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S토커-롯데] 지주 출범 후 손 놓은 신성장 동력 확보

2020-09-17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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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사, 지분·재무 레버리지 긍정적...현금흐름 부족은 예고된 수순

그룹 계열사 간 지분 거래 지속...무늬만 투명성 확보한 이사회

[사진=롯데물산 제공]

[데일리동방] 롯데지주가 ‘지주사 숙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계열사 실적 부진이 지속된 가운데 지주 출범 이후 신성장 동력도 확보하지 못한 탓이다.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계열사 간 지분거래만 활발하다. 기업 의사결정 핵심인 이사회가 그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롯데지주는 지난 2017년 10월 출범 이후 주가하락이 지속되고 있다. 지배구조 개편을 통한 ‘뉴롯데’는 단순 ‘꿈’에 그치는 모습이다.

주가하락은 계열사 전반 실적 부진으로부터 시작됐다. 가장 큰 문제는 롯데지주 가치가 지주출범 이후 줄곧 주당순자산비율(PBR) 1배 미만으로 거래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주사=저평가’라는 지주사 숙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형국이다.

지주사 저평가에는 다양한 이유가 지목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설득력 있는 근거는 현금흐름 부족이다. 우리나라 지주사들은 자회사에 대한 지분율이 낮은 편이다. 우량 자회사라 하더라도 배당과 로열티 등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은 한계가 있다.
 

롯데지주 주가 추이[출처 = 네이버금융]


지주사는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투자자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 모든 산업은 사이클이 있다. 그에 따라 변하는 투자 대상 가치는 전체 ‘수익’을 변동 시키는 요인이다.

투자자는 투자 비중 조절을 통해 시장 상황에 따른 대응이 가능하지만 지주사는 그럴 수 없다. 특히 국내서는 재벌과 최대주주 중심 지배력에 집중하고 있다. 자회사 지분을 순수매각하는 것은 유동성 문제 혹은 사업 포트폴리오 전면 개편 목적이 아닌 이상 생각조차 하기 어렵다. 결국 가치제고를 위해 지주사는 지속적으로 새로운 수익원을 개발해야 한다.

설령 신성장 동력을 발굴해도 시간이 지날수록 그 영향력은 낮아지기 마련이다. 그룹 규모가 이미 커질대로 커진 탓이다. 지주사 가치제고를 위해서는 더 많은 자본과 더 많은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

롯데지주 출범으로 롯데그룹은 순환출자를 해소하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지배력에 힘을 실었다. 이러한 변화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국내 주요 그룹 대부분이 순환출자를 통해 압축 성장을 이뤘지만 경제력이 집중되면서 폐해가 발생했다. 2000년대 들어 지주사로 점차 탈바꿈하기 시작한 계기다. 이를 고려하면 롯데그룹 지배구조 변화는 국내 그룹 변화 트렌드에 최소 10년 이상 뒤쳐진 것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롯데그룹]

느린 변화는 롯데그룹 발전에 발목을 잡았고 지주사 전환 이후 이렇다 할 성장동력도 마련하지 못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롯데지주 지배력이 미치지 않았던 롯데케미칼을 산하에 편입시켰다는 점 뿐이다. 한국롯데와 일본롯데를 오가는 계열사 지분 이동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지주사 전환은 비가역성을 지니고 있다. 이전으로 되돌리기 어렵다는 뜻이다. 따라서 지배구조 개편은 신중해야 하며 지주 전환을 결정했다면 모든 주주들이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가져와야 한다. 그러나 현재 롯데그룹은 지주사 전환이 기업가치 제고에 전혀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

이 모든 일련의 과정은 지배구조 핵심인 이사회 결정에 큰 영향을 받는다. 지난달 13일 롯데그룹 인사에서 물러난 황각규 부회장은 롯데지주 이사회 의장직을 유지키로 했다. 사내이사에서 사외이사로 변경되면서 지배구조 ‘투명성’은 무늬만 확보한 격이다. 기존 이사회 구성원들이 대부분 연임·보임된 상황에서 롯데지주가 그룹 변화에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지주사 전환과 기업가치 제고는 유독 국내 시장과 거리가 멀다”며 “재벌 승계, 상속 위주로 진행되면서 인식 자체가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문경영인 중심 체제로 움직이는 서구 지배구조 시스템을 그대로 받아들인 탓”이라며 “그룹 총수에 대한 이사회 견제 등이 국내서는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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