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양사는 내달 5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 관련 최종 판결을 앞두면서 합의금 협상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1조원에 합의금 사인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양측은 막판 협상을 두고 이해득실을 따지느라 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이 타결될 경우, 일단 LG화학은 막대한 자금을 챙기는 동시에 업계 1위 자존심을 챙기며 함박웃음을 짓게 된다. 게다가 최근 예고한 배터리 부문(전지사업부) 분사 이후 작업에도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하지만 LG화학은 주식공개상장(IPO)을 하더라도 신주 비중은 20~30%로 크지 않아, 배터리 자회사에 대한 절대적인 지분율을 계속 보유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차동석 LG화학 부사장은 지난 18일 콘퍼런스콜을 통해 “IPO를 통해 향후 배터리 사업이 더 큰 성장을 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 존속법인인 LG화학의 주가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SK이노베이션의 합의금을 1조원대로 확보하게 되면 LG화학의 향후 배터리 투자 계획은 더욱 탄력을 받게 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공교롭게도 ITC 최종 판결이 예정된 다음 달 5일은 LG화학이 주주총회를 열고 권리행사와 주주 결정을 예고한 날”이라면서 “배터리 부문 분사와 맞물려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과 합의금 협상에 전향적 태도로 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SK이노베이션으로선 합의금 타결이 되면 크게 한숨을 돌리게 된다. 무엇보다 ITC 최종 결정에 따른 미국 내 배터리 제품 수입금지 조치와 투자금 손실 우려에서도 해방된다.
특히 미국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건설 계획도 차질 없이 진행할 수 있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은 지난 6월 조지아주에 배터리 제2공장 건립에 9억4000만 달러(약 1조1280억원) 투자를 결정했다. 제2 공장은 11.7GWh(전기차 20만대 분량) 규모로, 7월 착공해 2023년부터 제품을 양산할 계획이다. 지난해 착공한 1공장은 2022년 양산을 목표로 공사가 한창이다. SK이노베이션이 1~2공장에 투자한 총 금액은 3조원에 이른다. 2공장이 양산에 돌입하면 SK이노베이션의 연간 전기차 배터리 생산 규모는 71GWh에 이를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은 합의금 협상이 타결될 경우, 그간 영업비밀 침해에 따른 ‘부정행위 기업’이란 꼬리표도 떼어낼 수 있게 된다. 다만 SK이노베이션은 여전히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ITC가 조기패소 예비결정에 주요한 이유로 ‘증거 인멸’ 문제를 들었지만, 여전히 LG화학이 소송의 본질인 영업비밀 침해 사례를 구체적으로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ITC는 지난 6월 SK이노베이션의 이의 제기 요청을 받아들였고 ‘전면 재검토’를 결정한 상태다. 동시에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에 대해 △영업 기밀 침해와 관련 파괴된 증거 자료 △경제적 침해의 위협에 관련해 파기된 증거 자료 △예비결정 당시 조사 범위에 포함됐던 침해된 영업 기밀 목록 등을 요구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이번 판결의 본질이 영업비밀 침해 건인데 증거 인멸 관련 사안만 주목해 조기패소 예비결정이 내려진 측면이 강하다”면서 “합의금 협상과 별개로 이 부분에 있어서 확실한 명예회복을 하기 위해 추후 연방법원 소송도 고려하고 있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