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요시히데 일본 내각'의 출범이 임박했다. 일본 자민당 지도부가 내부 반발에도 전체 당원 투표를 생략한 약식선거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후임을 선출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日 자민당 총재 선거, 14일 약식으로 진행..."여론 반영 못해" 내부 반발도
1일 NHK와 산케이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자민당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 총무회를 열고 오는 14일 약식선거 방식을 통해 차기 총재를 선출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자민당 차기 총재 선거는 당원 투표를 생략하고 양원(참의원·중의원) 의원(현 394명)과 47개 도도부현(都道府縣·광역자치단체) 지부 연합회 대표(141명)만이 표를 행사하는 의원총회로 대체한다.
이는 앞서 지난달 29일 밤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 등 당 집행부가 제시했던 방침으로, 이날 총무회에서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환경상과 이시바 파벌 등 중견·신진의원들을 중심으로 "당원 투표 없이는 일반 여론을 제대로 반영할 수 없다"는 거센 반론에 부딪히기도 했다.
이를 의식한 당 지도부는 이날 각 지부 연합회 대표들이 투표할 때 일반당원들의 의견을 반영하도록 제안하면서 최종 합의에 성공했다.
의원내각제를 채택하는 일본에서는 상원의원에 해당하는 중의원이 일반적으로 집권당(현 자민당) 총재를 총리로 선출한다. 이에 따라 오는 14일 선출되는 자민당 차기 총재가 지난달 25일 건강상의 문제로 사임을 표명한 아베 총리의 후임이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일본 중의원은 차기 총리 선출을 위한 임시 국회를 오는 16일 중 개회하도록 조정 중이다.
"이미 지지율 60%"...3대 파벌 지지 확보로 유력해진 '스가 내각'
이날 결정으로 차기 자민당 총재에 스가 요시히로 일본 관방장관이 유력해졌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스가 장관은 아베 총리의 의중과 함께 당내 주요 파벌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주간지 슈칸분슌의 보도에 따르면, 스가 장관은 지난 7월 코로나19 재유행으로 반대 여론이 높아진 상태에서도 일본 정부의 국내 여행·소비 장려책인 '고투 트래블 캠페인' 추진을 완수하면서 아베 총리의 복심으로 꼽혔다. 자신의 급작스런 사임으로 인한 '혼란 정국'을 관리할 적임자라는 판단에서다.
이날 요미우리신문은 "스가 장관이 총재 선거 정국에서 자민당 소속 국회의원의 60% 이상을 지지 세력으로 확보했다"면서 '스가 대세론'을 보도했다.
코로나19 사태 속 총리의 갑작스런 사임으로 혼란한 정국에서 '아베 내각의 정책을 안정적으로 계승해야 한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 것이다.
앞서 스가 장관은 자민당 2인자이자 원로인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의 니카이파(47명)의 지지를 일찌감치 확보했다. 그간 니카이 간사장은 언론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에 대한 지지를 저울질하고 있던 터라, 의외의 결정이라는 평가다.
또한 신문에 따르면, 전날 자민당 내 최대 파벌인 호소다파(98명)는 간부회의를 열어 스가 장관 지지를 공식 표명하고,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이 이끄는 아소파(54명)에도 스가를 철저히 지지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로써 스가 장관은 자민당 내 주요 파벌의 지지를 모두 얻은 것으로, 이들 의원만 199명에 달해 당 소속 전체 의원 수의 절반 이상이다. 아울러 당내 파벌을 결성하진 않았지만, 스가를 지지하는 무파벌 의원들인 '스가 그룹'도 30명 이상으로 알려졌다.
스가 장관은 2일 오후 5시에 기자회견을 열어 공식 출마 선언을 할 예정이다. 한편,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장관은 1일 정부 공식 기자회견에서 향후 내각 운영 방향을 묻는 말에 코로나19 사태 수습을 최우선으로 하고 내년 10월 이전 중의원 조기해산 방안에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다만 일각에선 향후 들어설 스가 내각이 아베 정권의 뒤처리에 쫓기며 제대로 정책을 진행하지 못한 채 내년 9월 총선 국면에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