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간 중국 반도체 업체에 꾸준한 투자를 해왔던 투자회사 위안허푸화(元禾璞华)의 천즈빈(陈智斌) 파트너는 최근 투자 붐이 일어나고 있는 중국 반도체 업계에 대해 이같이 우려했다.
그는 최근 중국 21세기경제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10년 전만 하더라도 반도체 투자 행사가 열리면 참석자가 없어 테이블 한두 개면 충분했는데, 지금은 반도체 투자기관 100여곳에서 몰려들 정도"라고 설명했다.
中 너도나도 반도체 투자 ‘붐’… 관련 기업도 우후죽순
사실 몇년 전만 해도 중국 반도체 분야는 투자 비용이 많이 들고, 리스크가 크다는 이유로 '투자 불모지'로 여겨졌다. 그런데 최근 2년 새 상황이 급반전했다.
투자가 늘면서 반도체 관련 기업도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기존 기업이 반도체 업체로 전환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는데, 21세기경제보도에 따르면 올해 9월 1일 기준 반도체 사업에 새로 뛰어든 기업이 가장 많은 지역은 중국 장쑤(江蘇)성으로, 무려 1262개에 달한다. 전년 동기 대비 196.94% 늘어난 수준이다.
산시(陕西)성에서는 반도체 사업에 새로 도전한 기업이 모두 905곳으로, 전년 대비 618.25% 늘었다. 이외에 저장(浙江)성이 전년 동기대비 547.73% 늘어난 1230개를, 톈진(天津)이 465.31% 늘어난 277개를 기록했다.
이로써 중국 전역에서 반도체 집적회로 분야로 사업 범위를 변경한 업체는 모두 9335개로 전년 동기 대비 2배 넘게 늘었다.
'국산 대체’ 희망하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투자 붐 배경
이처럼 중국 반도체 산업으로 투자자금이 빠르게 몰리는 이유는 △시장의 변화 △정책적 혜택 △빠른 상장으로 분석된다.
중국은 현재 20%대 수준의 반도체 자급 수준을 2025년까지 7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정부, 기업, 대학까지 모두 나서서 반도체 기술력을 높이고 인재를 육성하는 데 과감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2014년 정부가 참여하는 반도체 전용펀드 ‘국영 반도체 산업 투자 기금’을 설립해 매년 300억~600억 위안 규모 자금을 반도체 기업에 투자했다. 지난해까지 누적 투자액은 1400억 위안에 달한다.
반도체 기업 성장을 위한 다양한 정책적 혜택도 마련했다. 28나노미터(nm, 10억분의1m) 이하 반도체 공정 기술력을 보유한, 15년 이상 반도체 사업을 운영한 기업엔 향후 최대 10년간 법인세가 면제된다.
반도체 기업 상장과 자금 조달도 지원한다. 특히 자국의 상하이증권거래소의 커촹반과 선전증권거래소의 창업판으로의 상장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중국 반도체 업계 전문가이자 중국 공업정보화부 산하 싱크탱크 싸이디(賽迪)의 리커(李珂) 대표는 “정책적 호재 등으로 반도체 기업들의 커촹반 기업공개(IPO) 승인 속도가 빨라지고 기업가치도 급등하면서 투자 효과를 빨리 얻고 있는 점이 투자 붐의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거품론 확산… “美 반도체업체 평균 PE 20배인데 中은 100배”
다만 이 같은 투자 폭증 상황이 결국 업계 거품 신호라는 해석도 나온다. 중국 다수 반도체 상장사가 과대 평가됐다는 것이다.
싸이디에 따르면 중국 상하이증시에 상장된 상장사 평균 예상주가수익배율(PE)이 16.08배인 반면, 커촹반에 상장된 반도체 업체의 평균 PE는 무려 124배에 달한다.
미국 반도체 업체와 비교해도 중국 업체들의 '거품'은 뚜렷하다. 리샤오쥔(李驍軍) IDG캐피털 파트너는 "중국 반도체 업체 수입은 미국보다 몇십배 적은 반면, 평가치는 훨씬 높다"며 "미국 반도체 업체의 평균 PE는 20배가량인 반면 중국은 100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중국 반도체 업체는 기업 수가 많지만 규모가 작고, 기술력이나 글로벌 경쟁력은 뒤처진다"며 버블 현상을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