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친 여자' 홍상수·김민희, 해외·국내 극명한 온도차

2020-09-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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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 감독 24번째 장편 영화 '도망친 여자'[사진=영화 '도망친 여자' 포스터]

영화 '도망친 여자'가 오는 17일 국내 개봉한다.

제70회 베를린 국제영화제를 비롯해 제58회 뉴욕영화제, 부쿠레슈티 영화제 등 해외 유수 영화제서 수상을 싹쓸이한 작품이지만 국내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비단 코로나19의 영향은 아닌 듯하다. 포털 사이트의 기대 지수 등은 압도적으로 '비추천'이 우세하고, 개봉도 전에 별점과 한줄평에는 혹평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모두 특정 인물들을 가리키고 있다. 홍상수 감독과 주연 배우 김민희를 향해서다.

영화 '도망친 여자'는 결혼 후 한 번도 떨어져 지낸 적이 없었던 남편이 출장을 간 사이, 두 번의 약속된 만남, 한 번의 우연한 만남을 통해 과거 세 명의 친구들을 만나게 되는 감희를 따라가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홍상수 감독의 24번째 장편 영화이자, 배우 김민희와 7번째 호흡을 맞춘 작품이다. 서영화, 송선미, 김새벽, 권해효가 함께 출연한다.

앞서 영화 '도망친 여자'의 해외 수상 이력은 눈부실 정도다. 올해 2월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인 '은곰상'을 수상을 시작으로 해외 유수 영화제를 휩쓸었다.

독일 베를린 국제영화제는 프랑스 칸 영화제, 이탈리아 베니스 영화제와 함께 세계 3대 영화제로 꼽힌다. 해당 영화제에서 한국 감독이 은곰상을 받은 건 2004년 김기덕 감독이 영화 '사마리아'로 수상한 이후 16년 만이다. 김기덕 감독은 영화 '밤과 낮'(2008), '누구의딸도아닌해원'(2013), '밤의 해변에서 혼자'(2017) 등으로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되었지만, 은곰상 수상은 처음이다. 경쟁 부문 진출 4번 만에 쾌거를 거둔 작품이다.

이어 제58회 뉴욕영화제, 제69회 만하임-하이델베르크국제영화제, 제21회 도쿄필름엑스 등 전 세계 유수 영화제에 연이어 초청받았고 최근에는 제16회 부쿠레슈티 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으며 화제를 모았다.

영화 '도망친 여자' 촬영장 비하인드 스틸컷 중 [사진=(주)영화제작전원사 제공]


또 미국 영화 평론가들의 리뷰를 바탕으로 영화를 평가하는 사이트인 로튼토마토에서도 신선도 지수 100%를 기록했다. 로튼 토파토는 '신선함(Fresh)'와 '썩음(Rotten)'으로 나누어 평론가들의 긍정적 평가 비율을 '토마토미터(Tomatometer)'라는 이름으로 제공한다.

로튼토마토 지수로 해외 영화계 반응을 알 수 있겠지만, '도망친 여자'의 해외 반응은 그야말로 호평 일색.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를 통해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된 직후 미국 매체 할리우드 리포트는 "관객들은 서서히 커튼을 들추고 그 인물들의 복잡한 감정적 삶의 세계를 훔쳐보는 것이 가능해진다. 이것이 홍상수 영화의 비밀스러운 힘", 버라이어티는 "홍상수는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란 영화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 사랑스럽게 작고, 그러면서 작은 즐거움을 안겨주는 '도망친 여자'는 그 미래가 바로 지금이라고 말하고 있다"라는 등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국내 평론가들에게도 좋은 반응이었다. 이동진 평론가는 "중심에 구멍을 낸 뒤 사건의 뒤안길에서 일렁이는 마음의 그림자를 물끄러미 들여다본다"라고 했고, 허문영 평론가는 "홍상수는 서사의 진폭을 최소화할 뿐 아니라 그의 어떤 다른 영화에서보다 구성을 단순화하며 피사체들의 즉물성을 극대화한다"라고 평가했다.

영화 '도망친 여자' 촬영 비하인드컷[사진=(주)영화제작전원사 제공]


해외에서 호평 일색인 데다가 유수 영화제서 수상을 싹쓸이하고 있는 영화 '도망친 여자'지만 오는 9일 예정된 언론·배급 시사회는 영화 상영만 진행하기로 했다. 홍상수 감독과 배우 김민희가 국내 시사회가 참석한 건 지난 2017년 3월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 이후 전무하다.

홍상수 감독과 배우 김민희은 여전히 '불륜 커플'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산다.

2015년 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로 인연을 맺은 두 사람은 연인으로 발전해, 지난 2017년 '밤의 해변에서 혼자' 기자간담회에서 관계를 인정했다. 당시 홍상수 감독은 김민희와 관계를 두고 "사랑하는 사이"라고 밝혔던바.

이후 두 사람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싸늘하다 못해 차가웠다.

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2015) 이후 '밤의 해변에서 혼자'(2016) '클레어의 카메라'(2016) '그 후'(2017) '풀잎들'(2017) '강변호텔'(2018), 영화 '도망친 여자'(2020)까지 일곱 작품을 함께했지만 관객들은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두 사람의 관계가 알려진 뒤 홍상수 감독의 작품과 배우 김민희의 연기는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다.

때마다 결별설도 돌았다. 홍상수 감독이 김민희가 '불륜녀'로 불리는 걸 괴로워했고 이로 인해 다툼이 있었다는 영화계 후문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결별설이 돌 때마다 목격담 등을 통해 여전히 좋은 사이를 유지하고 있다는 걸 알렸다.

2017년 3월 '불륜 관계'를 인정한 홍상수 감독과 배우 김민희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이 가운데 지난해 6월에는 홍상수 감독이 청구한 이혼 소송이 기각됐다. 유책 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당시 재판부는 "홍상수 감독과 A씨의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기는 하였으나 그 파탄의 주된 책임이 홍상수 감독에게 있고, 유책배우자인 홍상수 감독의 이혼 청구를 예외적으로 허용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하지도 않는다고 판단했다"라고 설명했다. 아직 홍상수 감독은 A씨와 법적 부부다.

오는 9일 영화 '도망친 여자'가 국내 시사회를 통해 공개된다. 국내 개봉은 17일이다. 영화 '강변호텔' 이후 관객들의 반응은 달라졌을까? 해외 굵직한 영화제서 좋은 평가를 얻고, '여성 중심' 서사로 인정받는 이 작품이 국내 관객들에게는 어떤 반응을 끌어낼지 이목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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