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쯤 생각한다. 만약 로또 1등에 당첨된다면 그 돈으로 무얼 할지 또는 무얼 할 수 있을지. 하지만 현실은 대개 꽝이어서 어쩌다 5등(5000원)이라도 당첨되면 기분 좋은 게 사람 심리다. 그리고 다시 1등을 바라면서 로또를 산다. 당첨 확률 대비 매몰비용이 크지만, 대박난 주식과 같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어 투자하듯이 꾸준히 사는 이들도 있다.
다음 달, 만 13세 이상 전 국민이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통신비 지원 명목으로 2만원을 받게 됐다. 9월분 요금에서 차감 지급되는 방식이어서 손에 잡히는 돈은 아니다. 그런데 이상하다. 분명 로또 5등보다 금액이 큰데, 웬만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한끼를 해결할 수 있는 값인데 기껍지가 않다. 왜일까.
그렇다면 사람들은 2만원의 가치보다 대가를 크게 느낀 게 아닐까. 공돈인 듯 공돈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예컨대 어릴 적 명절에 친척들로부터 용돈을 받아 신난 동안 내 부모도 친척들에게 그만큼 주고 있었던 것과 같다. 가계 소득과 지출이 같아져 '0'에 수렴하는 마법이다.
실제 막는다고 막아지지 않는 물가 상승에 더해 내년 건강보험료 인상이 결정됐다. 고용보험의 경우 골프 캐디의 가입이 의무화된 데 이어 보험설계사도 적용 논의가 한창이다.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제도권에 들이려는 취지라면 늦장 대응이고, 지금처럼 직접고용이 불확실한 채로 코로나19 상황에 내릴 결정인지도 갸웃하게 된다.
일회성으로 지원되는 통신비 2만원의 파장은 예상보다 컸다. 여야는 물론이고 국민들도 '일단 고맙게 받으면 될 일 아니냐', '더 필요한 곳에 투자하길 바란다' 등 의견이 분분하다. 개인의 효용은 다를지라도 9289억원이란 예산은 작은 숫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른바 '내돈내산(내 돈 주고 내가 산)' 로또가 꽝이면 아쉬워하고 버리면 그만이지만, 세금으로 운용되는 지원금은 좋든 싫든 흔적을 남긴다. 금액이 얼마든 사용처가 어디든 나중에 갚아야 할 돈으로 돌아온다는 의미다. 결국 반대급부가 다를 뿐 세상에 공짜는 없다. 코로나19가 앞으로 얼마나 더 장기화할지 모르는 시점에 지원금의 '가치'와 '대가' 사이에서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