연결 채널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이 지난해 10월 2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빈소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金 “뉴욕 촌놈, 盧·文 모셔 영광”…姜, 김여정 데스노트’ 영향 논란

김현종 차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미국 뉴욕 촌놈이 좋아하고 존경하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을 모시며 조국을 위해 헌신했다”면서 “저는 참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소회를 남겼다.

김 차장은 “통상과 안보의 중책을 맡아 국민들의 땀과 눈물에 보답하고자 노력해 왔다”면서 “이익균형과 국익 극대화의 원칙에 따라 협상과 업무에 응했다”고 회고했다.

이어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고 대한민국이 다시 도약할 것을 확신하며 대한민국을 응원하겠다”고 밝히면서 노 전 대통령, 문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게재했다.

외교관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외국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김 차장은 미국 뉴욕의 컬럼비아대를 나와 미국 변호사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국내 로펌으로 옮긴 그는 참여정부 때 통상교섭본부장을 맡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주도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에는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안보실 2차장을 연이어 맡았다.

이른바 ‘K5(강경화 임기 5년)’ 혹은 ‘오경화(5년 내내 강경화)’로 불려 온 강 장관은 바이든 정부 출범 날 야인으로 돌아갔다.

강 장관은 현 정부 출범과 동시에 최초의 여성 외교부 장관, 14년 만의 비(非) 외무고시 출신 장관으로 활약했다. 이 때문에 재임 기간 내내 조직 장악력 부재와 ‘외교부 패싱’ 논란이 끊이질 않았지만, 매번 개각 때마다 문 대통령의 변함없는 신임을 받아왔다.

여성 장관임에도 뉴질랜드 외교관 성추행, 나이지리아 성추행 및 채용 비리 등 각종 사건들도 잇따라 불거져 나왔고 사후 대처 능력도 떨어진다는 비판이 계속 제기됐다.

청와대는 일부 언론과 국민의힘 등 야권에서 강 장관의 교체를 ‘북한 김여정의 데스노트가 통했다’고 지적한 것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면서 “국론을 분열시킬 수 있는 무리한 추측 보도”고 일축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출입기자단에 메시지를 보내 “3년 6개월여를 재직한 강 장관이 스스로 ‘체력적·정신적으로 지쳤다’면서 지난해부터 여러 차례 사의를 표명해왔지만 만류해왔다”고 밝혔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은 지난달 9일 담화에서 강 장관을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강 장관은 북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제로’ 주장에 의문을 표했고, 김 부주장은 “앞뒤 계산도 없이 망언을 쏟는 것을 보면 얼어붙은 북남관계에 더더욱 스산한 냉기를 불어오고 싶어 몸살을 앓는 모양이다. 우리는 두고두고 기억할 것이고 아마도 정확히 계산돼야 할 것”이라고 비난했었다.

외교부 제1차관을 지냈던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도 “‘설마 강 장관까지 바꾸겠어’라고 했는데, 오늘 김여정 말대로 정확히 계산이 이뤄졌다”면서 “김여정 말 한 마디에 (강 장관이) 무너졌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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