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사태로 주춤했던 경제 위기 극복 카드로 한국판 뉴딜을 재차 꺼내들며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 드라이브에 고삐를 죄었다.
문 대통령은 3일 청와대에서 제1회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를 주재하며 그동안 줄곧 강조했던 방역과 경제의 ‘두 마리 토끼잡기’에 나섰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부 주도의 ‘관제금융 부활’에 대한 우려감도 나왔다. <관련기사 3·14면>
향후 5년간 정책금융기관이 100조원, 민간 금융기관이 70조원을 투입해 뉴딜 프로젝트나 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뒷받침한다.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현재의 위기를 신속히 탈출하기 위해 온 힘을 모으면서도 대한민국의 미래를 개척하는 일 또한 한시도 멈출 수 없다”면서 “한국판 뉴딜은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린 일”이라고 역설했다.
특히 이번 회의에는 조용병 신한금융지주회장, 윤종규 KB금융지주회장,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회장, 손태승 우리금융지주회장, 유상호 한국투자금융지주부회장 등 9개 금융지주 대표와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회장 등 금융계 인사들이 총출동했다. 직원 중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하나금융지주의 김정태 회장은 영상으로 참여했다.
먼저 문 대통령은 “우리 금융권은 기업을 살리고 국민의 일자리를 지키는 데 실로 지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구원투수’로 나선 금융권에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한국판 뉴딜의 성공 조건인 ‘물적 기반’ 마련에 금융권의 역할이 필수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한국형 뉴딜 사업은 금융산업을 한 차원 높게 업그레이드할 기회”라며 “시중의 유동자금이 부동산을 떠나 새로운 투자처로 이동할 수 있도록, 뉴딜 펀드가 매력적인 투자 대안이 되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정부가 밝힌 ‘국민참여형 뉴딜펀드 조성 및 뉴딜금융 지원방안’은 한국판 뉴딜펀드를 정책형 뉴딜펀드 신설, 뉴딜 인프라펀드 육성, 민간 뉴딜펀드 활성화 등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했다.
정부와 정책 금융기관이 ‘선(先) 투자’한 뒤 후순위 출자 설정, 세제 혜택 등 단계적 유인책을 통해 민간 투자를 활성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문 대통령은 “국민과 함께 재정, 정책금융, 민간금융 3대 축으로 한국판 뉴딜의 성공을 이끌고자 한다”면서 “국민참여형 뉴딜펀드, 정책금융과 민간금융을 통해 단일 프로젝트로는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금융계가 안게 될 막대한 재정부담은 과감한 규제개혁으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관제금융 논란과도 연관된 사안이다.
문 대통령은 “정부의 마중물 역할과 정책금융의 적극적 기여, 여기에 민간의 협조까지 더하게 됨으로써 한국판 뉴딜을 힘 있게 추진할 물적 기반이 마련된 것”이라며 “정부는 한국판 뉴딜을 촉진하는 데 필요한 제도 개선과 규제혁신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정부는 민간 뉴딜펀드 활성화를 위해 현장 민원 해결, 규제 혁파 등 제도개선을 적극 지원하는 한편, 개인투자자의 투자 편의를 위해 디지털·그린 지수를 개발해 상장지수펀드(ETF) 등 지수연계상품 출시를 추진할 방침이다.
문 대통령이 1차 전략회의를 시작으로 다시 한국판 뉴딜 추진 의지를 밝히면서 당·정도 조만간 구체화된 실행계획들을 잇달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월 14일 대국민 보고대회에서 월 1~2회 직접 전략회의를 주재하고 한국판 뉴딜과 관련한 주요 사항에 관한 결정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당 대표 당선 후 청와대를 처음으로 방문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어진 오찬에서 “한국판 뉴딜은 미래를 준비하는 토대이자 마중물이며, 그 병참기지가 뉴딜펀드”라며 “한국형 뉴딜에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국회는 정부와 한마음으로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