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비둘기 색깔 강해진다...인플레 초과 달성 용인할 듯

2020-08-27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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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P·연합뉴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통화정책 전략을 한층 완화적으로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물가상승률이 일정 기간 2%를 넘어도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임을 명문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현행 제로 수준의 금리가 5년 이상 장기화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연준이 이르면 내달 16~17일(현지시간)로 예정된 FOMC에서 ‘평균물가목표제(Average Inflation Target)'를 도입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평균물가목표제란 인플레 2% 목표를 유연하게 운영하는 통화전략을 말한다. 인플레 평균이 2% 수준을 가리킬 때까지 당분간 인플레가 2%를 밑돌거나 웃돌아도 용인하는 식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27일 잭슨홀 회의 연설에서 이 같은 정책 변화를 예고할 것으로 예상된다. 잭슨홀 회의는 학술회의 성격이 짙지만 전 세계 중앙은행 수장들이 참석하기 때문에 매년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다. 특히 2007~2009년 금융위기 이후 잭슨홀 미팅은 종종 연준이 새 정책 방향을 시사하는 기회로 쓰였다. 2010년 벤 버냉키 당시 연준 의장이 양적완화 신호를 내비친 게 대표적이다.

연준이 평균물가목표제를 도입한다는 건 통화정책을 보다 완화적으로 기울인다는 의미다. 지금까지 미국 인플레가 2%에 꾸준히 못 미쳤기 때문에 평균 2%로 올라설 때까지 당분간 2% 목표를 초과 달성해도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연준이 가장 선호하는 인플레 지표인 근원 PCE 지수는 지난 6월까지 1년 동안 0.9% 상승하는 데 그쳤다. 제이슨 퍼먼 전 백악관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를 통해 "금리가 지금부터 5년 동안 제로를 유지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연준은 통화정책의 효과가 나중에 반영된다는 이유로 인플레가 2%에 약간 못 미치더라도 선제적으로 금리인상을 단행했었다. 일례로 연준이 2008년 금융위기 후 처음으로 금리인상에 나섰던 2015년 12월 미국의 근원인플레는 1.5%였고 실업률은 5%였다.

블랙록의 릭 리더 채권 수석투자책임자(CIO)는 "이제 시장은 연준이 더 비둘기적인 면모를 드러내고 인플레가 장기간 목표를 상회하는 것을 기꺼이 용인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가 급등이라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경제에서 일정 수준의 인플레는 가격결정력을 제공하고 기업 이익과 임금 상승을 도모하는 효과가 있다.

블룸버그는 연준이 완전고용에 대한 접근법에도 변화를 줄 것으로도 내다봤다. 과거 연준은 타이트한 고용시장은 인플레 과열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실업률이 장기 자연실업률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꺼렸었다. 그러나 이제는 연준이 강한 고용시장의 긍정적 효과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전망이다.

앞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실업률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가길 바란다고 강조해왔다. 2월만 해도 실업률은 3.5%로 반세기만의 최저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10.2%를 가리키고 있다.

노무라의 루이스 알렉산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뜨거운 고용시장이 원치 않는 인플레로 이어지지 않는 한 고용시장을 식히려는 행동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면서 "연준이 궁극적으로 자연실업률 개념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연준은 지난해부터 초저금리 시대 경제 악화에 대처하는 능력을 보강하는 방법을 고심하면서 통화정책 전략을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일본과 유럽 등에서 중앙은행이 정책금리를 마이너스까지 내렸지만 경제가 살아나지 않고 인플레도 오르지 않는다는 점은 글로벌 통화당국의 수수께끼였다. 여기에 올해 코로나19 팬데믹이 미국 경제를 덮치고 연준이 부양 카드를 쏟아내면서 통화전략 재조정 논의에도 속도가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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