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수 관방장관' 스가, '포스트 아베'로…북·일 관계는 어디로

2020-09-14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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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일본 관방장관, 16일 임시 국회서 총리로 정식 선출

'아베 외교정책 계승' 북·일 관계 '경색' 당분간 지속 전망

日 정부 '北 일본인 납치 문제' 최우선 해결 과제로 내세워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이 14일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압도적 지지로 당선되면서 차기 일본 총리에 이름을 올렸다. 스가 장관은 오는 16일 소집되는 임시국회에서 제99대 총리로 정식 선출될 예정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취임한 2012년 12월 26일 이후 7년 8개월여 만에 새로운 일본 총리가 등장함에 따라 그동안 경색됐던 북·일 관계에도 변화가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스가 장관의 총리 취임에도 북·일 관계는 변함이 없을 것으로 관측한다. 스가 장관이 새로운 총리 자리에 올라도 당분간 아베 총리에게 의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북·일 관계는 북한의 일본인 납치, 미사일 문제 등으로 교착국면에 직면해 있다. 아베 총리가 그동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조건 없는’ 북·일 정상회담 추진 의지를 드러내기는 했다. 하지만 그는 대표적인 대북 강경론자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28일 사임 발표 기자회견에서 납북자 문제와 북한의 탄도미사일 능력 등을 언급하며 북한에 대한 부정적인 내용만 전했다. 그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능력 향상을 우려하며 미사일과 관련된 안보 정책의 새로운 방침을 협의했고, 이를 여당과 조율해 구체적으로 진행해 나가겠다고 했다.
 

퇴임을 앞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4일 도쿄도 미나토구의 한 호텔에서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투개표에서 차기 총재로 선출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에게 축하의 꽃다발을 건네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스가 장관은 지난 9일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두고 진행된 한 공개토론회에서 “조건을 붙이지 않고 김 위원장과 직접 마주할 각오로 임하겠다”며 납치문제 해결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또 도미타 고지 주한 일본대사는 지난 1일 이인영 통일부 장관을 예방한 자리에서 남북 관계 개선 지지 요청에 북핵 문제와 일본인 납치 문제 등이 우선 해결돼야 한다는 점을 시사했다.

도미타 대사는 “일·북(북·일) 평양선언을 토대로 납치, 핵, 미사일 등 여러 현안을 포괄적으로 해결한 뒤 과거를 청산하고 일·북 수교를 실현한다는 게 일본의 북한에 대한 정책은 일관된 입장”이라면서 “새로운 정부 들어서도 계속해서 납치 문제는 매우 중요한 과제이고 한국 정부의 이해와 협력을 부탁한다”고 했다.
 
신범철 한국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스가 장관이) 기본적으로 아베 노선을 이어간다는 점을 시사했다”며 북·일 관계의 교착 국면이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 센터장은 “스가 정권이 정착되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이고, 스가 장관도 당분간 아베 총리에 의지할 가능성이 커 (일본의) 대외정책에 새로운 변화 요인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이 14일 도쿄의 한 호텔에서 열린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경쟁 후보들을 압도적인 표 차로 제치고 총재에 당선됐다. [사진=교도통신·연합뉴스]


한편 신 센터장은 향후 스가 정권 체제가 안정화되면 북·일 나아가 한·일 관계에도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고 기대했다.

신 센터장은 “스가 장관의 임시 총리직 임기가 내년 9월까지지만, 내년 총선에서 그가 또 총리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는 “스가 정권이 무조건 단명한다고 보는 건 단견(短見·짧은 생각이나 의견)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아베를 중심으로 한 자민당 주류 세력이 이시바를 견제한다면 스가 장관이 계속 총리직에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아베 총리가 경쟁자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을 견제하고자 스가 장관을 지지한 만큼, 차기 총선에서도 스가 장관이 총리로 선출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신 센터장은 “스가 장관의 특징은 ‘무색무취’로, 이로 인해 아베 총리의 지지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결국 어느 순간에 가면 자기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서 “무색무취한 사람은 온건주의자 성향이 있으므로 장기적으로 북·일 간 새로운 관계를 모색할 기회가 있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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