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매체에 의하면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 발행계획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지난 4월 이후 선전(심천), 쑤저우, 청두 등 거점도시에서 4대 국유은행 직원들을 대상으로 디지털 위안화의 예금과 인출, 송금, 결제 테스트가 이뤄지고 있고, ‘스마트폰만으로 결제 가능한 디지털 위안화’라는 광고가 유명하다고 한다. 특히 디지털 위안화를 이용하면 좋은 점으로 첫째, 알리페이, 위챗페이 등과 달리 예금계좌 없이도 쓸 수 있어서 수수료비용을 줄일 수 있고 둘째, 인터넷환경이 없거나, 심지어 정전 또는 통신수단이 차단된 상태에서도 사용 가능한 점 셋째, 상대방 전화번호만 알아도 송금할 수 있는 점 등을 강조한다.
그럼 왜 이렇게 발행을 서두르나. 하나는 미국과의 대립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기 때문. 특히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에 대한 되받아치기로 미국이 서명한 홍콩자치법은 경우에 따라선 홍콩 은행들의 달러조달을 제한해서 홍콩달러와 위안화에 충격을 줄 수 있어서 그만큼 위협적이다. 실제 미국은 홍콩보안법을 지지했단 이유로 한때 HSBC의 '달러조달제한'을 검토했다고 한다. 따라서 중국으로선 이런 위험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과 대체방안이 필요한데, 그중 하나가 디지털 위안화 발행인 셈이다.
또 하나는 코로나19로 인해 디지털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디지털경제에 걸 맞는 디지털 화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디지털산업 경쟁력 측면에선 이미 세계 1위다. 미래의 핵심 트렌드가 디지털화(digitalization)고, 갈수록 아날로그 대비 디지털의 비중이 높아질 거라고 보면, 결국 디지털 G1 국가가 세계 톱, G1이 될 거란 의견. 따라서 중국도 상당한 가능성이 있는 만큼, 다른 국가보다 디지털화폐를 선(先) 발행함으로써 ‘퍼스트 무버 어드밴티지(First-move advantage)’를 갖추겠다는 생각을 함직하다.
둘째, 중장기적으로는 ‘위안화 국제화’의 신무기로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미국과 함께 G2지만, 통화의 글로벌 파워로만 보면 위안화는 G2와는 여전히 거리가 멀다. 국제결제에서 차지하는 위안화의 비중은 아직 4.3%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특히 위안화의 국제화에는 미국이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SWIFT(국제은행간통신협회)의 존재가 걸림돌이다. SWIFT가 외환시장의 거래비용 결정 등 핵심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중국과 러시아가 물건을 사고 판다고 하면, 러시아 루블화를 바로 위안화로 바꾸는 거래비용이 루블화를 달러, 다시 달러를 위안화로 바꾸는 비용보다 오히려 많이 들게 돼 있다는 식이다. 이래서는 위안화가 국제결제통화 되기는 난망이다. 따라서 중국으로선 現 위안화보다 송금비용도 싸고 결제속도도 훨씬 빠른 디지털 위안화를 신무기로 내세워서 달러에 제대로 도전하겠다는 것. 중국은 이미 이를 위해 위안화표시 국제은행간결제시스템인 CIPS를 2015년 설립했고, 금년 7월 말 기준 97개국의 금융기관(중국 포함 아시아가 70%)이 참여하고 있다.
물론 달러뿐 아니라 엔, 파운드 등 다른 선진국통화의 견제까지 받는 상황이라 디지털 위안화가 국제결제통화로 되는 건 여간 녹록치 않다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하지만, 미래는 디지털이 대세여서 싸고 빠르고 안전한 게 필수다. 코로나19 때문에 돈에 손을 대지 않으려는 추세도 일반화될 공산이 크다. 그런 점에서 송금에 2~3일 걸리는 SWIFT보다 훨씬 빠르고 싸고 블록체인 하에서 위변조방지의 보안도 뛰어난 디지털화폐 위안화의 강점이 부각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향후 관전 포인트다.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겸 중국자본시장연구회장 정유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