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사 나노필터 방패마스크’로 불린 이 마스크의 문제와 진실은 무엇인가. 기자는 현장 확인과 관계자 입체 인터뷰를 통해, 이 마스크와 관련한 ‘팩트’를 직접 체크했다. 제품, 심사기관, 업체의 문제들을 차례로 싣는다.
‘나노필터’는 마스크에 도입한 신소재이자 일종의 신기술이다. 제조사와 유통사 관계자들은 FITI(Friend of Industry Technology Information) 시험연구원의 필터투과율, 액체저항성, DMF(dimethylformamide, 다이메틸폼아마이드)를 포함한 여러 유해물질 등 시험 결과를 근거로 ‘효율’과 ‘안전성’을 주장하고 있다. DMF는 오랫동안 흡입할 경우 간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 FITI는 식품의약품 안전처(이하 식약처)가 시험검사기관으로 지정한 연구소 중 한 곳이다.
식약처 "나노필터 마스크는 공산품이라 식약처 소관 아니다"
식약처 대변인실 김달환 연구관은 “나노필터 마스크는 식약처 소관 물품이 아니다”며 “나노 필터 마스크는 의약외품 허가를 받기 전인 공산품에 해당하므로 (공산품을 담당하는) 국가기술표준원에 문의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의약외품 허가를 받은 제품에 대해서만 적합, 부적합을 따질 수 있는 것”이라며 “의약외품으로 허가받지 않은 것에 대해 비말차단 여부를 논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덧붙였다.
식약처 김 연구관의 말에 따르면, 식약처는 의약외품 허가를 받은 품목에 한해서만 관리한다. 따라서 의약외품 허가 이전 나노필터 마스크는 공산품이므로 공산품을 담당하는 국가기술표준원에서 이를 관리하는 것이 맞다는 이야기다. 기자는 국가기술표준원의 말을 들어보기로 했다.
기술표준원 "호흡기 보호 제품은 식약처 소관"
국가기술표준원 유경희 연구관(생활어린이제품안전과)은 “비말이라던지 바이러스 항균 등 호흡기 보호와 관련된 제품의 경우 약사법 적용 대상이며 식약처 소관”이라 밝혔다. 유 연구관은 “국가기술표준원에서는 의류로 분류되는 방한대용 면마스크만 관리한다”며 “(코로나19가 유행한) 3월 18일 이후부터 급한 대로 사각지대에 있었던 부직포 마스크에 대해 검토하고 있지만 피부 트러블 등의 최소한의 문제가 없도록 하는 것”이라 전했다. 또한 그는 “(의약외품 여부를) 심사 중이더라도 시장에서 판매가 되고 있다면 식약처에서 관리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식약처 "규정된 자료 제출하면 승인 가능"
기자는 국가기술표준원의 답변 내용을 토대로 식약처에 다시 문의해보았다. ‘국가기술표준원 측도 본 기관 소관이 아니라고 하는데 (나노필터 마스크에 대해) 확인받을 수 있는 공기관은 없는 것인가’하는 기자의 질문에 식약처 김 연구관은 “국가기술표준원”이라는 답변만을 반복해서 내놓으며 “왜 (국가기술원에서 소관이) 아니라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나노필터 마스크의 경우 성능도 성능이지만 새로운 소재인 만큼 허가를 받으려면 안전성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며 “‘의약외품 품목 허가 신고 심사 규정’에 따라 성능 실험 자료와 안전성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하면 (나노필터 마스크의 의약외품 승인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의약외품 품목 허가 신고 심사 규정에는 다음과 같은 자료를 제출토록 하고 있다.
나노필터 마스크업체 "식약처서 아예 접수 불가 통보"
하지만 나노필터 마스크 유통업체 오필리아의 성기철 대표는 “안전성과 효율 관련 검사서를 첨부해 식약처에 인증을 접수했지만 유선 상으로 ‘접수 불가’ 통보를 받아 접수조차 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는 “식약처에서는 아예 접수조차 받지 않아 KATRI(한국의류시험연구소)에 의뢰했더니 비말테스트를 해준다고 하여 접수했고, (KATRI연구소 내) 바이오융합본부로 넘겨줘 신청하려 했더니 공산품은 해당사항이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덧붙였다.
"부정적 여론 의식한 검사중단?"
또한 성 대표는 “나노(필터) 마스크에 대해 FITI에서도 더 이상 검사를 해주지 않고 있다”며 “6월 달에 에이스백(나노필터 마스크 제조사)에서 (FITI 측에 의뢰해) 받은 검사가 마지막”이라고 전했다. 나노 마스크에 대한 검사가 중단된 이유에 대해 그는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안전성 관련해서 부정적 여론이 일 것을 예상해서 그렇다고 추측하고 있다”고 답했다.
에이스백이 제조하고 오필리아, 쉐마, 카리스, 엑시아 등이 유통하는 마스크의 나노필터를 개발한 민간 사업체 소속 필터 개발자는 나노필터 마스크의 필터투과율과 액체저항성 검사 결과서, 자체 실시한 분집포집효율 검사 영상을 보여주며 필터가 효율이 있음을 주장했다. 식약처가 지정한 시험검사기관인 FITI의 필터투과율은 0.44 마이크로미터 파라핀 오일 기준 97%였으며, 비말 차단 마스크로 인정되기 위한 액체저항성 시험의 경우에도 30분 이상 액체 침투를 견뎠다.
필터의 안전성에 대하여 개발자는 “인체에 유해하다고 판단되는 물질에 대해서는 계속 테스트 중”이라고 전했다. 그는 “DMF(dimethylformamide, 다이메틸폼아마이드)도 10 미만으로 검출되었다”며 “DMF의 경우 FITI시험연구원에서 불검출은 없으며 10 미만이 최소의 단위”라 밝혔다.
나노필터에서 유해물질 검출 사례도
지난 4월 대구시교육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을 예방하고자 일부 학교에 보급한 필터 교체형 마스크의 나노필터에서 인체에 해로운 DMF(다이메틸폼아마이드)가 검출돼 논란이 일었다. 해당 필터는 1차 검사에서 355~382.6mg/kg의 DMF가 검출됐다. 합성섬유의 방사 용제로 이용되는 DMF는 오랫동안 흡입하면 간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
필터 개발자는 “(나노필터가 나온) 3월부터 시간이 한참 지나고 있는 상황에서 나노필터가 안 좋다면 식약처에서 (검증할 수 있게) 성적이나 테스트 환경 기준을 제공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개발자 "나노필터 기준이라도 마련해줘야"
그는 “우리나라에서 상장된 회사들이 미국 FDA(Food and Drug Administration) 승인을 받으면서 나노필터 마스크 판매를 진행하고 있는데, (한국에서도) 기준들을 마련해줘야 하지 않냐”며 “대구시교육청은 DMF가 터져 전량 회수하고 폐기처분 한다고 하는데, 그러면 우리나라 회사들이 공산품 마스크를 팔더라도 DMF 성적서는 올려놓아야 하는 등 최소한이라도 정리를 해줘야 하는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FDA(미국 보건복지부 산하 식품의약국)는 미국에서 생산, 유통, 판매되는 모든 종류의 품목에 대해 세부 법령에 규정하여 통제, 관리, 승인한다.
박하늘 논설실 인턴기자