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호 국토교통부 제1차관이 연이은 부동산 투기의혹으로 진땀을 빼고 있다. 최근 경기 과천에 땅에 대한 '이해충돌' 논란이 나온데 이어 서울 강서구 준공업지역에도 부인과 가족 명의의 땅(공장용 부지)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는 6일 보도설명자료를 내고 "차관 소유의 소규모 부지는 정부에서 발표한 준공업지역 앵커산업시설 조성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서울의 준공업지역인 강서구 등촌동 일대 공장 건물과 1681㎡규모의 땅을 박 차관의 형, 누나, 부인이 소유하고 있어 이해충돌 가능성이 있다는 SBS는 보도에 대한 해명이다.
문제는 박 차관이 지난 5월 주택 공급을 위해 준공업지역 규제를 풀고 공공융자를 지원해 주상복합이나 오피스텔을 짓게 하겠다는 '수도권 주택공급기반 강화대책'을 발표했었다는 점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박 차관의 발표대로 개발될 경우 박 차관 일가가 소유한 등촌동 건물과 땅만 시세로 2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대해 박선호 차관은 "준공업지역 관련 사항은 대규모 공장이전 부지에 대한 민관합동 사업모델을 제시하고 향후 공모사업을 진행하겠다는 내용으로 본인 가족의 공장에는 해당하지 않는 사항"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지난 2일에는 참여연대를 통해 경기도 과천시 과천동에 보유하고 있는 토지(2519㎡ 중 1259.5㎡)가 정부의 수도권 주택 공급 계획 대상 지역에 포함됐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구설에 올랐다. 국토부는 2018년 12월 발표한 '2차 수도권 주택공급 계획 및 수도권 광역교통망 개선방안'에서 해당 토지를 주택공급 대상 지역으로 선정한 바 있다.
당시에도 "신도시 업무는 주택토지실 공공주택건설추진단의 극소수 직원이 철저한 보안 속에서 진행하는 업무"라며 "과천 신도시는 2018년 12월 19일 공식 발표됐으나 본인은 그해 7월 25일부터 12월 14일까지 국토도시실장으로 근무했다"고 업무연관성을 부인했다.
진화되는 듯했던 '과천땅 논란'은 과천시민들의 지적으로 다시 한 번 수면 위로 올랐다.
과천시민광장 수호 시민대책위원회는 10일 이 의혹에 대해 감사원의 감사를 청구할 예정이라고 7일 밝혔다.
대책위 측은 "박 차관 소유의 과천땅 이해충돌 의혹은 지역언론 등을 통해 꾸준히 제기됐던 건"이라며 "국토부의 무분별한 과천 개발에 공직자 개인의 이익추구의 의도가 있다는 의혹을 갖고 감사청구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시장 투기세력을 근절하겠다고 강조해온 국토부 차관이 잇따라 이해충돌·투기의혹에 휩싸이면서 주무부처의 정책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충분한 검증 없는 의혹 제기는 주택시장에 혼란만 줄 것"이라면서도 "책임자가 투기 의혹에 휩싸이는 모습이 반복되면 정부의 신뢰도가 하락하는 만큼 단순한 해명이 아닌 실질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