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연이은 자연재해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미국 서부 지역은 산불로, 동남부 지역은 허리케인으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16일(현지시간) 새벽 4시 45분쯤 2등급인 허리케인 샐리가 미국 앨라배마주 걸프쇼어스 인근에 상륙했다.
시속 160km 강풍을 동반한 채 상륙한 샐리로 인해 곳곳 큰 나무가 쓰러졌고, 건물 지붕에서 떨어진 금속 물체가 거리를 굴러다녔다. 바지선에 있던 건설 트레인이 뜯겨 나가면서 펜사콜라 만의 다리를 강타해 일부 구간이 붕괴됐고, 앨라배마 걸프주립공원의 한 부두도 파괴됐다. 또 오렌지 비치에서 한 빌딩의 벽이 강풍에 날아가 최소 5개 층의 내부가 노출되기도 했다.
이와 함께 곳곳에도 물폭탄이 쏟아지고 있다.
미 국립기상청(NWS)에 따르면 다운타운 최대 강수량이 1m에 육박했으며, 펜사콜라 해군 항공기지에는 61cm 강수량을 기록했다. 물폭탄에 도로는 물론 차량, 자택이 물에 잠기고, 무릎까지 물이 차오르며 시민들은 큰 불편을 겪고 있다. 홍수가 발생하면서 앨라배마주는 고지대로 대피하라는 긴급 안내가 내려졌다.
현재 샐리는 시속 3m의 느린 속도로 이동 중이다. 데이비드 에버솔 예보관은 "샐리 움직임이 너무 느려서 열대성 폭우와 강한 바람으로 해당 지역을 계속 강타할 것이다. 악몽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자연재해로 인한 막대한 피해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안일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최근 도널드 대통령은 "기후 온난화를 허구로 규정하는 것은 물론 이에 대한 대응이 미국 노동자와 기업, 납세자에게 부담을 줘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준다"며 기후 변화에 관한 유엔기본협약(파리기후협약) 탈퇴를 유엔에 통보했고, 오는 11월 4일 공식 탈퇴하게 된다.
또한 서부 산불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기후 온난화를 원인으로 꼽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지구는 다시 차가워질 것"이라며 현실 부정 발언을 해 대선 라이벌인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는 그를 '기부 방화범'이라고 공격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 역시 "기후 변화로 미국에서만 수백만 명의 기후 난민이 발생할 수 있다"며 그의 태도를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