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을 모르고 치솟던 미국 주요 기술주들이 9월 들어 급락하며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 증권가에서는 코로나19 이후 언택트(비대면) 문화 확산에 따른 성장주 강세의 방향성은 여전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지난 4일(현지 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44.97포인트(1.27%) 내린 1만1313.13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지난주에만 3% 넘게 하락했다. 그간 상승을 이끌던 성장주들이 급락한 탓이다. 테슬라의 경우 9월 들어 3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주가가 약 16% 빠졌다. 대형 기술주를 대표하는 FAANG(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알파벳) 역시 같은 기간 하락세를 보였다. 애플과 아마존은 각각 6%, 5%가량 하락했다. 페이스북과 넷플릭스, 알파벳 A주도 2~3%가량 떨어졌다.
증권가에서는 그간 미국 증시가 기술주 중심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만큼 급등에 따른 단기 조정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보면 우상향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로 인한 불안한 시장을 유동성의 힘으로 떠받치고 있는 상황은 계속되고 있다"며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강해졌다고 하기엔 달러인덱스와 기타 선진국 통화 흐름에서 뚜렷한 변화를 찾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증시가 펀더멘털에 수렴되는 것을 생각하면 장기 흐름은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성장주 헤게모니가 지속될 것으로 판단하며 조정 이후 기술주의 반등을 기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백찬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안정적 환율과 유동성 지표를 고려할 때, 조정 시 성장주에 대한 비중확대를 제시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정이 국내 증시에 미칠 영향도 제한적일 것으로 보는 의견도 나온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시총 상위 기술주가 부침을 겪던 와중에도 여행·유통 등 경제활동 재개 수혜주는 반등했다"며 "국내의 경우 뒤처졌던 경기민감 가치주가 시총 상위에 포진해 순환매가 지수의 추가 상승을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점쳤다. 서 연구원은 "경기회복 신호를 증시가 따를 소지가 다분한 만큼 국내 반도체, 자동차, 화학 업종에서 종목을 선별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