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신민아는 대중에게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고자 하는 마음이 더 크다. 영화 '디바'(감독 조슬예)로 6년 만에 스크린 복귀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였다.
다이빙계의 퀸 '이영'(신민아 분)이 의문의 교통사고를 당한 후, 잠재되었던 욕망과 광기가 깨어나며 일어나는 스릴러 영화 속 신민아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얼굴이 아닌 낯설고 섬뜩한 면면을 꺼낸다. 질투, 욕망, 초조함 그리고 분노까지. 여러 감정이 뒤섞인 그의 면면은 배우로서 더욱 깊어진 신민아를 엿볼 수 있게 했다.
"오랜만에 관객들과 만나게 돼 떨려요. 제가 '디바'에 애착이 크거든요. 안 해봤던 연기를 한다는 설렘,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느꼈던 공감까지. 촬영하고 개봉을 기다리는 이 순간까지 설레고 떨리는 마음이에요."
"'이게 진짜처럼 보일 수 있을까?' 그 점을 많이 고민한 것 같아요. 자칫 과하게 보이거나 거짓처럼 느껴질 것 같아서요. 연기자인 제가 이영의 마음을 공감하지 못한다면 모두 무너질 것 같았죠."
다행히도 신민아는 이영의 속내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가 느끼는 일련의 감정들은 타인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우리가 모두 알고, 한 번쯤 느껴왔을 법한 소소하고 때로는 벅찬 감정이었다.
"이영은 수진을 원망하는 마음을 스스로에게 풀어요. 자신을 망가뜨리죠. 저 역시도 가장 힘들었던 시기를 생각하면 자신을 바닥으로 몰아가곤 했거든요. 이영의 마음이 복잡하면서 미묘하다고 생각했지만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았어요. 저 역시 경험해봤던 감정이거든요."
시나리오를 봤을 때부터 신민아는 이영의 마음을 읽어낼 수 있었다. 아주 결이 곱고 잘게 쪼개져 있어 그 하나하나를 훑어가는 시간과 과정이 필요했을 뿐이다. 그는 조슬예 감독과도 이 감정을 낱낱 하게 짚어가는 과정을 의논해왔다.
"이영이 광기에 사로잡히고, 폭발하고, 코너에 몰리는 모습…. 제가 꼭 표현해보고 싶었던 부분이에요. 과하지 않은 선에서 최대한 끌어내 보고 싶었죠."
극 중 이영은 다이빙계 스타. 하지만 그 인물이 되기 위해서는 누구보다 치열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 신민아는 수영복을 입을 때마다 전투복을 입는 마음이었다고 털어놨다.
"시사회가 끝난 뒤에 '관음적 시선이 없어서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영화 속 인물들의 감정이 너무 예민한데 시선이 엉뚱한 데로 간다면, 부끄러운 걸 떠나서 감정이 깨질 것 같더라고요. 감독님께서 누차 어떤 시선이나 앵글로 찍을 생각이 없다고 하셨고 '수영복을 전투복으로 여기라'고 하셔서 안심됐죠. 실제로 그런 마음가짐으로 (수영복을) 입었고 결과물도 그렇게 나온 것 같아요."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반대로 추락해야만 하는 아이러니한 다이빙의 세계. 영화 속 인물들의 치열한 삶과 여러 감정을 톺아보며 연예계를 떠올리기도 했다.
"우리도 시청률과 관객수로만 평가받을 때도 있으니까요. 그런 면을 생각한다면 비슷한 점도 있는 것 같아요. 극 중 다이빙 선수들도 홀로 압박을 이기고 표현해야 하는데 그런 모습이 공감이 많이 됐죠. 또 질투나 시기심도 누구나 느낄 수 있는 보편적인 감정이잖아요? 저 역시도 멋지게 해내는 배우들을 볼 때면 부러운 마음을 느끼니까요."
과거 국내 영화에서 여성 캐릭터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범죄 영화나 스릴러 영화가 인기를 끌며 여성 캐릭터의 분량이 줄고 평면화되기 일쑤였다. 유명 배우마저 '작품'이 없어 강제 휴식기를 가졌을 정도. 하지만 최근 영화계도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졌고 여성 캐릭터의 활약도 두드러졌다.
"저도 오래 공백기를 가지고 싶지 않았어요. 기회도 없고 연도 닿지 않았죠. 여자 배우, 30대 여성이 맡을 만한 작품이 많지 않으니까요. 주어진 것 중에서 안 해본 장르, 캐릭터를 해보려고 노력하는데 쉽지 않았죠. '디바'는 적절한 시기, 저에게 주어진 최고의 작품이에요. 굉장한 인연이 아닐까 생각해요."
오래 연예계 생활을 해오며 지치고 힘들 때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그의 곁을 지켜준 건 좋은 친구들이었다.
"(공)효진 언니는 모델 시절부터 알고 지낸 친구예요. 비슷한 시기에 모델 일도 하고 연기 활동도 하고 있어요. 만나면 작품 이야기를 많이 하는 거 같아요. (엄) 정화 선배님은 굉장한 배우 선배님이고 늘 진심으로 대해주셔서 심적으로 많이 기대고 있어요."
5년째 예쁜 만남을 이어가고 있는 연인 김우빈도 신민아에게 큰 힘을 주는 존재다.
"김우빈 씨도 '오랜만에 영화가 개봉한다'며 기뻐해 주고 있어요. 또 그분도 오랜만에 (영화계에) 복귀했잖아요? 저도 '잘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응원하고 있어요."
영화 '디바'가 살점 같은 작품이라는 신민아는 흥행 여부와 상관없이 온몸으로 표현할 수 있었던 작품이라며 애틋한 마음을 표현했다.
"제게는 피붙이 같은 영화에요. 시간이 흐르면서 저도 계속 변할 텐데. 지금 시점에서 제가 원했고 적합했던 작품이자 인물이었던 거 같아요.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더 있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