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인터뷰①] 박진 "文, 애매한 '균형자론' 버려라…한미동맹 회복 시급”

2020-09-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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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 국민의힘 외교안보특별위원회 위원장

박진 국민의힘 외교안보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통해 "한미 동맹 회복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사진=아주경제DB]

미·중 갈등이 경제 전쟁을 시작으로 코로나19, 남중국해 분쟁 등으로 번지며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미국은 한국에 한·미 동맹을 강조하며 반중(反中) 세력에 동참할 것을 압박하고 있으나, 중국도 북한을 앞세우고 한국을 우방국이라 칭하며 포섭에 나섰다. 

안보·경제적 측면에서 미·중 어느 하나도 놓칠 수 없는 상황에 처한 정부는 그동안 중립성을 유지한 채 외교 전략을 펼쳐왔다. 그러나 ‘전략적 모호성’을 내세우며 우왕좌왕하고 있다는 지적도 일었다. 국익을 우선해 사안별로 지혜롭게 대처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외교 전문가로 불리는 박진(4선·서울 강남을) 국민의힘 외교안보특위 위원장은 현시점에서 필요한 것이 ‘한·미 동맹의 회복’이라고 강조했다. 북한 비핵화를 위해서도 한·미 공조체제를 다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냐, 바이든이냐…韓외교 방향타”

미국 대선이 불과 4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조기 투표와 우편투표는 이미 시작됐고 현재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치열한 레이스가 펼쳐지고 있다.

박 의원은 “미국 전체 여론조사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5%포인트 이상 앞서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본격적인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보수성향의 여론조사기관 라스무센은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후보를 추월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한 만큼 우리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미국 대선의 주요 이슈는 경제와 코로나19 두 가지”라며 “트럼프 후보는 미국의 무역적자와 제조업 실업 등 경제 문제가 중국 때문에 생긴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연일 중국 때리기와 중국에 대한 의존을 끊는 ‘디커플링(탈동조화)’을 강조하고 있다. 트럼프 후보는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면 중국이 승리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바이든 후보는 중국을 불신하지만 협력도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세우며,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글로벌 위협에 직면해 미국의 리더십을 포기했다고 깎아내리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때리기를 하고 있다면,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때리기를 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덧붙였다.

박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될 경우 미국의 전방위적 대중 압박은 한층 강화될 것으로 분석했다. 또 한·미 관계 차원에서는 트럼프 집권 1기의 연장선상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방위비 협상, 주한미군 감축 문제 등이 본격적으로 거론될 것으로 예상했다. 대북정책은 일단 제재를 유지하면서 싱가포르나 하노이 같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을 시도하다 여의치 않으면 군사적 압박을 통한 강경책으로 돌아설 가능성을 제기했다.

반면 바이든 후보의 경우 ‘동맹의 재창조’를 강조하면서 한국과 일본, 호주 등과의 민주주의 연대 강화를 주장할 것이라 예측했다. 통상 분야에서도 동맹국과의 연대 강화를 통해 중국을 압박하는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면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가 재연돼 미·북협상에서 전통적인 ‘보텀업(상향식)’ 협상방식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며, 대북 제재를 유지하면서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하고 중국이 평양을 압박하도록 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박 의원은 “그러나 누가 당선되더라도 공은 한국으로 넘어올 것”이라며 “우리 정부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애매한 균형자론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미·중 신냉전 상황에서 국익을 위한 냉철한 외교 전략을 추진하고, 북한 비핵화를 위한 한·미 공조체제를 다져야한다”고 강조했다.

◆“文정부 실용주의 외교 펼쳐라”…핵심은 연미통중

박 의원은 미·중 간 대립이 격화될수록 한국이 설 입지는 점점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현재 전개되고 있는 미·중 무역전쟁과 글로벌 차원의 기술패권 경쟁이 한국 정부와 기업에 분명한 선택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은 중국 화웨이 제품 사용 금지에 이어 ‘위챗’을 서비스 하는 텐센트에 대한 제재 조치를 발표했고, 한국에 반중 경제블록인 경제번영네트워크(EPN)와 7개국 협의체가 안보를 논의하는 ‘쿼드플러스(Quad Plus,비공식 안보협의체)’를 통한 인도태평양 전략 동참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박 의원은 "한·미 동맹을 강화하더라도 중국과의 긴밀한 소통은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중국의 양제츠 외교담당정치국원이 방한해 서훈 국가안보실장을 만나 시진핑 주석의 조기 방한 입장을 재확인했다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라고 평가했다.

그는 “미·중 무역전쟁과 기술패권 경쟁은 이미 지정학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며 “한국의 바람직한 전략은 미국과 동맹을 잘 유지해가면서 중국과 조화롭게 소통해 나가는 즉, 연미통중(聯美通中)의 지혜다. 우리가 국익을 보존하고 창출해 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한·미 공조체제를 견고히 유지하면서 중국과 긴밀히 소통하고, 북한과의 관계를 정상화해나가는 지혜로운 실용주의 외교를 펼치는 것”이라고 밝혔다.
 

박진 국민의힘 외교안보특별위원회 위원장. [사진=아주경제DB]

◆“스가 내각, 제2의 아베···감정외교 벗어 던져라”

박 의원은 문 정부가 일본과 경색된 교착 상태를 풀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일 양국 관계는 역사문제와 일본군 위안부 문제, 징용피해자 배상 문제 등 복합적으로 교착됐으나, 갈등이 연장되는 것은 모두에게 마이너스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스가 신임 총리는 대외관계에서 전임자인 아베의 노선을 충실히 따를 것으로 보인다”며 “그는 한국 대법원의 징용 배상판결이 한·일 청구권협정에 어긋난다고 언급한 바 있고, 평화헌법의 개헌도 추진하겠다고 밝힌 만큼 당분간 한·일 관계의 가시적인 진전이 이뤄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일본에게 역사적인 책임의식과 진정한 반성의 자세를 촉구하면서, 한편으로는 반일 정서에 기댄 감정외교에서 벗어나 한·일 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며 “국회에서는 지일파(知日派) 의원들이 나서서 일본과의 솔직한 정치적 대화를 통해 전향적인 문제해결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질랜드 외교관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서는 외교부의 대처가 미흡했다고 평가했다.

박 의원은 “양국 정상 간 전화 통화에서 뉴질랜드 총리가 문 대통령에게 이 문제를 직격탄으로 제기했다는 것은 국제적인 망신”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가 최근 외교부에 조사와 구제과정이 미흡했다는 결정문을 송부하고 피해자에게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권고한 만큼 외교부가 중심을 잡고 국제사회에서 신뢰와 존경을 받을 수 있도록 책임 있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전했다.

◆“4차 산업혁명 통해 포스트 코로나 대비”

박 의원은 코로나19로 불확실성이 높아진 우리의 경제 위기를 타파하기 위한 고민도 멈춰서는 안된다고 주문하며,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온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활용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재난지원금 지급이 응급조치라면, 기업을 살리는 것은 예방을 위한 방역조치”라며 “소비구조가 급격히 변화하는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정부는 디지털 DNA를 가진 혁신 기업을 육성하고 연구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은 물론이고 중견기업과 중소기업들도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온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잘 활용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지원과 산학연 협력의 확대, 그리고 디지털 인재양성이 절실하다”며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기술이 빛의 속도로 변화하는 무한 경쟁시대에 글로벌미래형 인재를 육성하는 창의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부동산 대란에 대해서는 현실적인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 의원은 “2040세대가 영혼까지 끌어다 모아서 ‘영끌’로 집을 사야 하는지 고민하는 상황을 만든 것은 잘못된 일”이라며 “문 정부는 지난 3년 반 동안 23번씩이나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역대 최고 규제를 쏟아냈다. 부동산문제는 규제 일변도로 잡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님에도 보수 정권 9년의 정책 실패를 탓하는 것은 전형적인 남 탓”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이어 “부동산은 단순히 투기 대상이 아니라 주거 기능과 재산 형성의 중요한 수단이며 집에는 국민들의 다양한 욕망이 내재된 것을 인정하고 자유시장경제의 틀 속에서 현실적인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내 집 마련의 꿈을 무너뜨리는 높은 집값은 분명 문제가 있지만, 규제남발식의 부동산 정책이 아닌 부동산 시장의 수요와 공급 흐름을 면밀히 보면서 주택을 적시적소에 원활하게 공급하고 부동산 가격을 자발적으로 안정시키는 진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진 국민의힘 외교안보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인터뷰에서 4차 산업혁명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사진=박진 의원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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